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격화될 경우 한국의 수출 피해 규모가 최대 약 39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양국이 서로 통상 제재를 예고하면서 한국 경제도 비상이 걸렸다는 평가다.
6일 국제무역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대미, 대중 수출 비중이 각각 11.9% 24.8%에 달하고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량이 많아 미·중 통상 제재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미·중 간 통상 분쟁 결과를 세 가지 시나리오로 가정한 뒤 한국의 수출 감소 규모를 추산했다. 가장 피해가 큰 시나리오는 미·중 통상 분쟁이 일어나면서 양 국가 및 EU의 수입 관세가 모두 10%포인트씩 인상되는 것이다. 시나리오가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중국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심한 편이다. 미국 또한 과도한 무역 제재가 리더십 손상을 야기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만약 통상 분쟁이 확산된다면 전 세계 무역량은 6% 감소하고 한국 수출은 6.4%(약 39조원) 줄어든다는 예측이다.
현재로는 양국 협상 실패로 미국이 중국에 무역 제재를 가한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 이는 중국의 중간재 수요 하락과 중국 성장 둔화로 이어져 0.03%(2000억원)의 한국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 미국이 통상 제재로 중국산 수입품 500억달러 상당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은 0.9%(4조300억원) 감소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에서도 미국 농축산물 등에 보복 관세를 취하고, 미국 제품 불매 운동이나 달러 매도, 수출 축소 등이 전개될 수 있다. 가장 피해가 클 업종으로는 중국에서의 재수출 비중과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전자기기, 섬유‧의류 품목이 꼽혔다.
미·중이 합의할 경우라도 한국 수출엔 악재로 작용한다. 협상이 성사돼 중국의 미국 반도체 수입이 늘어나면 한국 수출 규모 약 4조2500억원이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2017년 기준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한국 69조4000억원(655억달러) 미국 11조1000억(105억달러)으로 각각 25.3% 4.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미국 정부는 현지시간 3일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 1300개 품목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결정했다. 이에 중국이 미국 수입 106개 품목에 같은 규모로 관세를 부과하고, 120개 품목에는 1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불을 놓으며 무역 분쟁이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 있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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