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17 15:02

기획/ 전국 항만, 재해재난 대비 이대로 안전한가

‘아라미르 프로젝트’ 무리없이 진행되려면 예산확보 필요
항만시설 지진에 무방비…내진 성능확보 시급

●●●우리나라의 자연재해는 집중호우, 홍수 등 풍수해로 인한 재해가 대부분이고, 그 피해규모도 대형화 추세에 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최근 10년간 자연재난으로 인한 전국 피해액은 총 21조2145억원, 연평균 약 1조6582억원의 재산피해 및 68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등 과거 20년전보다 약 10배 증가했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각종 태풍 및 쓰나미 등의 재난은 항만시설에도 많은 피해를 남겼다.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해 부산항의 입항 및 선박접안이 불가능해졌고, 하역장비가 작동을 멈춤으로써 광양항에서 긴급조달하는 등 여러가지 혼란이 야기됐다. 이후 우리나라는 항만에서 재난·재해를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으며, 매년 재해안전훈련을 실시하는 등 미래의 재난·재해대책에 대비하고 있다.

아라미르 프로젝트, 계획은 있지만 예산은 없다

초대형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예보가 나오면 수해 지역은 물론 태풍피해가 우려되는 연안 지역의 대비책 또한 철저한 점검이 요구된다. 이에 정부는 해양재해로 인한 연안침수, 항만시설물 유실 등에 대비한 종합대비책을 지난 2011년 7월 발표했다.

‘아라미르 프로젝트’라 명명된 이 계획은 과거 태풍이나 해일 등으로 침수피해가 있었거나 피해가 예상되는 항만, 배후 도심권 저지대 권역에 특수 해일방재시설을 설치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라’는 바다의 순우리말이며 ‘미르’는 용(龍·바다의 신)의 옛말로서 ‘아라미르’는 바다의 수호신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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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미르 프로젝트는 1단계 사업으로 재난발생시 예상 피해 규모, 경제성, 시급성을 고려해 부산항, 광양항, 목포항 등 주요 10개항을 우선 정비하고, 그 외 재해발생 빈도가 적고, 비교적 안전지대에 위치한 항만을 2단계 사업으로 추진토록 했다.

방재시설의 보강을 위해서는 대상 항만의 입지 및 주변여견을 고려해 해안방재에 효과적인 세 개 유형(게이트형, 방재언덕형, 방호벽형)을 준비했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각 항만마다 적절한 형식을 도입하도록 계획했다. 아라미르 프로젝트는 국가의 주요 기간시설인 항만을 재난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 국가 항만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당시 국토해양부는 해일 침수피해가 예상되는 항만과 배후 도심권 저지대 등 재해취약지역에 대한 방재시설 설치계획을 마련하고 22개 항만지역을 방재시설이 필요한 항만도시로 선정했다. 22개 항만도시 중에는 지진해일로 인한 침수피해가 클 것으로 예측된 삼척항과 태풍의 경로상에 위치해 있어 피해사례가 자주 발생했던 서해안과 남해안의 항만들이 포함되어 있다. 22개 항만지역에 대한 방재시설 계획에는 1조1886억원이 소요될 전망이며 오는 2030년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라미르 프로젝트 사업의 대상지인 여수항과 거문도항은 지난달 방파제 보강공사를 착수했다. 여수항은 1차로 신항 동방파제 418m에 대해 현재 마루높이 6.5m에서 11m로 상향시키는 공사로써 총 공사비 328억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거문도항은 동방파제 950m를 현재마루높이 6.5m에서 8.5m로 상향시키는 등 총 공사비 383억을 투자해 방파제 단면을 보강할 예정이다.

여수항만청 관계자는 “현재 현장사무소 개설 등 공사 초기단계로, 큰 문제없이 공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태풍이 오면 파도가 항만배후단지로 넘어왔는데 이번 보강공사로 인해 안전항만의 모습이 갖춰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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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취약 항만인 마산항, 삼척항, 목포항의 침수시설 설치도 우선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주요 정비내용은 마산항이 방재언덕(589억원) 착공을, 삼척항은 침수방지시설(236억원) 설계완료를, 목포항은 침수방지시설(4284억원) 타당성 조사를 착수한다.

마산항만청 관계자는 “아직 공사를 진행할 건설사가 정해져 있지 않은 입찰단계로, 빠르면 10월말이나 11월초에 공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방재언덕의 완성으로 재난발생시 효과적인 재난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라미르 프로젝트 추진에 대한 좋지 못한 인식도 감지되고 있다. 항만업계는 국내 항만의 재난대비 대응수준인 사전예방조치는 매우 우수하지만 사후대응조치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아라미르 프로젝트 예산지원과 관련해 해수부 관계자는 “아라미르 프로젝트는 지난 2011~2012년에 사업추진계획을 완료했고 재해가 취약한 항만을 대상으로 2011년부터 2030년까지 정비를 마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기획재정부 예산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아 프로젝트 실행이 원활히 되지 않고 있다”며 “기재부 예산이 어느정도 투입돼야 프로젝트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국 항만시설 40% 지진에 취약

