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5 09:07

“2040년까지 반도체 장비물량 꽉 찼어요”

인터뷰 / 팬스타그룹 강상인 총괄사장
반도체 물류시장 주도…북극항로 8월22일 출항 목표


한일 간 카페리선을 운항 중인 국적선사 팬스타그룹이 반도체시장 활황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팬스타그룹 최고물류책임자(CLO)인 강상인 총괄사장은 기자와 만나 “현재 국내 반도체 산업이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HBM(고대역 메모리) 등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2040년까지 한일 간 반도체 장비 수송 물량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팬스타는 지난 2004년 말 국내 굴지의 반도체 회사인 H사와 장비 운송 계약을 직접 체결한 뒤 20여 년간 안정적인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엔 S사의 반도체 장비도 협력사와 제휴해 운송 중이다. 반도체 제조 장비와 노광기 등 초정밀 설비가 주력이다. 강상인 사장은 많을 경우 한 달에 8000~9000㎥(CBM)의 반도체 관련 화물을 수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수송에 주로 이용되는 보잉747 화물기로 따지면 수십 대분에 해당한다. 

반도체기업들, ‘신속·무진동’ 카페리 수송 관심

“일본 반도체 장비 제조사와 국내 반도체 기업을 연결하는 물류 파트너 역할을 수십 년째 하고 있다. 저희 회사가 카페리선을 정기 운항하는 오사카는 일본 내 물류 거점이다. 이런 입지를 활용해 일본 전역의 반도체 장비를 오사카에서 집화해 우리나라로 운송하고 있다.”

강 사장은 로로(RORO) 선박이 고가의 반도체 장비 수송에 최적이라고 강조했다. 화물을 차량에 적재한 상태로 하역하는 방식이어서 진동과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물 특성에 맞춰 무진동 특수차량을 이용하거나 벌크 형태로 수송할 수 있다는 것도 로로선의 장점이다. 팬스타는 반도체 장비가 늘어나자 지난해 도입한 최신예 카페리선 <팬스타미라클>호에 벌크 화물 전용 공간을 별도로 확보하는 한편 스테빌라이저(안정화 장치)를 강화해 진동을 크게 줄였다. 

 “일본에서 생산되는 H사 부품 대부분을 오사카에서 <팬스타미라클>호에 실어서 부산으로 들여오고 있다. S사 물량도 벤더사와 계약해 취급한다. 우리가 오사카에서 부산으로 반도체 장비를 수송하면 벤더사가 자체적으로 테스트한 후에 S사나 H사에 납품한다. 정기 운항과 신속한 선적 시스템을 활용해 고객의 생산 일정에 맞춰 안정적으로 운송을 지원하고 있다. 대형 제조 장비같이 항공운송이 어려운 화물은 저희 역할이 중요하다.”

강 사장은 카페리선을 이용한 반도체 물류가 항공 운송과 비교해도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관련 화물이 항공으로 운송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대형 제조 장비나 설비는 중량물이라 항공으로 수송하는 데 제약이 크고 비용도 높다. 또 고가의 정밀기기다보니 무엇보다 안정성과 정시성이 중요해 로로 선박을 선택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우리 팬스타는 로로 선박을 이용해 반복적인 하역 작업을 최소화하고 장비 손상 위험을 낮춰 고객의 신뢰를 얻고 있다. 그룹 내에 포워더(물류 계열사)도 있어서 화주가 요청하면 무진동 특수차량을 이용한 일관운송까지 지원한다. 단순히 해상운송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공장에서 목적지까지 운송하는 도어 투 도어(문전 연결) 솔루션까지 책임진다.”

강 사장은 앞으로 반도체 물량이 더욱 늘어날 걸로 내다봤다. H사의 경우 기존 이천·청주 공장에 더해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3년 안에 조성할 예정이고, 나아가 추가적인 생산시설 확장도 검토 중이다. 팬스타와 일본 법인인 산스타라인은 H사에 안정적으로 공급망을 지원하려고 상담과 컨설팅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산스타는 특히 한중일 구간을 운항하는 고속페리 서비스로 중국 다롄 공장에 납품되는 부품을 적시 운송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중일 고속페리서비스로 3각 물류 지원

“반도체 제조 장비는 한 번 설치하면 끝이 아니다.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과 공정 고도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교체하고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신규 장비의 반입과 기존 장비의 반출이 반복되는 구조라 제조 장비 물류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AI 확산으로 고성능 반도체 생산이 빠르게 증가해 제조 장비와 소재, 부품의 이동도 함께 늘고 있다.

