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은 국가의 사법기관인 법원에서 판사가 법률을 적용하여 판단하는 분쟁해결수단이지만, 중재는 당사자들이 지정하는 중재인들이 법률 이외에도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하는 주는 수단이다. 재판은 3심까지 하지만, 중재는 단심으로 종료되면서도 법원의 판결과 같은 동일한 효력이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해사중재는 해상사건만을 대상으로 하는 중재를 말한다. 영국, 미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은 모두 해사중재제도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한상사중재원에서 해상사건도 함께 다룬다.
대한상사중재원에서 2000년도 초반만하여도 1년에 10건도 되지 않던 해사중재사건이 2000년대 중반부터 20건 정도에 이르도록 숫자가 늘어났다. 이는 전체 1년 중재건수 약 300건의 7~8%를 차지하는 정도이다(2011년 323건중 19건).
런던해사중재는 1년간 4000여건이 접수되고 600여건의 판정이 내려진다. 싱가포르와 같은 경우에는 싱가포르중재원(SIAC)에서 30건 해사중재(SCMA)에서 12건 등 총 42건(2010년) 정도가 처리된다. 대형 3개 해운회사의 자료에 따르면 외국의 중재에서 처리되는 사건의 숫자는 년간 200여건이 된다(2010년 기준으로 용선 72건 중 국외처리 70건, 개품운송 99건중 95건 국외처리).
2년전 런던해사중재가 프로모션 차원의 행사를 조선호텔에서 하였고 이번 11월 14일 싱가포르해사중재가 명동 로얄호텔에서 또 행사를 하였다. 그리고 해마다 많은 영국변호사, 영국계 P&I 클럽이 한국을 방문하여 행사를 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해상사건의 규모가 상당하여 이를 자신들이 유치하기 위함에 목적이 있는 것이다. 줄잡아 계산하여보자. 중재사건 한 건에 1억원이 소요된다고 하면 200건이면 200억원이다. 전체 해운 조선 보험등을 모두 합쳐보면 그 수치는 상당할 것이다.
우리나라와 싱가포르해사중재의 차이점
대한 상사중재원에서 하는 해사중재와 싱가포르의 전문해사중재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난다.
첫째, 싱가포르에는 전업해사중재인들이 있다. 예컨대, The Arbitration Chamber가 대표적이다. 5명의 전업중재인이 있다(영국 런던은 물론이다). 변호사, 교수들이 본업을 폐업하고 중재인 회사를 만들어 해사중재만 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업해사중재인들은 한명도 없다.
대한상사중재원에 해사중재인 명부에 등재되어있지만 교수, 변호사, 해운회사 임원 등의 일을 하면서 중재인으로 지명되면 시간을 내어 중재에 임하게 된다. 전문성과 일에 대한 집중도에서 전업해사중재인이 더 신뢰를 받을 것은 자명하다.
둘째, 싱가포르해사중재에는 중재행정이 없기 때문에 행정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대한상사중재원의 조직이 있기 때문에 행정비용이 포함된다.
싱가포르해사중재에는 직원이 2명이다. 사무국장과 여직원 1명이다. 공간도 아주 작은 공간이다. 이것은 행정처리도 중재인이 행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중재서면도 중재인이 처리한다. 직원 2명에 대한 비용도 싱가포르해사재단에서 지급한다.
셋째, 중재인의 보수는 당사자들과 중재인 사이에 합의에 의하여 결정된다. 우리나라는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소가에 따라서 미리 정하여둔 요율표에 따른다. 국제중재의 경우에 중재인 보수가 많이 인상된 것은 사실이다.
싱가포르에서는 보통 변호사의 시간당 청구액과 비슷한 수준의 보수를 중재인이 당사자에게 청구한다. 우리나라 국내해사중재사건에서 중재인이 보통 받는 보수보다 10배 이상이 되는 수준이다.
이는 자신의 전문가로서의 시간당 청구요율과 동일하기 때문에 더 합리적으로 책임감있게 중재판단을 하게 된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해사중재의 발전방향
어떻게하면 우리나라 해사중재를 발전시킬 수 있을까?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수요자들이 우리나라를 해사중재의 해결장소로 선택할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전업해사중재인들의 양성이다. 우리나라의 해상변호사, 해상법 교수등 전문가들의 수준은 국제적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고 경험도 많기 때문에 국내해상사건이던 국제 해상사건이건 처리할 수 있는 분들이 여럿 있다. 이들이 전업해사중재인으로 나서는 것이다. 그렇게 되어야 런던해사중재와 싱가포르해사중재와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해상법관련 한국법정과 한국법이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나라 선주가 외국 용선자에게 한국법을 준거법으로 하자고 하는 경우에 외국선주가 용선계약과 관련하여 한국법이 어떤지 알려달라고 했을 때 우리가 제시할 마땅한 영어로 된 교재나 판례집이나 설명서가 없다.
이는 영국, 싱가포르 등과 큰 차이점이 나는 것이다. 이러한 인프라의 구축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다. 정기적으로 우리나라 해상판례를 신속히 외국에 소개하고 한국법에 대한 영어판 저서들을 출간하여야 한다. 이는 일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셋째, 해사중재를 위한 규칙이 만들어져야 한다. 해사중재원이 독립되건 아니면 현재의 대한상사중재원의 일부로서 존속되건 상관없이 런던해사중재와 싱가포르해사중재와 동일하게 당사자와 중재인의 의사에 따라 중재가 진행되는 형태의 규칙이 적용되도록 하여야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넷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싱가포르해사중재(SCMA)도 처음에는 싱가포르중재(SIAC)의 일부로서 출발하였지만, 런던해사중재와 경쟁하기 위하여는 이와 동일한 형태가 되어야 함을 깨닫고 싱가포르해사재단(SMF)를 만들어 재정적인 지원을 해사중재에 해줌으로써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맺음말
과거의 해사중재의 발전방향에는 중재기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필자는 대한상사중재원에서 특별한 해사중재규칙을 만들어서 런던해사중재 혹은 싱가포르해사중재와 동일한 정도의 편리성과 경쟁력을 갖추어 준다면 굳이 독립된 한국해사중재를 설립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현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한국법을 준거법으로 사용하고 국제해사중재가 한국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의 구축이 가장 큰 급선무로 생각된다. 그 중에서도 한국법을 외국에 소개하는 작업이다.
필자는 꾸준하게 외국의 저널과 각종 국제세미나등에서 영어로 우리의 판례와 해상법을 소개하는 작업을 하고있다. 필자 한사람의 노력으로 될 일은 아니다. 해운, 조선, 화주등 수요자는 물론이고 정부와 학계 법조계에서 관심을 가지고 적극 협조에 나서야 한다.
필자는 활성화를 위한 민간조직을 구성하여 10년 정도의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장기간 활동할 것을 제안하게 되었다. 2011년 11월28일 한국해법학회가 Korea P&I와 공동으로 한국해사법정 활성화의 밤을 개최하고 금년 11월14일 싱가포르해사중재의 세미나가 고려대학교 해상법연구센터, 한국해법학회, 대한상사중재원, 한국해운조합, 선주협회등 여러 단체의 후원으로 개최되어 한국의 해사중재의 발전을 위한 관심을 증폭시킨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런 노력들이 꾸준히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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