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지난 수십 년간 근대화를 향해 맹렬한 속도로 달려왔다.
속도로 모든 것을 판가름하는 체제의 효율성은 인간에게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은 일을 해낼 것을 요구했다. 숲 속을 거닐고 한낮의 햇살을 피해 울창한 나무 밑에서 낮잠을 청하며, 마음이 동하면 일감을 내려놓고 한적한 방앗간에서 사랑의 밀어를 나누던 과거의 여유로움은 이제 죄악으로 치부된다. 느린 사람은 그저 문명에게 왕따 당하는 게으름뱅이일 뿐이다.
인간에게 진정으로 의미 있는 시간은 오늘이고 현재다. 소로우는 ‘지금, 여기’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겼다. 데이비드 소로우는 전원 속에서의 검박한 생활을 담은 「월든」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소로우의 삶은 스스로 문명을 떠나 자연이 주는 단순함 속으로 걸어 들어간 ‘킨포크 라이프’의 원조다.
소로우가 문명 속에서 발견한 현상은 고통을 고통으로 느끼지 못하고, 불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노동에 온몸을 던지는 사람들의 무감각이다. 그는 질주하는 문명 속에 인간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관조와 성찰의 삶을 회복하기 위한 실천적 저항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속도를 향한 구심력만 작용하는 회전판 위에 스스로 뛰어내렸다. 책에는 미친 속도로 질주하는 문명에서 벗어나 인간이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관찰하려 했던 그의 치열한 노력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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