HBM과 첨단 패키징 설비 등 고가 장비 운송이 증가하면서 안정성과 정시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물류 서비스가 더욱 주목받을 거라 생각한다. 실제로 안정적으로 선복과 운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화주들이 계속 늘고 있다.

팬스타에서 일본 도쿄 오사카와 우리나라 부산, 중국 웨이하이를 주 1회 오가는 로로선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일본에서 중국까지 해상으로 반도체 장비를 수송한 뒤 현지 내륙 물류망을 이용해 최종 도착지까지 전달하는 서비스를 협의하고 있다. 이 구상이 실현되면 항공에 비해 물류비 절감 효과가 매우 클 거라 본다. 더구나 현 정부에서 광주 공장 건설까지 발표하지 않았나? 이들 수요를 고려하면 향후 13~14년간 반도체 장비 물량이 꾸준히 들어올 거라 기대한다.”

강 사장은 반도체산업이 앞으로도 장기적으로 성장할 걸로 보고 이 분야에 대한 물류서비스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은 일시적인 호황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이다. 팬스타는 시장 변화에 맞춰 반도체, 배터리, 첨단 소재 등 고부가가치 화물 운송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는 선박만 운항하는 회사가 아니다. 해상운송을 중심으로 통관, 내륙운송, 무진동 특수운송까지 그룹 차원의 종합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일본 법인인 산스타라인은 자체 통관 면허를 보유하고 있어서 현지 화주들에게 다양한 물류 서비스를 지원한다. 반도체 기업들은 운송 과정이 복잡할수록 여러 업체를 이용하기보다 하나의 창구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받는 걸 선호한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저스트 인 타임(JIT, 적시 주문 생산) 산업 아닌가. 장비가 예정된 시간에 도착하지 않으면 설치 일정이 지연돼 수억 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 로로선과 카페리선을 이용해 20년 이상 반도체 물류를 성공적으로 벌여온 팬스타가 정시성과 안정성 면에서 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800TEU급 컨선 도입해 북극항로 시범운항

강 사장은 인터뷰에서 북극항로 개발 계획도 소개했다. 팬스타는 2800TEU급 컨테이너선 1척을 인수해 8월22일 부산항에서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설 예정이다. 8월 초 선박을 인도받아 북극항로 항해 규정에 맞춰 안전장치와 설비를 보강한 뒤 목표한 날짜에 선박을 띄운다는 구상이다. 북극항로를 경유해 부산에서 출발한 배가 독일 함부르크와 네덜란드 로테르담, 폴란드 그단스크를 들른 뒤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8월22일께 부산항에서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박이 출항할 예정이다. 현재 기존 (수에즈운하를 거치는) 항로는 이란 전쟁이나 예멘 반군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하지 않나? 반면 북극항로는 빙하를 제외하고 리스크가 없다. 특히 여름철엔 기온이 낮엔 영상 2도에서 9도, 저녁엔 0도 전후로 양호한 편이어서 선박 운항이 용이하다. 북극항로가 훌륭한 대안항로가 될 거라 생각한다.”

강상인 사장은 올해 시범운항을 한 차례 실시해 운항 데이터와 현지 환경 정보를 수집한 뒤 이를 토대로 내년에도 추가적인 시범운항에 나설 계획임을 시사했다.

“북극항로 개척이 현 정부의 중요한 대선 공약 아닌가? 부산에 본사를 둔 국적선사로서 정부 핵심 정책에 부응해 북극항로 개발에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 시범운항 동안 현지 날씨나 빙하 상태 등의 운항 데이터를 확보해 북극항로 활성화 자료로 활용하려고 한다.

시범운항을 준비하면서 한국과 일본 화주들이 북극항로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기존 유럽항로에 비해 운송기간이 절반으로 짧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희망봉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뱃길은 직항으로 40일 이상 소요된다. 일본에서 나가는 화물은 환적을 거치기 때문에 60일 걸려 유럽에 도착한다더라. 하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20~25일 정도면 충분하다. 북유럽과 폴란드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이나 선사 등을 접촉하고 있다. 이번 시범운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서 북극항로 활성화의 기반을 마련하고 싶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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