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22 09:42
내년 상반기중 한국대형조선사도 저가수주 나설 듯
조선사 수주잔량 2011년 4분기까지 유지될 전망
●●●교보증권이 최근 조선산업의 3분기 실적 분석을 통해 국내 조선사들을 조명, 눈길을 모았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금년 상반기 컨테이너선사들과 한국 조선사들의 선표조정 협상이 알려지며 부각됐다 잠잠해졌던 수주취소 우려감이 지난 9월말 CMA CGM의 정부지원 요청 과정에서 모라토리엄 설로 전해지며 재부각됐다.
교보증권은 선사가 부도가 나지 않는 한 수주취소는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컨테이너선사들의 어려운 상황 때문에 부도를 우려할 수 있지만 짐라인, CSAV, 하파그로이드, CMA CGM 등이 신주 상장, 선박매각, 조선사의 인도지연 일부 수용 및 수금방식 변경, 금융권의 지원, 정부 정책자금 지원으로 어려운 시기를 넘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CMA CGM과 비슷한 뉴스 흐름이 조선주 주가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지만 대규모 수주취소가 발생하며 조선사들의 수주잔량과 미래 영업가치를 훼손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판단이다.
선가 조정 또다른 위협
집중적으로 부각되고 있지는 않지만 수주취소와 맞먹는 또다른 위협은 바로 기존 발주계약에 대한 선가 조정이다. 선사들의 논리는 현재 선박가격이 고점대비 30~50% 떨어졌기 때문에 건조(스틸 커팅)에 들어가지 않은 선박은 기존 계약을 해지해 선수금(계약금액의 20%)을 포기해도 신규로 선박을 발주하는 것이 더 싸다는 것이다. 계산상으로는 맞지만 이렇게 할 수 없는 이유는 선박건조 계약에서 선사의 부도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수주취소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사들은 대신 선가의 일정부분 인하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
중국의 신생 및 중소형 조선사의 경우 비공식적으로 선가 인하를 허용했다는 외신보도가 나오고있다. 하지만 한국 대형 조선사들은 역사적으로 수주 물량에 대한 선가 인하를 허용해 준 경우가 없는데다 계약물량에 대한 선가 인하도 수주취소와 함께 그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조선사들은 올 상반기 컨테이너 선사들과 인도지연 및 납입지연 등의 협상을 통해 일정 부분 인도지연과 납입지연을 수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인도지연은 크게 두가지로 나뉠 수 있다. 공식적으로 보고된 선종변경으로 컨테이너선을 벌크선이나 탱커로 변경하며 인도시점도 기존보다 미뤄 준 경우와 공식적으로 공시되지는 않았지만 중도 선수금 수금시점이나 선박인도 시점을 일부 늦춰주는 형태다.
컨테이너선의 인도지연 수용에 따라 조선사들의 2010년 달러 기준 매출성장은 기존 건조계획의 16% 성장에서 7% 성장으로 낮아졌고 대신 2011년 매출성장은 기존의 -27%에서 -11%로 완화됐다. 즉, 인도지연 수용이 조선사들의 2010년 매출성장을 떨어뜨렸지만 그만큼 건조물량이 뒤쪽으로 옮겨가 백로그(수주잔고 지속기간) 길이는 더 길어지는 효과를 보게 됐다.
수주가 끊겼던 작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계속 신조선 계약을 받아 오며 매출성장을 이어갔다면 증설된 설비를 활용해 사상 최대의 매출액 성장을 지속할 수 있겠지만 수주 가뭄을 겪고 있는 불황기에는 오히려 백로그 길이가 길어지는 효과가 더 반가울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조선산업의 불황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는 수주잔량의 소진이다. 조선사별로 건조물량은 2012년까지 가지고 있지만 현 수준의 매출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백로그는 2011년 1분기에서 2011년 4분기까지인 것으로 파악된다. 금년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를 거치면서 정상적인 수준의 신규수주가 없다면 조선사들이 백로그 길이는 내년 여름에는 불과 1년에서 1년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수주 회복을 기다리며 백로그만 소진하고 있는 현 상황이 최대의 위기라는 지적이다.
