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의 반환점을 돈 경기평택항만공사 김석구 사장은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평택항과 카페리항로를 활성화하려면 한중 관계 개선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양국 관계가 악화하면서 대중국 물동량이 크게 위축되고 한중 카페리항로의 여객사업도 부진에 빠졌다는 평가다.
김 사장은 평택항 성장과 배후단지 개발, ESG(환경·사회·투명경영)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았다고 취임 이후 시간을 돌아봤다. 경기평택항만공사는 4년 만에 동남아 신규항로를 개설하고 평택항 최초로 중국 타이창 난퉁항로를 개설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 전국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서 4위에 올랐다.
Q. 취임 후 1년6개월이 지났다. 중점을 둔 분야는 뭔가?
2022년 12월16일 첫 출근하는 날 눈이 굉장히 많이 내렸다. 새벽에 출근을 하려고 이곳으로 내려올 때 느꼈던 감정이 1년6개월이 지났는데도 엊그제처럼 생생하다. 벌써 임기의 반이 지나갔다.
취임 첫 날 직원들과 진행한 상견례 자리에서 고객 중심으로 항만 마케팅을 벌이고 미래형 항만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공사는 정부 정책에 맞춰서 공공성 수익성 전문성을 가져야 하는데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미래 성장 동력을 마련하자고 했다. 취임 당시 사회적 화두가 ESG(환경·사회·투명경영)였는데 항만 분야 ESG 경영을 구축하자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에 맞춰 실수요자인 제조·물류기업을 유치하려고 평택항 배후단지 조성사업을 진행했다. 또 2019년 이후 3년 만에 동남아항로를 유치했고 평택항 최초로 중국 타이창과 난퉁을 잇는 항로를 열었다. 한국해양대를 졸업하고 해운과 컨테이너 포워딩(국제물류주선업) 영업을 했던 경험을 살려서 선사 마케팅을 활발히 하고 있다.
다음으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탄소 중립 정책을 실현하고 평택항 수소복합기지를 조성해 ESG 경영 체계를 구축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해 안전보건경영시스템도 취득했다. 이들 성과가 반영돼 지방공기업평가원에서 실시한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종합 93.32점을 획득해 전국 383개 지방공기업 중 4위를 차지했다. 경기도 내 97개 대상 기관 중에선 1위에 올랐다.
제가 오기 전에 14개월 정도 기관장직이 공석이었다. 출근 첫날 직원들에게 앞으로는 리더가 없더라도 회사가 차질 없이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톱다운 방식의 회의 형태를 보텀업으로 전환하고 중간에 리더가 통제하는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 회의를 도입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Q. 지난해 한중 카페리선사들이 여객 수송 사업을 재개했지만 아직까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평택항엔 중국 웨이하이 옌타이 룽청 르자오 롄윈강을 잇는 5개의 한중 카페리항로가 운항 중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8월 웨이하이 옌타이, 10월 르자오 노선이 여객 운송을 재개했다. 3개 노선은 지난해 총 5만2800명을 수송하고 올해는 2월까지 2만3400명을 태우는 등 여객 실적을 점점 늘리고 있다.
하지만 룽청항을 취항하는 영성대룡해운과 롄윈강을 취항하는 연운항훼리는 여객 수송을 아직 못하고 있다. 대룡해운의 경우 중국 파트너인 산둥성항만그룹의 지분 문제와 한중 관계가 원인인 것 같다. 저희 공사가 지난 3월 중국 산둥성 교통운수청에 공문을 보내 룽청항로의 여객 운송이 재개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6월께 경기관광공사와 함께 중국 칭다오에 있는 산둥성항만그룹을 방문해서 이 문제를 협의하려고 한다.
연운항훼리는 LO-LO(크레인으로 하역하는 방식) 선박을 운항하고 있는데 중국 롄윈강항 부두에서 위험물을 적재하고 취급할 때 안전 문제가 대두돼 여객 수송을 못하고 있다.
Q. 평택항 신국제여객터미널이 완공을 앞두고 있지만 시설 부족과 운영권 반납 등의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
신규 국제여객터미널의 사업 주체는 평택지방해양수산청이다. 저희 공사는 권한이 없다. 지금까지 여객부두 운영사 선정이 계속 유찰됐다. 평택해수청이 해법을 찾으려고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선사가 하역사를 지정하면 이를 해수청이 허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신 국제여객터미널 인근 2-3단계 1종 평택항 배후단지에 업무 편의시설 부지를 분양한 뒤 건축물을 짓는다면 선사와 물류회사 사무실 등의 시설 부족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거라 본다.
Q. 화성 제부마리나 등 해양레저사업도 중점 추진하고 있다. 성과는?
공사의 임무는 크게 세 가지다. 평택항 활성화와 해양레저산업 확산, 해양 안전 고취가 목적사업으로 돼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으면 해양레저가 활성화한다는 연구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도 2018년 3만달러를 넘지 않았나? 보트 면허 취득이 10년 새 2배 이상 급증하면서 전국적으로 30만명 이상이 이 면허를 가지고 있다. 면허가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수요가 증가한다는 거다. 하지만 보급된 보트는 3만 척 정도밖에 안 된다. 유럽이나 서양처럼 10년 또는 15년 후에 두 사람 또는 세 사람 중 1명은 보트를 소유하는 시대가 올 거라 본다.
