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외항 해운기업들의 유동성난이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 2008년 글로벌 경기 침체 이후 외항선사들의 차입금 규모가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그 결과 금융권의 추가 대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황진회 해운시장분석센터장은 28일 열린 해운시황 세미나에서 현재 우리나라 해운기업의 유동성 위기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정부에 필요한 대책을 주문했다.
황 연구원은 선주협회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우리나라 외항선사의 단기 차입금은 1년 전에 비해 2.3배 늘어났다고 말했다. 국내 190여 개 외항업체의 단기 차입금은 2010년에 1조4978억원에서 지난해 3조3829억원으로 급증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라 세계 해운시장이 불황에 빠진 가운데 우리나라 해운기업도 시황악화, 유가 폭등, 신조선 인도에 따른 선가 부담, 적자 누적 등으로 심각한 유동성 문제를 안고 있다.
외항 해운기업의 유동성 문제는 유동비율에서 나타난다. 1년 이내에 회수가 예상되는 유동자산을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부채로 나눈 유동비율은 2011년에 99.1%를 기록했다. 유동비율이 200% 이상일 때 이상적인 것으로 판단한다. 현재 외항선사의 유동성 대응 여력은 정상치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해운기업이 시중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가 용이하지 않다는 데 있다. 해운위기 이후 국내 대형선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52개 해운기업이 폐업을 하면서 금융기관은 과거에 비해 해운기업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대출이 가능했던 BBB 신용등급 회사들도 최근 자금 확보를 못해 발을 구르는 상황이다. 신용등급이 최고 수준인 A 이상일 때에만 자금 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는 은행권이 해운산업의 생존이나 해운경기 변동에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며, 채권 회수를 목적으로 담보 증액 및 사재 출연을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황 센터장은 해운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채권 담보부 증권제도(Primary-CBO)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운업계도 P-CBO 발행이 가능하도록 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P-CBO란 여러 회사채를 담보로 발행하는 증권으로 다수의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신규로 발행하는 회사채를 증권사가 먼저 총액 인수해 이를 유동화 전문회사에 매각하고, 유동화 전문회사가 이를 기초로 발행하는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말한다.
토론자로 참석한 양홍근 선주협회 상무는 “올해 P-CBO문제를 금융당국에 건의해 논의가 이뤄졌으나 당시 컨테이너선 운임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차관회의에서 (도입이) 성사되지 못했다”고 뒷사정을 얘기했다.
국토해양부 해운정책과 김형대 서기관도 “연초에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P-CBO 도입이 성사 단계까지 갔다가 시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곤혹스런 상황이 된 적 있다”며 “평소에 관계기관에 해운에 대해 이해를 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에선 국적선사의 유동성 확보에 초점을 두고 정책을 펴 나가겠다”면서도 “금융수단을 직접 보유하지 않은 국토부로선 (정책 도입에) 한계가 있는데다, 위기 때마다 해운업을 지원하느냐는 다른 유관부처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는 말로 선사 자체적인 재무건전성 강화를 주문했다.
황 센터장은 최근 관세청이 2개 해운사를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자금세탁, 밀수입등의 혐의로 검거한 것과 관련 해운사의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관행에 대해 언급했다.
황 센터장은 해운산업에선 소유와 운영을 분리하는 전통에 따라 SPC를 설립해 리스크를 분산해 왔으며 특히 선박금융은 SPC가 기본 전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1선박 1선사 방식의 선박투자회사 설립은 해운업계의 오랜 관행이 되고 있다.
해운업계의 이 같은 선진 경영기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이유로 세무당국의 타깃이 되고 있는 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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