전국 항만시설 10개 중 4개는 지진피해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666개 항만시설 가운데 내진성능 확보 비율은 59.6%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화물을 선적하는 부두와 배가 정박할 수 있는 계류시설의 내진성능 확보율(내진율)은 67.5%, 여객선 터미널과 같은 건축물의 내진율은 70.2%였다. 하지만 방파제와 호안 등 부두와 건축물을 보호하기 위한 외곽시설의 내진율은 32.5%에 불과해 지진 피해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수출입 물동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항만시설이 국가 주요 교통·물류시설과 비교해 지진 피해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수출입 물동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항만시설이 국가 주요 교통·물류시설과 비교해 지진 피해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소방방재청의 주요 공공시설물 내진실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항만시설의 내진율(35.3%)은 전체 공공시설 평균(38.4%) 보다 낮았다. 국가 주요 교통·물류시설 중 공항시설(92.4%), 도시철도(79.5%), 도로시설물(63.4%), 철도시설(48.3%) 보다 내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청별로 보면 부산항만공사와 목포항의 내진율은 100%로 가장 높았고, 여수광양항만공사(91.1%), 대산청(87.%), 평택청(85.7%)이 상위 5위에 들었다. 화물 처리량이 많은 지역별 항만공사 중 인천항만공사(75%)는 중상위권이었지만 울산항만공사(50%)는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울산항만공사의 경우 원유·석유·가스·화학물질 등 액체 위험화물 취급비율이 전국 처리량의 35%에 달하고 있어 내진 성능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각종 하역장비, 부두용지 등의 항만시설 뿐만 아니라 항만 인근 배후의 임항도로나 관련시설에 대해 취약 실태를 파악하고 필요에 따라 내진성을 확보하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항만시설 중 안벽은 핵심기반시설로 재난으로 인해 안벽이 붕괴될 경우 항만기능 자체가 마비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항만 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국가어항 시설 중 90%는 내진설계 반영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잦은 지진발생 등에 따라 2008년 지진재해대책법이 제정 돼 내진설계가 안된 시설에 대해서는 내진조치를 취하도록 되어있지만, 정부 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홍문표의원(새누리당)이 지난 1일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가어항시설 내진설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가어항시설 790개 중 79개인 10%만 내진설계를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711개(90%)는 내진설계가 되어있지 않다. 지진재해대책법에 따르면 모든 항만시설은 내진실계를 갖추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아직까지 내진설계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홍문표 의원은 “국가어항은 기간시설로서 매우 중요한 시설 중 하나”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관심을 갖고, 내진율을 높여야 어항이용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어민들의 어업활동에도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각 항만, 재해재난 안전확보 총력

우리나라의 각 주요 항만은 재난상황에 대비한 대응훈련 및 안전교육을 통해 항만안전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여수광양항만공사(YGPA), 울산항만공사(UPA), 인천항만공사(IPA)는 공동으로 재해시에도 항만물류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하는 재해복구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 8월 3개 PA가 공동으로 구축한 재해복구시스템은 데이터 백업의 개념을 넘어 천재지변이나 테러 같은 참사에도 서비스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해당 PA의 주전산시스템이 다운됐을 경우에도 복구센터의 이중화된 시스템을 통해 서비스를 중단없이 제공할 수 있다.

이번 3개 PA의 공동 프로젝트는 지난 5월 시작돼 3개월간 서버와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고 8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3개 PA 공동프로젝트에서 제외된 부산항만공사는 이미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현재 부산항만공사 사옥에 설치된 공동재해복구센터는 해양수산부의 재해복구시스템과 부산항만공사, 부산신항만주식회사, 케이엘넷 4개사의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으며, 8월 3개 PA가 시스템을 추가로 가동함에 따라 총 7개 기관이 재해복구시스템을 공동·운영하고 있다.

매년 5월이면 재난재해에 대응한 실질적인 훈련도 진행된다. 올해로 9번째를 맞는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은 지난 5월6일부터 8일까지 3일 동안 전국에서 실시됐다.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은 중앙안전관리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와 소방방재청이 주관하는 범 국가차원의 재난대응 훈련으로 2005년부터 실시해 오고 있다.

전국의 400여 정부기관, 지자체 및 관련단체등이 참여하는 대응훈련의 목표는 ▲중앙사고수습본부 및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 강화 ▲대규모 복합재난 훈련으로 중앙과 지방의 임무와 역할 명확화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초기대응역량 강화 등이다. 첫날인 6일에는 풍수해 대응훈련, 7일에는 지진발생에 따른 복합재난 대응훈련, 8일에는 대규모해양오염사고 대응훈련이 전국 항만에서 각각 실시됐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지진과 태풍 등 각종 재난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지만 철저한 예방과 신속한 대응으로 부산항 안전 운영에 이상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히며 “자연재난 등을 포함한 모든 재난상황 발생에 대비해 전 직원이 훈련에 적극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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