저희 공사는 경기도 내 유일한 해양항만 전문 공기업이다. 시민들이 멀리 부산이나 강원도를 가지 않고 경기도에서 해양레저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에서 제부마리나를 운영하고 있고, 올해 7월 개장하는 시흥 거북섬 마리나도 관리운영을 맡는다. 거북섬 마리나는 90척 규모의 계류시설을 갖추고 있다. 시흥시와 곧 위수탁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특히 ‘경기바다’란 브랜드를 만들어서 차별화된 해양레저관광 프로그램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서핑, 딩기, 카누, 요트 체험, 서해랑 케이블카, 제부도 승마 체험 등의 패키지 상품 가격이 온라인에서 8만9000원인데 30% 할인해서 6만4000원에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해양 안전을 고취하는 사업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2021년 7월 안산에 개관한 경기해양안전체험관을 위탁 운영하면서 생존 수영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3년간의 계약을 마치고 위탁 기관으로 다시 선정됐다.
Q. 지난해 카페리선 부진 등의 영향으로 평택항 컨테이너 물동량이 감소세를 띠었다. 올해 상황은 어떤가?
지난해 평택항 컨테이너 물동량이 4% 감소한 감소한 82만TEU를 기록했다. 특히 한중 카페리 물동량은 22% 급감한 26만TEU에 머물렀다. 중국 경제 부진과 한중 관계 악화가 원인이다.
또 산둥성항만그룹에서 선사들에게 운임 경쟁을 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평택항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위축됐다. 화물이 많다면 모를까 많이 줄어든 상태라면 굳이 운임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중국 당국의 기저에 있는 것 같다. 중국에서 철도로 동유럽으로 나가는 화물이 러-우 전쟁으로 줄어든 것도 한 원인이 됐다.
다만 톤수 기준의 평택항 전체 화물 처리량은 소폭이지만 늘어났다. 컨테이너에서 벌크로 수송 모드가 바뀌었을 뿐 평택항 이용 화물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올해는 1분기 컨테이너 물동량이 4% 늘어난 20만4000TEU를 달성했다. 삼성전자의 평택항 이용이 크게 늘고 있다. 베트남이나 태국에서 화물을 수입하면서 평택항을 이용하는 비율이 과거 40%대 초반에서 올해 55%로 치솟았다. 또 지난해 11월 공사가 선제적으로 내륙운송 물류비 절감 방안을 제안해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가 일본 나고야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변속기를 팬스타라인 배에 실어서 월간 20~30TEU가량 평택항으로 들여오고 있다.
또 한화토탈(대산) 한화임팩트(대산) 한화큐셀(진천) 한화첨단소재(세종) 같은 한화그룹 중부권 4개 공장 물량을 한화솔루션과 협업해 평택항으로 끌어오는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성사될 경우 연간 9만TEU를 넘는 화물이 새롭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Q.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평택항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올해 계획은?
지난해 필리핀 마닐라, 다바오, 타이창·난퉁항로가 개설되는 걸 보면서 해외 마케팅을 형식적으로 볼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홍보하느냐에 따라서 큰 효과를 낼 수 있겠더라. 그래서 지난해 5월 팬스타와 일본 오사카에서 마케팅을 벌였고 중국 톈진과 허베이성 랑팡시에서도 설명회를 열었다. 경기도가 지난해 가을 태국 방콕에서 지페어를 열었는데 함께 참여했다. 또 지난해 12월 필리핀 마닐라와 클락에서도 현지 실무자들과 간담회를 했다.
올해는 경기도가 인도에서 지페어를 열려고 하는데 같이 참가하려고 한다. 또 5월에 베트남 호찌민과 하노이, 6월에 중국 옌타이와 칭다오 타이창에서 항로 활성화와 화물 유치 마케팅을 벌일 계획이다.
Q. 지난 몇 년간 평택항 배후단지 개발에 힘을 기울여 왔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배후단지 개발은 공사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2-1단계 2-2단계 2-3단계로 나눠 물류 제조, 업무 편의, 국제여객부두와 연계한 복합 공간 등으로 조성해 국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려고 한다. 2-1단계는 공사와 민간이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해서 개발하고 있는데 내년 9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3단계 사업은 설계 인허가를 포함한 실시계획 승인 절차를 조만간 마치고 올해 하반기에 착공하려고 한다.
2-2단계는 개발 계획은 잡혀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해양수산부가 어떤 식으로 공모할지 내용을 확정하면 저희 공사도 참여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업계나 정부 당국에 전하고자 하시는 말씀이 있다면?
한중 관계 개선이 요원한 걸로 보인다. 중국은 아직 (한국) 단체 관광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중국 측에 해결을 요청하면 자기들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고 답변한다. 자신들이 풀어주지 않으면서 그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식이다. 한중 관계 개선이 안 돼서 못한다는 얘기지.
정부 차원에서 중국과 많은 대화를 해서 관계를 개선하고 여객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 여객이 활성화돼야 평택항과 주변 상권이 살아나고 궁극적으로 한국 경제 전체가 활성화될 거란 생각을 한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