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중공업의 '명품' 드릴십 |
부동의 1위 현대중공업과 작년 수주잔량 1위 탈환을 앞세운 삼성중공업 간 경쟁이 새해 벽두부터 난타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사는 수주 1위 경쟁과 함께 드릴십 시장의 주도권 확보 경쟁도 벌이고 있다.
최근 삼성중공업은 라이벌이 없다고 여겨지던 현대중공업을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드릴십과 LNG선, LNG-FPSO 등의 고부가가치선을 앞세워 격차를 좁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종합중공업회사’로의 도약을 위해 조선 비중을 줄이고 비조선 비중을 늘려 사업다각화와 함께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축을 하는 사이에 삼성중공업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수주잔량 부문에서 1위 자리를 빼앗는 등의 공세를 펴는 형국이다.
클락슨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작년 12월 수주잔량에서 836만4천CGT를 기록해 830만5천CGT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을 제쳤다. 특히 단일 조선소 기준으로는 현대중공업 울산소가 743만2천CGT에 그쳐 격차가 더 커진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해 8월 이후 5개월 연속 수주잔량 세계 1위를 지키며, 올해 115억달러의 수주목표를 세웠다. 작년 대만선사 에버그린으로부터 컨테이너선 20척을 수주하는 등 컨테이너선 신조에서 발군의 역량을 보인만큼 올해 역시 컨테이너선 수주 분야에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새해 유럽 선주사와 크루즈선 관련 수주 루머가 도는 등 크루즈선 관련 수주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삼성중공업의 반격에 응수라도 하듯 현대중공업은 연초부터 잇단 드릴십 수주로 ‘드릴십 원조’ 삼성중공업을 향한 반격을 개시했다.
|
현대중공업 도크전경 |
현대중공업은 올 초부터 미국 다이아몬드사와 노블 드릴링사와 각각 드릴십 1척과 2척(옵션 2척 미포함)등 총 4척의 신조계약을 체결하며, 신묘년 1월 중순까지 발주된 드릴십을 싹쓸이했다. 삼성중공업은 전 세계 드릴십 시장의 60% 가량을 점유한 드릴십 시장의 터줏대감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9년부터 선가 회복을 기다리며 시장을 관망하는 수익성 위주의 수주원칙을 고수했으나, 작년부터 점차 수주량을 늘려, 올해는 공격적인 수주로 수주잔량 1위를 수복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조선사별 신규 수주량은 현대중공업이 294만3천CGT를 기록해 삼성중공업의 269만7천CGT를 앞섰다. 지난해 52만2천CGT까지 격차가 벌어졌던 수주 잔량 부문과 지난해 12월 5만9천CGT까지 좁히는데 성공했다.
현대중공업의 올해 수주 목표는 198억달러로 이 중 절반을 해양설비 분야에서 내는 것이 현대중공업의 계획이다. 전통적인 강자로 군림하던 일반 상선 분야 수주를 포함하면 수주액은 삼성중공업을 넘어설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국내 1위와 2위 조선사들의 경쟁을 반기는 눈치다. 한 관계자는 “이 같은 고부가가치선종을 중심으로 한 경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지속될 수 있다면, 중국과의 세계 조선업 경쟁에서도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양사의 경쟁을 반겼다.
이 같은 선의의 경쟁은 연초부터 해운업계의 불황이 염려되는 가운데 후행산업인 조선업계가 시황을 두려워만 하지 않는 이유다.
<황태영 기자 tyhwang@ksg.co.kr>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