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 함부르크항만청 한국대표 |
3년 전(2009년)만해도 부산항에서 함부르크항에 짐을 보내는데 25일이면 가능했다. 이 때 컨테이너선의 항해속도는 22~24노트(knot)였다. 하지만 2012년 2월 기준 30일이 걸리고 속도는 16~17노트가 됐고, 앞으로도 계속 배의 속도는 떨어질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이와 같이 선대가 속도를 감속해서 운항하는 것을 ‘감속운항(Slow Steaming)’이라 한다. 물류 분야에서는 모든 것이 ‘스피드’를 지향하고 선박도 최신예 선박일수록 속도가 향상되는데 도대체 왜 배의 속도를 자기의 성능보다 감속해서 다니는지 궁금해진다. 더구나 앞으로 더욱 그런 경향이 심해질 것이라니….
그 이유는 지금처럼 저운임이 지속되는 때 배의 속도를 줄여 유류비라도 절약해 운항수지를 맞추어보려는 해운업계의 고민 때문이다. 배의 기름소모량은 스피드에 비례 상승하므로 1노트만 감속하더라도 엄청난 양의 기름을 절약할 수 있다(24~25노트에서 16~17노트로 30% 속도를 낮추면 최대 15%의 연료 절감 가능).
최초로 컨테이너선이 개발된 이후부터 그 속도는 점점 올라가기 시작해 24~26노트까지도 운항했지만 요즘에는 16~17노트까지 감속운항을 하는 것이 추세다.
몇 년 전 운임이 곤두박질치고 기름값이 치솟자 대형 선사들이 먼저 감속운항을 하기 시작했다. 이에 선사들은 이런 고유가?저운임 상황이 계속된다면 속도를 14노트까지도 낮춰 감속운항을 고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때 이러한 대형선사에게 선박을 용선해 주고 있는 선주들이 반대했었다.
그 이유는 20노트 이상으로 설계된 배를 감속운항 하게 되면 엔진에 이상이 생긴다는 우려 때문이었는데, 실제로 별 이상이 없음이 증명되자 최근에는 선주들도 감속운항에 반대하지는 않는 경향이다.
따라서 14노트까지 감속을 하더라도 엔진에 기술적인 이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 입증되고 감속운항을 하더라도 선박에 무리가 없다는 확신 하에 14노트 운항을 고려하겠다는 게 선사들의 입장인 것이다.
해운불황은 선복과잉과 운임하락, 그리고 고유가가 겹칠 때 일어난다. 그러므로 불황이 개선되려면 운임상승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운임인상이 먹혀들어가지 않을 때에는 배를 빼버리고 운항원가를 낮추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 때 감속운항을 하게 되면 늘어나는 항해일수 때문에 선척수를 줄이지 않고도 선척 수 감소 효과를 볼 수 있어 운임인상을 가능케 한다.
게다가 이는 기름값 절약으로 운항수지까지 개선할 수 있는 불황타개의 효과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금번 불황타개에는 감속운항이 대세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선사와 화주는 경제적 대위관계에 있다. 화주는 보다 빠른 수송을 원하고, 빠른 수송은 보다 많은 비용이 든다. 그래서 속도와 운임은 등과 배의 관계이다. 화주 입장에서 보면 감속운항이 바람직하지 않고, 선사의 입장에서는 감속운항을 수단으로 삼아서라도 생존해 불황을 견뎌내지 않으면 안 되니 그 어느 쪽에게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무조건 값을 깎으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화주들도 저운임만 요청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자각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정신으로 다가오는 3월의 운임인상이 성공적이기를 바란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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