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 운반에 활용되는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의 신조와 중고 가격 격차가 벌이지고 있다. 중고선 가격은 하락하는 반면 신조 가격은 오히려 상승하는 추세다. 브라질 광산댐 붕괴로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환경 규제로 신조 수요는 강세를 띠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베셀즈밸류에 따르면 케이프사이즈 중고선 가격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선령 5년인 18만t(재화중량톤) 케이프사이즈 선박 가격은 3630만달러로, 연초에 비해 6% 하락했다. 10년짜리 선박 가격은 연초 대비 13% 하락한 2145만달러로 평가됐다.
브라질 발레의 광산댐 붕괴로 철광석 생산이 위축된 게 케이프시장 부진의 배경이다. 호주 정부는 댐 붕괴 사고로 올해 세계 철광석 물동량이 4600만t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브라질-극동항로에서 케이프 선박 60척분의 수요가 실종되는 셈이다.
댐 사고 여파로 케이프사이즈 일일 용선료는 4369달러까지 하락했다. 선사들이 손익분기점이라고 말하는 2만달러의 5분의 1 수준이다.
선박 해체도 늘고 있다. 올해 들어 폐선용으로 매각된 케이프 선박은 13척으로, 1년 전의 7척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케이프사이즈 신조선 인도 일정도 불황이 계속 이어질 경우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85척의 신조 케이프 선박이 인도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엔 신조선 인도 51척, 해체 17척이었다.
전반적인 시장 지표가 하락세를 띠는 상황에서 신조선가는 상승 곡선을 그려 눈길을 끈다. 영국 클락슨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케이프 신조선가는 5100만달러로, 지난해 말에 비해 100만달러 상승했다. 중고선 가격과 비교할 경우 선령 5년짜리 선박보다 1.4배, 10년짜리 선박보다 2.4배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이맘때 신조선 가격은 4600만달러로, 5살 선령의 중고선보다 1.25배, 10살짜리 선박보다 1.9배 높았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규제가 수급 개선에 영향을 미칠 거란 전망이 나오는 데다 선박용 후판 가격이 오름세를 띠면서 신조선가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운반용 파이프라인 파손 사고로 중단됐던 영국 다국적 광산회사 앵글로아메리칸의 브라질 철광석 생산이 최근 재개된 것도 시장 전망을 밝히고 있다. 영국 회사는 연간 1700만t 규모의 철광석 물동량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신조선과 중고선 가격의 차이가 커지면서 해외선주들의 매매 움직임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선주들은 신조선과 중고선 가격을 비교해 저렴한 쪽에 투자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특히 그리스 선주의 경우 선령 10년의 중고선가가 신조선의 반값까지 떨어지면 중고선 매입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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