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YP그룹 설탕공장 전경 |
뉴스를 보면 심상치 않게 들려오는 단어 ‘식량 무기화’. 식량 무기화는 전세계적으로 이상기후 증세가 심화되면서 식량 자원의 감소 뿐만 아니라 각 국가들이 보호주의 명복으로 취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무한한 무기(농산물)을 보유하면서도 물류 환경이 열악해 발전이 더딘 국가가 바로 캄보디아다. 세계인들이 제일 많이 섭취하는 설탕, 쌀, 녹말료 작물은 캄보디아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어 물류 여건이 개선된다면 가난한 나라라는 오명을 벗고 충분히 도약할 수 있다.
지난 1월20일 캄보디아 최대 기업인 이용팟그룹(LYP그룹)의 사탕수수 제조공장을 취재했다. 프놈펜 시내에서 2시간 거리의 깜퐁스프에 위치해 있는 LYP그룹 사탕수수 제조공장에서 생산되는 설탕을 범주물류(PCF)가 오는 4월부터 영국 등으로 본격 수송을 맡게 됐다.
4월 영국으로의 첫 수출을 앞두고 포장백에 로슈가를 담는 테스트를 하고 있다 |
본지 기자가 탐방한 날, LYP 설탕공장에서는 로슈가(Raw Sugar)를 포장할 포장백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5가지 종류의 포장백이 준비돼 있었고 PCF와 LYP가 제작한 포장백으로 로슈가를 각각 담아보고 가장 효율적인 과정을 도출하고 있었다. 포장백의 크기는 약 너비 1m, 높이 1.4m의 크기로 최대 1톤을 투입할 수 있다.
LYP 설탕공장은 매우 훌륭한 공장 시설과 캄보디아 내에서 생산되는 사탕 수수의 물량의 뒷받침 등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췄지만 공장 내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아쉬운 점을 많이 나타냈다. 특히 현지인 숙련도가 매우 떨어진다는 것이다. 로슈가를 담는 포장백을 컨베이어를 통해 운송하는 과정에서 손발이 안맞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모든 물류과정이 톱니바퀴처럼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짧은 시간 내에 7만5천톤의 로슈가를 벌크선에 선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벌크화물을 유일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존 프놈펜항에서 LYP 설탕공장까지 설탕을 운송하기까지에는 거리가 편도 2시간이 넘었고 도로 수도 매우 적어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전무한 상태였고 상태 역시 매우 부실해 물류 환경이 너무 열악했다.
또 물류 운송을 맡게 된 회사가 모든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생산 이후의 모든 물류 제반 과정을 물류 회사가 책임지는 것도 물류 인프라의 부족과 경험 미숙에서 오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캄보디아에서는 최근 들어 농산물의 수출이 급등하면서부터 물류의 중요성을 알게 된 엘리트층의 젊은 물류인이 늘고 있다. 그들은 낮은 자세로 검증된 외국계 물류업체의 노하우를 보고 배우는 중이다. 앞으로 그들이 캄보디아 물류의 핵심 요인이 될 것임에는 두말할 나위 없다.
●인터뷰 / “세계 최고 카사바 수출 회사 목표”
앙코르 안타뉴 샘 시티사 사장 |
캄, 물류 인식 부족…교육 개선 의지 강조
캄보디아 내 카사바(녹말료 작물) 수출의 절대 강자 앙코르 안타뉴(Ankor Antanue)는 지난 2003년 설립돼 2006년 카사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앙코르 안타뉴는 캄보디아 내에서 카사바 취급 및 수출을 90% 이상 담당하는 절대적인 No.1 회사다. 이 회사의 직원 수는 본부에 21명, 4개 지사에 105명이 근무하고 있고 일용직이 300~400명 정도로 모두 합치면 500여명이 된다.
이 회사의 샘 시티사 사장은 군인 가문의 고위층 집안으로 프랑스에서 20년 가까이 살다 와 매우 서구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다. 그는 “올해 우리 회사의 카사바의 수출 물동량 목표는 5만톤”이라면서 “주로 중국에 많이 수출을 하고 있고 베트남이 그 뒤를 잇고 있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일본으로 수출되는 녹두와 숯(야자수활성탄) 물동량을 전량 독점하고 있다.
앙코르 안타뉴는 중국 이외에도 일본이나 유럽을 타깃으로 삼아 세계 제일의 카사바 수출 회사가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 목표를 향해 올해 카사바 집하장 2곳을 더 늘리고 전년대비 수출 증가 30%를 계획하는 등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샘 시티사 사장은 캄보디아의 미래 산업은 ‘물류’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 부문이 취약한 것을 매우 안타까워하며 “캄보디아 물류는 교육의 부재와 정부의 정책 업무가 원활하지 못해 손해보는 부분이 매우 크다”면서 “물류 과정에서 일어나는 후진성이 개선되는 교육이 잘 이뤄진다면 캄보디아는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5년 10년이 지나도 지금과 같은 물류 환경이 지속된다면 발전에 한계에 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국과는 아직 인연이 없지만 현지 한국 물류기업과의 신뢰를 쌓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앞으로 카사바나 여러 농산물들을 한국에 수출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인터뷰/ 캄보디아 쌀 수출 급증 ‘방긋’
ARPEC 데이비드 반 사무차장 |
캄 정부 적극 지원 절실
캄보디아 농무부 장관은 2012~2013에 있는 캄보디아 쌀 생산은 931만톤으로 2011~2012년 대비 6%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2012~2013년 캄보디아에서 생산된 정미(도정된 쌀) 수출은 2011~2012년 17만톤에서 17% 증가한 20만톤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캄보디아 정부는 2015년에는 100만톤 정미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캄보디아 정부가 정미 수출에 적극적인 이유에는 ARPEC(캄보디아 쌀 생산 및 수출연맹)의 데이비드 반 사무차장의 역할이 매우 컸다. 데이비드 반은 캄보디아에서 다섯 손가락에 안에 드는 실무형 농업 관련 정책 고문관이다.
그는 30년이 넘는 오랜 기간 개발공동체(ITC, UNCTAD, UNDP)와 국제 금융 기관들에서 일한 경험의 노하우로, 최근 들어 본격적인 농산물 수출을 시작한 캄보디아가 도약하는 데 큰 일조를 하고 있다. 프랑스와 캄보디아 시민권 모두 갖고 있는 데이비드 반는 캄보디아어를 비롯해 영어 불어 중국어 모두 유창하다. 굳건한 신뢰를 받고 있는 데이비드 반 덕분에 지난해 ARPEC는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개발은행을 통해 1천만달러를 차관제공을 받았다.
그는 “캄보디아 정미 수출이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책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류분야에 있어 개선점은 물론이거니와 쌀을 도정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산업용 전기의 가격을 대폭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왕겨를 태워 화력발전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것으로는 매우 부족한 편이다. 정미 수출에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태국과 베트남은 산업용 전기를 비롯해 정부에서 비용과 관련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인터뷰 내내 유쾌한 모습을 보인 데이비드 반은 “캄보디아는 이제 막 정미 수출에 눈을 떴기 때문에 다른 주변국보다 좀 더 리버럴하게 물류와 비용 등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면서 캄보디아 정부 당국의 유연한 모습을 기대했다.
< 한상권 기자 skhan@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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