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남 편집위원 |
야간도선 문제에 대해서는 시간을 다퉈가며 빠른 입항과 신속한 하역 및 선적, 그리고 지체없이 다음 항으로의 출항 등 시간이 막 바로 ‘돈’이라고 생각하는 선주와 ‘안전’이 우선해야 한다는 도선사들 간에는 의당 이견이 있게 마련이다.
선사들의 단체는 선박운항 효율성을 극대화 하기 위해 야간도선 제한규정의 완화를 끈질기게 주장하는가 하면 도선사 단체는 안전을 내세워 이에 쉽사리 응하기 어렵다고 고집하는 줄다리기식 엇박자는 필자가 이 업무를 보던 40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으리란 생각이다.
태풍이 와도 생명을 담보로 일엽편주 도선선(Pilot Boat)에서 까마득한 선교(船橋)를 2분대에 뛰어 오르기도 하는 신속한 승선동작을 보여야 한다고 치면 연중무휴 도선작업에 임할 수 있는 강건한 신체단련으로 건강한 체력유지 등 끊임없는 노력을 쏟는다 해도 전후 15도로 롤링하는 갑판위로 흔들거리는 그네뛰기라도 하듯 줄사다리를 오르내리는 건 예삿 일이 아니라는 게 여수항 홍종관 도선사(한국해대 항해과 27기)의 도선 현장 목소리다.
때로는 100m 단거리를 달리는 육상선수처럼 얼음이 얼어 미끄러운 도선선 갑판 위에서 핸드레일을 잡고 도선용 래더에 접근을 하면 하얗게 흩날리는 물거품(飛沫)을 덮어쓰기도 일쑤라고 인천항 조태호 도선사(한국해대 항해과 27기)는 고충을 털어놓기도 한다.
지금은 역사 속에 묻힌 조양상선에서 대양을 항해하는 대형선 선장을 거쳐 현재는 원양을 접고 일흔이 넘은 아직까지도 현역으로 일하고 있는 30년이 넘는 선장경력을 가진 내항선의 노선장, 일신해운의 ‘오용수캡틴(한국해대 항해과17기)’은 요즘도 필자와 자주 항해중인 브리지에서 통화를 하며 최근 들어 배들이 대형화 됨에 따라 9m 정도의 래더로는 도선사의 본선 탑승 커버를 못하기 때문에 연결사다리(Combination Ladder)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와 야간도선의 실제에 대해서도 소상하게 설명해주는 친절을 잊지 않았다.
항만마다 특수성이나 사정에 따라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요즘은 야간도선 제한규정이 예전보다는 완화되어 24시간 도선을 목표로 한다는 원칙 아래 웬만한 심야도선도 가능하다고 한다.
도선을 위한 첫 단계로 일단 도선사가 본선에 탑승하게 되면 우선 선장으로부터 선박 조종의 권한 일체를 인계받고 선박의 운항에 대해 항해사나 기관사 등에게 필요한 사항의 지시를 하게 된다
본선 선장과의 일사불란한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바탕으로 해서 각 직무 위치별 선원들과의 확실한 의사소통과 각 분야별 항만 종사자들과의 팀워크, 그리고 항만관제실 및 VTS와의 원활한 교신을 통해 당해 선박을 안전하게 부두에 접안시키기까지는 도선 중의 방심은 절대 금물이며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인천항 김명석 도선사(한국해대 항해과 26기)는 힘주어 강조한다.
가끔 강제도선을 면제받은 본선 선장이 직접 자력도선을 하는 선박들이 항행 교신없이 항로상에서 이상 방향으로 불쑥 돌입하여 가슴을 철렁이게 하는 예가 있어 소위 도선사, 본선, 예선 등 도선 삼위일체로 불리는 3박자가 방해를 받아 사고위험에 직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참고로 VTS(Vessel Traffic System)란 해상교통관제시스템으로서 선박통항의 안전과 효율성을 증진시키고 해양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항만과 출입항로를 항해하거나 이동하는 선박의 움직임을 RADAR, CCTV, VHF, AIS 등 첨단장비로 관찰하여 선장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의무를 면제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안전 운항을 위한 조언 또는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업무를 일컫는다고 울산지방해양항만청 항만물류과 양정해 계장은 친절히 설명해 준다.
현재 전국 14개 항만의 VTS센터에서 해상교통관제사들이 불철주야 해당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점차 관제구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중이라고도 했다.
문득 90년대 중반 당시만 해도 생소한 부산항 VTS시스템 설치를 위한 위치 선정을 두고 지방청과 업계와 학계가 장시간 협의 끝에 한국해대 뒷산으로 결정했던 일이 생각난다.
당시만 해도 필자가 당해 업무에 참여하면서도 이 시스템의 활용도는 미지수라 중차대한 실용성을 알 수 없었다. <계속> < 서대남 편집위원 dnsuh@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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