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항고인】 ##협동조합중앙회
【상 대 방】 하파그-로이드 악티엔 게젤사프트
【원심결정】 부산지법 2009.12.30.자 2009라209결정
【주 문】 재항고를 기각한다.
【이 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0.27자에 이어>
1. 사실관계
가. 이번 호에서는 국내 수입 화주가 회생(통칭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에 화물을 외국 셀러에 주문해 이 화물이 국내 항구에 도착했음에도 방치해 생긴 건에 관해 살펴보기로 한다.
나. 사건의 진행
(1) 재항고인 (##협동조합중앙회)은 신용장(번호 생략)의 개설은행으로서 2008년 2월경 수입업자인 주식회사 양O (이하 ‘매수인 회사’라 한다)와 사이에 신용장대금 채권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 수입예정 물품인 원심결정 별지 목록 제1항 내지 제3항 기재 중고기계(이하 ‘이 사건 제1항 내지 제3항 중고기계’라고 한다)에 관해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했다. 상대방은 수출업자인 심코 에스피 지 오 오 (symco sp.z o.o.,이하 ‘심코’라고 한다)와 사이에 2008년 7월 11일과 같은 해 9월16일 및 같은 해 10월24일에 각 이 사건 제1항 내지 제3항 중고기계를 폴란드 그디니와(gdynia)항에서 국내 부산항으로 운송하기로 하는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하되,수출업자인 심코와 수입업자인 매수인 회사가 본선인도조건으로 수출입매매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이에 맞추어 운임후불조건의 약정을 했다.
(2) 위 양도담보설정계약과 해상운송계약 등의 조건에 따라 이 사건 제1항 내지 제3항 중고기계에 관해 송하인이 수출업자인 심코로, 수하인이 신용장 개설은행인 재항고인 또는 재항고인이 지시하는 자로, 통지처가 수입업자인 매수인 회사로 각 기재되고, 본선인도조건 및 운임후불조건이 기재된 지시식 선하증권(증권번호 생략)이 각 발행됐다.
(3) 폴란드 그디니와항에서 이 사건 제1항 내지 제3항 중고기계를 선적한 각 선박이 2008년 8월17일경, 같은 해 10월26일경 및 같은 해 2008년 11월28일경 순차로 양륙항인 부산항에 도착했다. 매수인 회사는 2008년 7월23일경 재항고인에 대해 수입화물 대도신청을 한 후 그 무렵 이 사건 제1항 중고기계에 관한 선하증권을 재항고인으로부터 교부 받고,같은 해 10월6일경 재항고인에 대해 수입화물 대도신청을 한 후 그 무렵 이 사건 제2항 중고기계에 관한 선하증권을 재항고인으로부터 교부 받았다. 그러나 이 사건 제3항 중고기계에 관한 선하증권은 위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재항고인이 취득한 후 이를 계속 소지하고 있다.
(4) 부산지방법원은 2008년 11월18일 11:00 매수인 회사에 대해 회생절차개시결정(2008회합13)을 했다.
(5) 상대방은 주식회사 양O 및 재항고인에 대해 운임 등의 미지급을 이유로 이 사건 제1항 내지 제3항 중고기계의 인도를 거절하며 2008년 12월1일 매수인 회사와 재항고인의 주소지로 1일 192,000원의 체화료가 매일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지함과 함께 운임 등의 조속한 지급을 최고하는 내용증명을 각 발송했다. 그리고 상대방은 2008년 12월5일 부산지방법원에 이 사건 제1항 내지 제3항 중고기계에 관해 상법 제807조 의 유치권과 상법 제808조 제1항 의 우선변제권을 갖고 있음을 주장하며이 사건 운송물 경매허가신청을 했다.
(6) 한편 매수인 회사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은 회생계획 심리 및 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를 거쳐 2009년 11월26일 회생법원에서 인가됐다.
2. 검토
가. FOB 조건의 운송계약에 있어서 운임 채무의 당사자
위 운송계약은 FOB 조건이었는데, 이에 관해 법원은 “계약매도인과 매수인이 본선인도조건(f.o.b.)으로 수출입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도 매수인이 선복을 확보하지 않고 매도인이 수출지에서 선복을 확보해 운송계약을 체결하되, 운임은 후불로 해 운임후불(freight collect)로 된 선하증권을 발행받아, 매수인이 수하인 또는 선하증권의 소지인으로서 화물을 수령할 때 운송인에게 그 운임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자신을 대리해 운송계약을 체결하는 권한을 부여해 운송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것이므로 그 운송계약의 당사자는 해상운송인과 매수인이라고 할 것이다”라고 했고 이는 대법원 1996년2월9일 선고 94다27144 판결 등에서도 판시된 바 있는 확립된 판례다. CIF 계약에서 매수인은 운임을 매도인에게 물건의 대금과 함께 지불하므로, 매도인이 운송인에게 운임을 지급하는 구조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즉, 이 건에서 수입자 양O는 운송인에 대해 운임을 지불할 채무가 있는 자이다.
