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문제가 국내 경제계에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한진해운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 중소선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1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이달 들어 부산 기점 한일항로 노선을 주1항차에서 주2항차로 확대했다.
한진해운은 지난 9일부터 컨테이너선 2척을 배선해 일본 한신(오사카∙고베) 노선인 KJ1과 게이힌(도쿄∙요코하마∙나고야) 노선인 KJ2를 스타트했다. 800TEU급 선박 1척으로 게이힌과 한신 지역을 통합 연결하던 기존 노선(KJS)을 분리해 경쟁력을 높인 것이다. 특히 KJ1은 기타큐슈 지역인 하카다와 모지까지 서비스 범위를 확대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신∙기타큐슈 노선인 KJ1엔 877TEU급 <매티스>(Mathis)호가, 게이힌 노선인 KJ2엔 907TEU급 <한진세마랑>(Hanjin Semarang 사진)호가 각각 운항중이다.
한진해운의 적극적인 행보에 한일항로를 주력으로 서비스 하고 있는 중소 컨테이너선사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중소선사들은 한일항로 취항선사 단체인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를 중심으로 한진해운측에 서비스 확대계획 철회를 호소해 왔다.
중소선사들이 실시하고 있는 선적상한제도(실링제도)에 한진해운이 들어온다면 서비스 개설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도 전달했다. 한진해운이 실링제도에 참여할 경우 운임붕괴 등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진해운은 중소선사들의 이 같은 요구를 모두 거부했다. “미주나 유럽항로로 연결되는 자사 환적화물의 원활한 수송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KNFC 탈퇴를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반응을 보이며 결국 노선확대를 결행했다.
다만 국토해양부까지 나서 중재를 시도하자 자사 환적화물을 제외한 로컬물량(한일간 수출입물량)을 월간 900TEU 이상 싣지 않는다는 상한선을 정하는 데 합의했다. 상한선은 한진해운이 기존에 이 항로에서 실어 왔던 물량보다 조금 더 많은 규모다.
이 같은 약속에도 불구하고 중소선사들은 여전히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마땅히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까닭이다. 특히 기타큐슈 지역을 특화 서비스해왔던 동진상선 남성해운 등은 한진해운의 신규 진입으로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 사례가 다른 글로벌 선사들의 한일항로 진출에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중소선사들의 가슴을 졸이게 하는 대목이다. 벌써부터 대형 원양선사들이 한일항로 취항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시장에서 감지되는 상황이다.
중소선사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은 이미 지난해에 한일항로에서 물동량을 2배 이상 늘렸던 터라 이번 서비스 확대에 중소선사들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이라며 “외국선사도 아니고 대형 국적선사가 나서 중소선사들의 작은 밥그릇까지 건드리려고 하는 것이냐” 고 안타까워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항로 개설은 신고사항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행정지도를 할 수 없어 중재를 했다” 며 “한진해운이 중소선사들을 배려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일단은 지켜봐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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