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두 중 하나가 혼밥, 혼술이다. 1인가구 증가, 젊은층들의 개인주의 성향 그리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시대 흐름의 결과인 듯하다. 얼마 전 고급 레스토랑에서 혼자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근사하게 와인을 마시던 젊은이를 보면서 혼밥과 혼술이 독특한 사회현상이 아니라 나도 해야할 것 같은 유행으로 느껴졌다. 이제 유행이라 할지 모르는 혼밥과 혼술이 와인용기의 크기, 와인선택의 종류 및 취향까지도 바꾸고 있다는 이야기 역시 흥미롭다. 과거 40-50대 중년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와인이 이제는 20-30대 혼술족들의 선택을 받아 변화하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시던 와인은 750ml 크기인데 한 사람이 마시기에는 양이 많고 개봉 후 보관할 때 향과 맛의 변질이 쉽게 된다. 한잔을 마셔도 제대로 와인을 즐기고 싶어하는 혼술족들은 더 작은 사이즈를 원하고 있고 375ml, 178ml 크기의 소형 와인이 유행하고 있으며 한편 온도에는 민감하지만 달콤함과 상큼함의 강점을 가지고 있는 화이트계열 스파클링 와인 시장 역시 성장하고 있다. 혼밥, 혼술족들이 우리나라 와인시장을 변화시키고 있고 일률적인 와인 크기와 맛이 다양화되면서 와인 속에 숨어있는 물류가 조명을 받고 있다.
“와인과 물류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라는 질문에 와인의 이동부터 와인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와인이 생산국가에서 소비지 국가까지 이동하면 대략 보험료를 포함해서 40%의 물류비를 지불해야 한다. 산지에서 1만원하는 와인이 소비국에 오면 1만 4천원이 된다는 뜻이다. 왜 이렇게 물류비가 많이 발생하느냐 하면 와인처럼 저도수 주류는 온도에 민감하다. 그리고 병 상태에서 운송되기 때문에 충격에도 약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비싼 와인은 냉장보관이 가능한 리퍼(Reefer)컨테이너에 실려 오거나 아니면 선박하단 적재, 적도통과 기피, 하절기 운반 금지 등의 추가 사항을 물류업체들한테 요구를 하게 된다
(<그림> 참조).
당연히 물품운송에 요구조건이 많아지게 되면 물류비는 상승할 수 밖에 없지만 와인입장에서는 관리를 잘 받았으니 신선도 유지와 충격 등으로 인한 손실률은 낮을 것이다. 이제 1만 4천원이 된 수입와인은 소비국 즉 우리나라로 들어오자마자 세금을 부과당하게 된다. 세금 징수의 경우 종가제를 적용하는 우리나라는 1만 4천원에 68%(관세 15%, 주세 30%, 교육세 주세의 10%, 부가세 10% 등)를 추가 부과한다. 그러면 다시 최초 수입상이 판매를 위해 산정한 와인원가는 2만 5천원 정도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국내 유통을 위한 물류비와 이윤 등을 위해 30%, 도매상도 10% 그리고 소매상 역시 운송, 보관, 전시 등 물류활동과 이윤에 30%를 와인가격에 추가 부가하게 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산지에서 1만원 하는 와인가격이 우리가 살 때는 5만원이 돼 버리는 것이다. 주류에 적용되는 높은 세금과 복잡한 유통구조가 와인가격을 올리는 주요 이유이지만 물류비 역시 와인 가격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와인을 마시는 이유는 그 맛과 향을 음미하기 위해서이다. 당연히 산지의 그 맛을 그대로 느끼고 싶은 것이 사람들의 요구일 것이고 그 원래의 맛이 완전히 전달되기 위해 와인 품종과 와인 크기에 따라 맞춤형 고급 물류서비스가 필요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마시는 와인 가격에 포함된 물류비 비중은 대략 30% 정도로 높다. 결국 ‘우리는 와인을 마실 때 물류를 같이 마신다’라고 할 정도로 그 만큼 와인에 있어서 물류는 다른 상품에 비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어떤 상품을 잘 알면 더 좋은 물건을 더 싸게 살 수 있다. 와인 가격에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중 그리고 와인 품질에 물류가 미치는 영향을 잘 안다면 반대로 물류기술, 물류방법 그리고 물류관련 법제도를 개선할 경우 더 품질이 좋으면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와인을 마실 수도 있다. 최근 회자되고 있는 4차 산업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이 와인관리에 적용된다면 품질 좋은 와인을 마실 수 있다. 한 예로 영국의 다이아몬드 관리업체는 고가인 다이아몬드의 유통정보와 품질관리를 위해 다이아몬드 내에 지문을 입력하고 블록체인 방식으로 유통의 전과정을 관리한다. 이 기술은 그대로 와인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와인 병에 지문을 입력하고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전체 유통과정에서 와인의 위치, 온도, 충격, 유통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와인이 갖는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아 있게 할 수 있고 중간에 발생한 문제도 추적이 가능하다. 두 번째로 제도를 통한 와인가격의 상승을 막는 방법도 고민할 수 있다. 현재 물류비를 포함한 가격에 세금을 징수하는 방식을 와인의 원상품 가격에만 세금을 징수하게 하는 방법과 주류 운송시 다른 상품과 같이 운송을 못하게 하는 법을 바꿔서 혼재가 허용된다면 와인 값에 영향을 미치는 물류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물론 국가의 세금징수 방식과 주류의 성분 특수성 등을 고려해 운송방법을 바꾸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물류비와 품질을 동시에 관리하는 물류방법도 있다. 소위 부가가치 물류활동이라고 하는 것으로 와인은 원산지에서 오크통 형태로 대량 구매하는 것이다. 그리고 소비지 인근에서 보틀링(bottling)과 라벨링(labeling)을 통해 유통시키는 방법이다. 이 경우 초기 원산지에서 소비지로 오는 물류비를 대폭 낮출 뿐만 아니라 오크통 형태로 와인이 운송돼 원래 맛을 유지하는데 유리하다. 또한 소비지 인근 물류센터 같은 곳에서 보틀링과 라벨링과 같은 부가가치 활동을 통해 지역의 신규 고용과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최근 한국의 자산운용사가 영국의 브리스톨항 주변에 와인전용 물류센터를 900억원에 인수한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호주에서 생산된 와인을 오크통 형태로 해당 물류센터에서 수입해 보틀링과 라벨링을 통해 전세계 140개국으로 수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림 참조>).
우리가 와인의 제 가격을 주고 본연의 맛을 그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와인에 숨어 있는 물류의 비밀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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