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3-18 10:22
알랭들롱의 처연한 라스트 씬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태양은 가득히>를 안
본 사람이 있던가. 20세기 걸작영화중 <태양은 가득히>를 빼놓을 수 없다.
여류작가 패트리샤 하이 스미스의 소설을 영화화한 <태양은 가득히>는 시간
이 흘렀어도 그 치명적인 매력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수많은 제작자들을 군
침 흘리게 한 작품. 마침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시
드니 폴락이 제작권을 획득했다. 21세기 뉴버젼 <리플리>는 <태양은 가득히
>와 어떻게 다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낮에는 호텔보이, 밤에는 피아노 조율사로 별볼일 없는 리플리(맷 데이먼
분)의 삶.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만 기회도 없고, 행운도 기다리지 않
는다. 이제, 서글픔만 안겨주던 뉴욕을 뜰 기회가 왔다. 어느 화려한 파티
석상에서 피아니스트 흉내를 내다 선박부호 그린리프의 눈에 띈 것. 그는
믿음직해 보이는 리플리에게 망나니 아들 디키(쥬드 로 분)를 이태리에서
찾아오라고 부탁한다. 계약금은 천달러.
이태리로 가기 전, 그는 디키의 정보를 수집한다. 디키가 좋아하는 재즈음
반을 들으며 그를 느낀다. 드디어 이태리행! 프린스턴 대학 동창이라며 디
키에게 서서히 접근한다. 어느새 디키와 그의 연인 마지(기네스 펠트로우
분)와도 친해진 리플리. 마치 자신도 상류사회의 일원이 된 듯한 착각에 빠
진다. 아니, 리플리는 디키를 닮아간다.
“디키는 내가 꿈꾸던 사람! 그는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다!”
평생써도 바닥나지 않을 재산, 아름다운 연인, 달콤한 인생, 자유와 쾌락..
. “네가 날 외면하지 않는다면 네 곁에 있고 싶어, 디키!” 리플리를 탐탁
치 않게 생각하는 디키, 사랑이 깊어질수록 불안해지는 마지, 계약기간이
만료되자 초조해지는 리플리, 태양은 빛나지만 언제까지 그들을 비출 것인
지....
<타이타닉> 이후 헐리웃 영화계는 작품성과 흥행성 면에서 뚜렷하게 성과를
이룬 작품이 드물었다. 관객의 지루한 기다림을 눈치채기나 한 듯이 2000
년 첫 블록버스터로 등장한 <리플리>. 콘트라스트 강한 선악의 대비, 인간
의 이중심리, 욕망의 파격, 거듭되는 반전은 로맨스와 스릴러가 만나는 지
점에서 전혀 색다른 쟝르영화를 만들었다. 우리가 오랫동안 기다렸던 영화.
객석의 기립박수만이 남았다.
<리플리>는 현재 아카데미까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골든 글로브 노미네이
트에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음악상 등 5개부문에 올라
<아메리칸 뷰티>와 경합을 벌이고 있다. 21세기 첫 시상식을 앞두고 전세계
언론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특히 새천년 행운의 남우주연상과 여우
주연상이 누구에게 돌아갈지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
이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는 <리플리>를 과거의 오리지널 <
태양은 가득히>와 비교해 본다면 그 재미는 더욱 쏠쏠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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