대상판결: “이 사건 제1항 내지 제3항 중고기계에 관한 각 해상운송계약은 해상운송인인 상대방과 수출업자인 심코 사이에 체결됐지만, 수출업자인 심코와 수입업자인 매수인 회사가 본선인도조건으로 수출입매매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이에 맞추어 운임후불조건으로 체결됐고 그 본선인도조건 및 운임후불조건이 이 사건 제1항 내지 제3항 중고기계에 관한 각 선하증권에도 기재돼 있으므로,위 각 해상운송계약은 수출업자인 심코가 수입업자인 매수인회사를 대리해 체결한 것으로서 그 계약당사자는 상대방과 매수인 회사라고 할 것이다.”
나. 회생채권과 공익채권의 구별
회생절차에서 채권자 측에게 가장 민감하게 작용하는 이슈 중의 하나가 회생채권과 공익채권의 구별이다. 간단히 말해 전자는 회생개시 이전에 발생한 채권, 후자는 그 이후에 발생한 채권이다. 전자는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되며 대개의 경우 크게 삭감돼 대개 실질적 변제율이 30% 근방이고 (이 사건 수입자 양O의 회생절차에서는 그보다 낮은 15% 근방이었다), 후자는 이러한 삭감 없이 원칙적으로 전액 변제해야 하는, 통상의 민사 내지 상사채권이며, 민사소송 절차를 통해 청구할 수 있고 강제집행하는 데에 아무런 장애가 없다. 광의의 회생채권은 다시 담보 유무를 따져 담보가 있는 것은 회생담보권, 그렇지 않은 것은 (협의의) 회생채권으로, 광의의 공익채권 역시 담보 유무에 따라 공익담보권, 공익채권으로 세분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일명 “통합 도산법”)은 채무자 즉 채무자의 관리인에게 기존 계약의 이행여부에 관한 선택권을 주는데,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하면 공익채권이 되고, 해지 내지 해제하면 그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회생채권이 된다. 이는 기존에 체결한 계약의 유불리를 따져 채무자에게 유리한 것 (채무자에게 흑자를 안겨주거나 채무자 영업에 필수적인 것 등)은 유지해 정상적으로 이행하게 하고, 그렇지 않은 계약 (예컨대, 채무자에게 적자가 되는 계약, 채무자 영업에 필수적이지 않은 것 등)은 해지의 자유를 준 것으로 이해된다.
다. 매수인 양O 관리인의 선택권 불행사
그런데 양O 측은 화물의 부산항 (야적장) 도착에도 불구하고 동 계약에 해지 내지 이행 선택에 관한 결정을 법이 정한 시한 내에 하지 않는다. (운송인 측이 계속 청구서를 보냈을 것이므로 매수인 양O이 이에 관한 선택을 하지 않고, 기간이 도과된 진행된 이유를 대상판결상 알 수는 없다.) 법은 이러한 경우 이행을 선택한 것으로 즉 공익채권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대상판결 : “그런데 매수인 회사는 회생절차개시 이후 회생계획안의 심리 및 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를 거쳐 회생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았는바, 매수인 회사의 관리인이 회생절차개시 이후 회생계획안의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가 끝나기까지 위 각 해상운송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매수인 회사의 관리인은 위 기한의 도과로써 위 각 해상운송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없게 됐고 이로써 이행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상대방이 갖는 청구권은 [광의의] 공익채권에 해당하게 된다.”
라. 운송인 측의 유치권 존재
운송인 측은 위 1(5)항에서 본 대로 화물을 야적장에 유치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유치권자 즉 담보권을 가진 자이다. 그러므로 광의의 공익채권자 중에서 담보권을 가진 자, 즉 공익담보권자에 해당한다.
대상판결 : “그렇다면 상대방의 매수인 회사에 대한 운임채권 등이 이 사건 제1항 내지 제3항 중고기계에 관한 유치권 (상법 제807조) 또는 우선변제권 (상법 제808조 제1항 )에 의해 담보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이 사건에서, 위 운임채권 등은 회생절차개시 후 그 실행이 중지·금지되는 회생담보권이 아니라 채무자회생법 제180조에 의해 회생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수시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공익담보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마. 운송인 측의 경매의 적법성
공익담보권자는 일반의 민사절차 (소송, 강제집행 등)에 의해 권리를 실현하게 된다. 이 사건에서 화물의 선하증권 소지인인 재항고인은 회생절차를 이유로 공익담보권자 운송인이 제기한 경매신청의 부적법성을 주장하고 경매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법원은 위와 같은 논리로 경매신청은 적법한 것으로 보아 선하증권 소지인 측의 이의를 배척한 것이다.
3. 마무리에 대신해
이 사건에서 매수인 양O는 적시에 계약을 해지했다면 운송인 측은 공익담보권자가 되지 못했을 것이고 재항고인의 지위도 달라졌을 것이다. 즉 그 경우 운송인은 회생담보권자가 돼 그의 권리는 회생계획에 정한 바에 따라 실현됐을 것이다. 회생절차에 있어서는 각종 특수한 법리, 권리 신고 내지 행사 기간의 제한이 많으므로 전문적인 법률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실례다.
<끝>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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