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 는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의 원작 ‘피그말리온(Pigmalion)’을 각색하여 동명으로 1938년에 이미 영화화 됐던 작품이고 이어 1956년에도 주연을 맡은 ‘렉스 해리슨(Rax Harison)’과 ‘줄리 앤드류스 (Julie Andrews)가 열연,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로 공연되어 대성공을 거뒀던 작품이다.
제작 다음 해에 6개 부문에서 토니상을 수상하는 등 큰 흥행을 일궜다. 영국 노동당의 사상적 토대를 제공한 인물로도 알려진 ‘버나드 쇼’가 사망한 뒤는 뮤지컬로 개작되면서 원작에 구애받지 않고 각색되어 초연 당시는 2,700여회, 2년 뒤에도 2,300회 정도나 공연됐었고 다시 1980년에는 또 다른 각색으로 런던에서 ‘리타 길들이기’ 란 제목의 연극으로, 또 83년에는 무대극의 성공을 발판삼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었다. 20세기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철학자 ‘버트란드 럿셀(Burtrand Russell/1872~1970)’ 과 쌍벽을 이뤘던 ‘버나드 쇼’는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프로테스탄트 집안서 출생, 극작가 외에 소설가, 평론가, 수필가에 이어 웅변가와 화가로도 활약한, 다재다능한 천재적인 석학으로 명성 높은 문호였다. 정규교육 대신 대영박물관 도서관서 공부한 쇼.
이 영화는, 널리 알려진대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피그말리온’이라는 조각가가 자신이 만든 조각상을 너무나도 사랑하게 되자 그를 불쌍히 여긴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줬고, 이에 인간이 된 ‘갈라테이아’는 피그말리온의 아내가 된다는 원작에서 출발한다. 극작가 ‘버나드 쇼’ 는 이 그리스 신화에 딴지를 걸어 여성인 조각상의 입장은 고려치 않는 데에 문제의식을 제기하여 만든 연극이 바로 ‘피그말리온’이었고 몇 차례의 뮤지컬과 영화로의 작품 화 끝에 그가 타계한 뒤 드디어 1964년에 ‘오드리 헵번(Audrey Hephurn/1929~1993)’ 과 ‘렉스 해리슨’이 출연한 ‘마이 페어 레이디’가 영화로 제작됐던 것이다.
스토리는 거리의 꽃파는 처녀가 사교계의 공주로 등극하게 되는, 기본적으로 신데렐라 이야기 구조를 바탕으로 하여 환경이 인간을 결정한다는 생각을 깔고, 즉 어떤 성품을 가지고 태어났느냐가 아니라 어떤 환경 속에서 자랐냐에 따라 인간이 결정된다는 논리를 배경으로 삼고있다. 계급의 차이는 결국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주인공 ‘일라이자 토리틀’을 통해 입증한다. 언어학자인 ‘헨리 히긴스 교수’(렉스 해리슨 분)는 그의 절친한 친구인 ‘휴 피커링 대령’(윌프리드 하이드 화이트/Wilfrid Hyde White)과 묘한 내기를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즉 길거리에서 방황 하는 하층계급의 보잘것 없는 여인을 한 명 데려와 정해진 기간 안에 그녀를 교육시켜 우아하고 세련된 귀부인으로 만들어 놓겠다는 계획과 이의 실천이 바로 그것이다. 언어가 사람의 지위를 결정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 히긴스 교수는 자신이 6개월 정도만 가르치면 이상한 발음을 일삼는 ‘일라이자’일지라도 왕실 무도회에 참석할 정도로 완벽하고 우아한 숙녀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자신한다. 젊은 학창시절, 영문도 모르고 영문학 근처에 얼씬대며 언어학을 한다고 허송 세월을 낚아본 적이 있는 필자가 알기로도 영국의 발음은 확실히 조금 억세다. 영국도 우리나라 못잖게 굉장히 많은 사투리 발음이 있는데 그들은 이런 발음으로 은연중 계급층을 나누는 기준으로 삼기도 했던 것. 이 기막힌 내기의 실험 대상으로 선택된 여인이 바로 빈민가 출신으로 꽃을 파는 부랑녀 ‘일라이자’ (오드리 헵번)였다. 그녀는 히긴스 교수로부터 끊임없는 개인교습을 받게 되는데, 그녀 자신은 이 교육을 하나의 고문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처음엔 ‘스페인(Spain)’을 ‘스파인’으로 발음하던 ‘일라이자’가 점점 또박또박 정확한 발음을 하게 되고 마침내 히긴스 교수가 요구하는 중심 문장, “스페인에서 비는 평야에만 내린다(The Rain In Spain-Stays-Mainly In The Plain)”를 유창하게 구사하기에까지 이른다.
