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금상선 컨테이너선이 인도네시아 해상에서 조난자를 구조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7월25일 인도네시아 아남바스 제도 인근 남중국해. 폭우로 시야가 막히고 2m 높이의 파도가 이는 바다 위에 구명뗏목 아슬아슬하게 표류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전복된 예인선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인도네시아 선원 4명이 탄 구명 장비였다.
조난 선원들은 불꽃신호탄을 쏘아올리고 구조를 요청했지만 배 두 척이 자신들을 발견하고도 그냥 지나가 극심한 상실감에 빠졌다.
발견한지 40분만에 구조 마쳐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건 말레이시아 페낭을 출발해 홍콩으로 향하던 장금상선의 2500TEU급 컨테이너선 <상하이보이저>(SHANGHAI VOYAGER)호였다. 이날 오후 3시47분께 당직 근무 중이던 <상하이보이저>호 2등 항해사가 전방 왼쪽에서 표류 중인 구명뗏목을 포착한 것이다.
항해사의 보고를 받고 곧장 선교(브리지)에 오른 이윤철 선장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뱃머리를 돌려 구조 작업에 착수할 것을 지시했다. 이 선장은 “우천으로 시정(視程)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구조 신호와 구명뗏목을 확인한 본선이 구조하는 게 당연하다고 판단해 즉시 구조 절차에 돌입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직접 방향타를 잡은 이 선장은 그동안 훈련한 내용에 맞춰 선원들과 함께 일사분란하게 조난자 구조에 나섰다. 길이 200m의 대형 컨테이너선이 폭우와 거친 파도 속에서 소형 구명뗏목을 우현에 붙이는 데 성공하자 선원들은 구명뗏목으로 신속하게 구조용 로프를 던졌고 조난자들은 로프를 생명줄로 삼아 무사히 거친 물살에서 빠져나왔다.
| ▲폭우가 쏟아지는 남중국해상에서 <상하이보이저>호 선원들이 로프를 건네 표류 중인 인도네시아 선원들을 구조하고 있다. |
조난자 4명 전원이 본선 갑판을 밟은 건 이날 오후 4시30분께. 구명뗏목을 발견한 지 40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지난 시점이었다. 구조 과정에서 단 한 명도 다치지 않은 것도 큰 성과였다.
구조된 사람들은 예인선 < TB AOM 787 >호 승무원 일행. 바지선을 예인하던 선박이 이날 오전 10시께 높은 파도와 강풍에 휘말려 전복되자 여권도 챙기지 못한 채 퇴선한 이들은 6시간을 넘는 사투 끝에 컨테이너선에 올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윤철 선장은 구조된 선원들에게서 앞서 배 두 척이 자신들을 보고도 그냥 지나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같은 선원으로서 조난자를 구조하지 않고 지나쳐 간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컨테이너선 선원들만 구조에 참여한 게 아니었다. 조난자를 발견했다는 보고를 받은 장금상선 본사 안전관리팀은 즉시 비상대응 절차를 가동해 구조된 선원의 건강 상태와 응급 처치 상황을 확인하고 신원을 파악해 인도네시아 구조조정본부(MRCC)에 알렸다.
특히 시간대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기록하는 등 구조 과정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도록 지원했다. 평소 반복해 온 비상대응 훈련과 안전교육으로 돌발 상황에서도 선박과 본사가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인니 구조당국, 장금상선측에 감사편지
장금상선이 감수한 부담도 적지 않았다. <상하이보이저>호는 당시 1860여 개의 화물을 싣고 다음 행선지로 이동 중이어서 일정이 빠듯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지 구조팀이 악천후로 출동하지 못하자 구조 지점에서 70해리(약 130km) 떨어진 마탁섬 북방 해상까지 이동해 26일 오전 12시48분 구조한 선원 4명을 현지 구조정에 인계했다. 조난자를 발견한 뒤 꼬박 9시간을 구조 작업에 쏟은 것이다.
| ▲구조된 선원이 본선 측면 사다리를 타고 갑판으로 오르고 있다. |
정시 운항이 생명인 정기 컨테이너선으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시안탄섬 테렘파 지역 병원으로 옮겨져 정밀검진을 받은 사고 선원들이 모두 건강한 걸로 확인되면서 뿌듯한 보람을 느꼈다고 이윤철 선장은 전했다.
인도네시아 합동구조조정본부(JRCC)는 구조 당일 컨테이너선에 공식 전자메일을 보내 “선장과 선원들의 신속한 대응과 지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장금상선 관계자는 “이번 구조는 평소 반복해 온 비상대응 훈련과 안전교육이 실제 바다 위에서 그대로 작동한 결과”라며 “해상 인명 안전은 회사가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가치인 만큼 일정 부담은 마땅히 감수해야 할 몫이며, 우리 선원들이 어느 바다에서든 주저 없이 같은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계속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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