교보증권은 올 9월 기준 조선사들의 수주잔량에서 조선사들의 1년치 매출액(2009년 매출액 추정치)을 나눠 백로그 길이를 산출했다. 조선사들의 1년치 매출액은 올 상반기 조선사별로 조선/해양사업부의 확정 매출액과 하반기 교보증권 매출액 추정치의 합으로 가정했다. 이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백로그 길이가 가장 길고 한진중공업은 가장 짧다.
백로그, 삼성重 가장 길어
내년 발주가 재개되더라도 현재의 운임수준과 선박금융 경색 국면에서 기대할 수 있는 신조 발주 규모는 조선사들의 건조가능 설비보다 작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선사들의 희망 발주 선가와 조선사들의 건조가능 선가 사이의 스프레드가 벌어져 있는 상태이면 이러한 바이어의 마켓에서는 결국 조선사들이 선가를 낮추고 선사들의 기대 선가에 가깝게 계약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금년 하반기와 2010년 상반기중 가장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던 한국의 대형 조선사들까지도 마진을 최대한 줄여 더 이상 할인 할 수 없는 선가 수준까지 낮추며 수주를 시작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 계약 물량들이 영업실적으로 연결되는 2012년에는 조선사들 수익성이 또다시 하강곡선을 그리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교보증권은 수주취소 위협, 선가 재조정 협상 등과 같은 실현 가능성이 낮은 리스크 요인보다는 할인 수주로 인해 2012년부터의 장기 실적 전망이 나쁘다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판단했다. 참고로 교보증권이 제시한 할인수주란 조선사들이 적자를 내면서까지 선박을 건조한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선박 건조시 예상되는 기대이익을 상당부분 포기하며 수주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경쟁사 대비 안정적이고 긴 백로그를 보유하고 있고 수주잔량 건조 선종의 포트폴리오 상 상선 수주 부담이 가장 적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먼저 할인 수주를 해야 할 유인이 적다. 따라서 삼성중공업은 경쟁사들이 먼저 선가의 바닥에서 선박을 수주한 이후에 원재료 상승이나 시황 회복에 따라 선가가 소폭 회복한 이후 수주를 재개할 수 있고 2012년 경쟁사보다 더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실적이 덜 망가지는 조선사를 선택해 투자할 것으로 제안하고 있다.
2010년 상반기 중 선가의 바닥을 형성하고 이후 원재료비 인상, 업황 개선에 따라 신 선가의 반등시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할인수주 시기에 먼저 수주하게 되는 쪽은 거의 BEP 수준의 일감을 2012년에 건조하게 되는 것이며 선가 회복기에 수주하는 선박은 그보다 나은 이익률을 시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후판가 인하 등 실질개선 요인
한편 올 3분기 조선사들의 영업실적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후판 투입단가 인하, 선가 인상분 신규 매출 편입과 같은 이익률 개선 요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3분기가 계절적으로 조업일수가 적었고 인도지연 일부 수용에 따른 공정진척률 하락,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라 환헤지 정책상 일부 노출된 부분에서는 원화기준 매출 및 이익률 상쇄요인도 함께 존재한다.
조선사들은 금년 2분기까지 무거운 짐을 내려놓기를 끝냈고 3분기부터 후판 투입단가 인하에 따른 이익개선을 누릴 전망이다. 이론적으로 금년 2분기 후판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이상이었기 때문에 3분기에만 25%내외의 후판 투입단가 하락으로 5%포인트 내외의 영업이익률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변수인 일정 지연에 따른 작업 지연, 기타 부자재의 가격 흐름에 따라 금년 3분기에는 영업이익률 상승효과가 조선사별로 0.9%포인트에서 1.5%포인트에 그칠 전망이다.
올 3분기에 진수를 해서 매출인식에서 사실상 빠지게 되는 선박과 신규로 스틸커팅 공정을 지나 영업실적으로 유입되는 선종을 그 수주시점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조선사들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2005년 및 2006년 수주했던 선박이 진수를 거쳐 매출에서 제외되고 2007년과 2008년 수주한 선박은 신규로 매출 비중이 커지고 있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가 제 2차 선가 인상 구간이었기 때문에 3분기에 2007년부터 수주한 일감의 매출인식이 확대되며 조선사들은 영업이익률 개선효과를 누릴 전망이다. 금년 3분기에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신규로 건조를 시작하는 선박의 수주시점이 상대적으로 최근이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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