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수리비
영국의 해상보험법에 의하면 추정전손의 판단기준이 되는 수리비에는 그 손상을 수리하는데 직접적으로 소요되는 비용뿐 아니라 수리를 할 수 있는 항구까지 선박을 예인해 오는 비용, 수리를 할 수 있는 항구까지 올 수 있게 하기 위해 중간항에서 도크에 상가해 임시수리를 하는 비용, 또는 선급협회검사관의 수수료 등이 포함된다고 해석되고 있다.
위부 후에 수리비가 위부의 조건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하다는 것이 판명되더라도 위부가 행해질 때 존재하는 사실에 입각해 피보험자가 위부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며 따라서 위부 이후에 위부가 행해질 때의 사실에 대한 반증이 제시되더라도 결정적인 것으로 보아서는 아니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원고로서는 1996년 3월20일경 수리를 할 수 있는 항구까지 선박을 예인해 오는 비용, 수리를 할 수 있는 항구까지 올 수 있게 하기 위해 중간항에서 도크에 상가해 임시수리를 하는 비용, 또는 선급협회검사관의 수수료 등을 제외한 이 사건 선박의 손상에 대한 직접적인 수리비만으로도 미화 500,000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예상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3. 대법원 2002년 6월28일 선고, 2000다21062 판결
가. 영국 해상보험법상 기간보험에서의 감항능력
(1) 원심은 이 사건 선박은 사고 당시 이중저 발라스트 탱크의 격벽, 선저 외판 및 타축에 부식 또는 균열이 있는 등 해상운송에서 통상 일어날 수 있는 해상위험을 견뎌낼 수 있을 만큼 적합한 상태가 아니였으며 피보험자인 원고도 이를 알면서 항해를 하게 했으므로 피고는 면책돼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해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배척했다.
(2) 이 사건의 준거법이 되는 영국 해상보험법(Marine Insurance Act, 1906) 제39조 제4항은 ‘어느 선박이 부보된 해상사업에서 통상 일어날 수 있는 해상위험을 견디어낼 수 있을 만큼 모든 점에서 상당히 적합할 때에는 감항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고 규정하고 제39조 제5항은 ‘기간보험에서는 해상사업의 어떤 단계에서이든 선박이 감항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묵시적 담보가 없다.
그러나 피보험자가 선박이 감항능력이 없음을 알면서도 항해하게 했다면 보험자는 감항능력이 없음으로 인해 발생한 일체의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영국 해상보험법상의 법리에 의하면 해상보험의 경우 감항성 또는 감항능력은 ‘특정의 항해에서 통상적인 위험에 견딜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상대적인 개념으로서 어떤 선박이 감항성을 갖추고 있느냐의 여부를 확정하는 확정적이고 절대적인 기준은 없고 특정 항해에서의 특정한 사정에 따라 상대적으로 결정돼야 하며(대법원 1996년 10월11일 선고 94다60332 판결 참조),
항해보험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감항능력 불비로 인한 보험자의 면책을 인정하지만 기간보험의 경우에는 그러한 묵시적 담보가 인정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피보험자가 선박이 감항능력이 없음을 알면서도 항해하게 한 경우에 한해 보험자가 면책될 수 있다(대법원 2001년 5월15일 선고 99다26221 판결 참조).
따라서 이 법리에 의하면 선박기간보험에서 감항능력 결여로 인해 보험자가 면책되기 위해는 손해가 감항능력이 없음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어야 하고 피보험자가 감항능력이 없음을 알고 있어야 하며 이러한 감항능력의 결여와 보험사고 사이에 인과관계, 즉 손해의 일부나 전부가 감항능력이 없음으로 이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이 인정돼야 하되 이러한 요건에 대한 입증책임은 보험자가 부담한다.
