백령도는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섬이다. 황해도였다가 남북 분단 이후 인천시 옹진군으로 편입됐다. 북한과 10여km 거리를 두고 마주한 군사적 요충지로, 해병대를 비롯해 육군과 해군 공군이 모두 주둔해 있다.
한국해운조합이 창립 70주년을 맞아 조합원사와 해운유관단체를 대상으로 가진 섬 여행 체험 행사는 백령도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2척의 배편이 매일 운항
백령도엔 현재 하루 두 번의 배편이 오간다. 에이치해운의 <하모니플라워>호가 아침 7시50분, 고려고속훼리의 <코리아킹>호가 아침 8시30분에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을 출발한다.
백령도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40분 안팎. 두 선박은 인천을 출발한지 정확히 4시간 뒤 백령도에서 손님을 태우고 회항하는 일정으로 운영된다.
▲백령도 여행객들이 <코리아킹>호에 승선하고 있다. |
섬 여행 행사에 참여한 30여명의 조합 일행은 인천에서 <코리아킹>호를 탔다. 이 배는 새벽잠을 설쳐야 하는 여행객들에겐 40분 먼저 출발하는 <하모니플라워>에 비해 시간적으로 촉박하지 않다는 게 장점이다.
22일 오전 8시30분 인천항에서 뱃고동을 울린 여객선은 중간에 소청도와 대청도를 들른 뒤 4시간 가까운 항해를 마치고 1시20분께 백령도 용기포항 선착장에 도착했다.
배 멀미가 심해 장시간의 배 여행에 두려움이 있었던 기자는 병원에서 처방받은 멀미약의 효과를 본 건지 비교적 여유롭게 백령도에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기암절벽이 연출하는 美景
숙소에서 짐을 풀고 인근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일행은 관광버스에 올라 본격적인 백령도 여행길에 올랐다.
첫 행선지는 두무진(頭武津). 수억년 동안 파도에 부딪히고 깎이면서 만들어진 병풍 같은 해안 절벽과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는 곳으로, 명승 8호로 지정돼 있다.
절벽들이 전략을 짜는 장군 머리와 같은 모양이라고 해서 현재의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바위들이 무성하게 자란 풀과 같다고 해서 두모진으로도 불린다.
현지 가이드까지 겸하는 관광버스 기사분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새 두무진 초입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두무진까지 가는 길은 다소 체력을 요했다. 오솔길을 타고 야트막한 동산을 한참 오르면 비로소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진다.
신선대 형제바위 장군바위 코끼리바위 등 멀리서 보면 얇은 떡을 켜켜이 쌓아 빚은 듯한 기암절벽들이 여행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두무진은 인천에서 북서 방향으로 229km 떨어진 남한 최북단 해안에 위치해 있다. 해병대 흑룡부대는 북한과 가장 가까운 이곳에 ‘통일기원비’를 건립했다.
물범 쉼터에서 여행객도 ‘힐링’
두무진 포구에서 유람선을 타고 백령도 해안을 한 바퀴 도는 관광이 이어졌다. 40분 정도 소요되는 유람선 여행은 한 번에 백령도의 주요 명소를 둘러볼 수 있어 패키지여행의 필수코스로 꼽힌다. 이날도 100여명에 이르는 관광객들이 유람선에 올라 백령도 여행을 즐겼다.
유람선 관광의 묘미는 천연기념물 점박이 물범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마치 두더지게임처럼 바닷물 속에서 간헐적으로 고개를 쳐드는 물범들의 귀여운 ‘쇼’는 사람들에게 많은 웃음을 안겨줬다. 해양수산부가 이들 물범 보호를 위해 백령도에 ‘전용’ 쉼터를 마련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이어 천안함 위령탑과 중화동교회를 끝으로 첫 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천안함 위령탑은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훈련을 벌이다 북한의 어뢰 공격에 산화한 46명의 장병을 기리는 곳이다. 안보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퇴역한 M48A2C 전차와 해병대 제6여단에서 운용했던 구룡 다련장 로켓이 입구에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 두 번째 장로교회인 중화동교회는 한국 기독교 역사의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뜻깊은 곳이다.
북녘땅이 보이는 심청의 인당수
이튿날의 ‘핫플레이스’는 심청각이다. 소설 심청전에서 심청이 중국 상인에 팔려가 제물로 바쳐진 인당수를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인당수는 백령도와 북녘 땅인 황해도 장산곳 사이에 위치한 해역이다.
심청각은 장산곶과 불과 12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인당수를 보려고 망원경에 눈을 들이대면 북한 지역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남북이 대치하는 틈을 비집고 들어와 북방한계선(NLL)에서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 밖에 천연비행장으로 유명한 사곶해변, 콩처럼 작은 자갈들을 밟으며 ‘발맛’을 느낄 수 있는 콩돌해안 등도 기억에 남을 만한 여행지였다. 이들은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백령도의 대표적인 명소다.
규암이 파도에 침식돼 만들어진 해식동굴이 한국전쟁 당시 주민들의 피난처로 이용된 용기포 등대해변도 인상적이다.
이틀간의 짧은 여행을 마치고 23일 오후 12시50분에 백령도를 떠나는 <하모니플라워>호에 몸을 실었다. 섬 여행을 많이 해보지 못한 기자로선 인생의 한 페이지에 소중한 추억을 새길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현장취재가 무척 값진 시간이었다.
행사에 동행한 해운조합 임병규 이사장은 “앞으로 다양한 섬 여행 홍보활동을 벌여 국민들에게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섬 여행과 연안해운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해운조합에 응원을 보낸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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