무식한 티가 나지않고 교양있고 우아한 문장을 구사하게 되면서 경마장과 여왕과의 파티장까지도 진출해 발음과 매너만으로 화려하게 인정받는 모습으로 놀라운 변신을 한다. 드디어 그녀에게서는 더 이상 투박한 런던 말씨와 촌스런 액센트를 들을 수 없게 되고 결국은 히긴스 교수의 이상적인 여인상으로 변화한 ‘일라이자’는 그의 멋진 사랑의 파트너가 된다는 클라이막스로까지 발전한다. 꽃파는 아가씨 ‘일라이자’가 상류층 사회에서 발음만으로 ‘헝가리 공주’ 인양 착각할 만큼 성공을 거두고 돌아온 뒤 교수와 대령이 자신을 내기 상대로만 여겼다고 생각한 그녀는 마침내 히긴스 교수의 집을 떠나게 되지만 그녀 없이는 삶을 이어갈 수 없다고 느끼는 교수는 ‘일라이자’를 찾아 해피엔딩을 맞는다. 1955년작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에서 ‘그레고리 펙’과 열연한 ‘오드리 헵번’의 커다란 눈과 짙은 눈썹과 흑빛 머리칼의 가녀린 미녀를 상기하면 다소 차이가 있고 뮤지컬에 걸맞잖다는 부정적인 면도 지적되지만 역시 앳된 헵번의 사랑스런 연기, 화사한 의상, 그리고 히긴스 교수의 오만함이 어우러져 러닝타임 170분이 지루하지 않았단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한편 어린 딸이 꽃을 팔아 버는 돈을 앗아 술을 마시고, 히긴스 교수로 부터도 돈을 뜯는, 꼴뵈기 싫은 그녀의 아버지는 크게 밉상이면서도 굉장히 현실적인 사람으로 계급상승을 위해 아등바등대지 않으며 욕심이 자신을 타락시킬 것이라는 고유의 철학을 갖고 하층계급에서 유유자적하는 케릭터가 계급적인 신분상승을 깔고 있는 신데렐라 이야기에 또 다른 삶의 방향을 제시하며 생각의 틈을 열어주는 역할을 해서, 필자의 컨셉과 맞아 떨어져 더욱 인상이 깊은 조연으로 기억에 오래 남는다.
‘씨저와 클레오파트라’, ‘악마의 제자’ 등 수십편의 희곡을 남겼고 ‘인간과 초인(Man and Superman)’으로 노벨문학상(1903)을 받기도 한 ‘버나드 쇼’는 그의 너무나 유명한,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어 (I kno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란 짧지만 강한 울림을 주는 자필 묘비명은 “그의 작품에는 이상주의와 인도주의 정신이 깃들어 있으며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풍자가 독특한 형태로 곳곳에 숨어 있다”고 스웨덴 한림원이 극찬한 그의 예술성 높은 작품성과 함께 더욱 세인의 뇌리에 오래 머문다. ‘서부전선 이상없다’(1930)와 함께 거장 ‘조지 쿠커(George Dwey Cukor)’ 감독이 만들었고 최근 ‘레 미저러블’로 화제에 오른 ‘앤 헤서웨이’ 주연으로 리메이크 될 예정이라고 하니 영화사에 화려한 족적만 남기고 지금은 전설로 남은 오드리헵번 이후, 나이든 필자로서는 마지막으로 다시 이 영화를 다시 볼 기회가 될 것 같아 기대 만으로도 벌써 마음 설렌다. 마이 페어 레이디!!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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