그리고 면책요건으로서 피보험자의 악의는 영미법상의 개념으로서 피보험자가 선박의 감항능력 결여의 원인이 된 사실뿐 아니라, 그 원인된 사실로 인해 해당 선박이 통상적인 해상위험을 견디어낼 수 없게 된 사실, 즉 감항능력이 결여된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감항능력이 없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아는 것뿐 아니라, 감항능력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갖추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3) 이 사건에 돌아와 보건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선박은 사고 당시 21년 전인 1974년 1일에 건조돼 노후됐고 이 사건 보험증권상 보험개시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사단법인 한국선급으로부터 보험목적인 선박에 대한 현상검사를 받고 그 현상검사에 기재된 모든 지적사항을 이행하는 것을 명시적 담보조건으로 하고 있는 사실(갑 제2호증의 1 참조), 이 조건에 따라 1995년 11월2일 이 사건 선박은 부산항에서 선주 대표와 담당자들이 한국선급으로부터 선박의 기계 및 장비의 안전상태에 관한 확인 및 검증을 받았는데
그 결과 한국선급은 1995년 11월25일 ‘이 사건 선박은 그 선령에 비해 나쁜 상태로 유지됐고 1996년 5월2일까지 녹이 슨 기관의 모터 팬 덮개의 교체 등 23항목에 걸친 지적사항이 만족스럽게 이행된다면 항해에 제공될 수 있다’는 취지의 검증보고서(갑 제8호증)를 제출한 사실, 원고 회사는 1995년 11월2일부터 같은 달 28일까지 □□산업 등으로부터 제1호 발전기, 좌현과 우현의 건현표 등을 수리하거나 교체했으나 한국선급의 지적사항을 완전하게 수리한 바는 없는 사실,
1995년 11월10일 이 사건 선박의 1, 2, 3 이중저 발라스트 탱크가 부식으로 인해 매우 낮은 홀수에서도 균형을 잃을 위험이 있으므로 즉시 수리돼야 한다는 수리 신청이 있었는데도(갑 제10호증) 이 사건 보험사고 이전에 이와 같은 하자가 수리됐다는 흔적이 없는 사실(1995년 11월2일 한국선급에 의한 조사 당시까지는 이 부분에 통로가 없어 자세히 조사된 바 없다. (갑 제8호증의 수리요청사항 12항 참조).
이 사건 사고 직후 선박을 조사한 □□□사 작성의 서면에 의하면 선박조사 당시 선원들로부터 선장과 기관장이 선주에게 선박과 해상의 상태에 비추어 항해가 적당하지 않다는 것을 건의했다고 말한 사실(을 제11호증, 이 사건 사고 당시 선장 안○○도 증인으로 나와 이 사건 선박을 뉴잉코우항으로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선주에게 말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그 밖에도 전체적으로 이 사건 선박은 부식이 매우 심하고 선박의 타축, 타축지지 브라켓 등에 사고 이전 균열로 인한 용접 흔적까지 보이는 사실, 이 사건 선박의 화물적재중량은 1,601t인데 사고 당시 1,348t의 화물이 적재돼 거의 만재에 가까운 상태였던 사실 등이 인정된다.
(4)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선박은 사고 당시 감항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는 거의 모두 객관적인 사정들로서 선주인 원고가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선주인 원고에게 직접적인 수리요청까지 있었던 점으로 보아 위와 같은 감항능력의 부재에 대한 원고의 악의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심이 이에 관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선박기간보험의 경우에 감항능력의 부재로 인한 보험자의 면책에 관한 법리오해 및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해당 선박의 감항능력 부재와 피보험자인 원고의 악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기간보험의 경우 감항능력 부재로 인해 보험자가 면책되기 위해는 감항능력 부재와 보험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할 것인데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사고의 원인은 선박의 외판이 유빙과의 충돌로 구멍이 생겨 침수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될 뿐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은 이 사건 선박의 구체적 감항능력의 부재와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이고 달리 인과관계의 점을 인정할 증거를 찾아볼 수 없는 바 그렇다면 원심이 피고의 감항능력 부재로 인한 면책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 결론은 정당하므로 결국 상고이유 제1점은 이유가 없는 것으로 돌아간다. <계속> < 코리아쉬핑가제트 >
많이 본 기사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