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하던 아시아발 중남미행 화물이 모처럼 증가 흐름을 보이면서 이 항로 취항선사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중국에서 중남미로 향하는 선박들이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2개월 연속 임시결항(블랭크세일링)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와 중국의 수요가 회복세를 띠고 있다. 수요 부족으로 임시결항을 실시했던 지난달과는 사뭇 대조된다는 평가다.
한 선사 관계자는 “8월부터 중국과 우리나라의 수요가 강세를 띠면서 선복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중국에 선복이 대거 할당되면서 과거보다 선복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 증가세는 해상운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8월9일자 상하이발 남미동안(브라질 산투스)행 해상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2104달러를 기록해 전주 1935달러 대비 약 170달러 인상됐다.
산투스행 운임은 올해 1분기 1000달러 초중반대를 형성하다가 5월 한때 800달러대로 고꾸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5월31일 수직반등에 성공하면서 안정적인 네 자릿수 운임을 유지하고 있다. 6월 말부터 해상운임은 2000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나라 해상운임도 시장의 호재가 반영되면서 고시황을 연출하고 있다. 16일 현재 부산발 남미동안행 해상운임은 TEU당 2000달러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일부 선사는 이달 중순부터 2000달러 중반대로 대규모 운임인상(GRI)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부산에서 중국으로 화물을 보내 남미동안으로 환적하는 선사도 비슷한 수준의 운임을 형성했다.
한 선사 관계자는 “본사로부터 이달 중순 운임을 2000달러 중반대로 인상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받았다”며 “꾸준한 GRI 시도로 높은 수준의 운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화물적재율(소석률)은 대부분의 선사들이 90~100%를 기록했다. 이달 중순까지는 여유 선복이 있었지만 3주차부터 선복 부족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선복 부족이 표면화되자 일부 선사는 중량물 선적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강수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멕시코 페루 칠레 등 주요 남미서안으로 향하는 해상운임도 전달에 이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16일 현재 부산발 남미서안행 해상운임은 TEU당 2000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다. 수요 회복에 힘입어 일각에서는 주 단위로 GRI를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적재율은 대부분 100%를 기록하고 있으며, 일부 선사는 다음 항차로 선적을 이월(롤오버)시키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8월 초부터 우리나라와 중국의 수요가 눈에 띄게 회복되면서 시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파나마운하를 거쳐가는 카리브노선도 해상운임이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16일 현재 이 지역 해상운임은 TEU당 2000달러 중후반대에 형성돼 있다.
파나마운하청의 중량규제는 여전히 선사들의 화물 선적에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운하 수심이 점차 오르면서 사태가 조금씩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운하청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TEU당 중량허용치는 기존 8~9t에서 10t 이상으로 한층 완화됐다. 주요 선사들의 화물적재율은 100%를 기록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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