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13 09:16
미국발 금융위기가 단초가 된 극심한 세계경제 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조선업계는 올들어 선주들의 발주취소 막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돈맥 현상의 심회로 자금조달이 사실상 힘든 데다 선가마저 크게 떨어져 선수금을 떼이더라도 발주를 취소하고 새롭게 계약을 맺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선주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조선업계는 선종변경 등 선주사들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면서까지 기존에 수주한 선박계약이 파기되는 것을 막는 데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특히 발주취소 도미노가 발생되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느 한곳에서라도 발주취소가 발생할 경우 발주취소 도미노’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조선업계에는 국내외 선주사들로부터 기존에 발주해 놓은 선박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 위축으로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기가 힘들어지고 있는데다 해운경기마저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모 조선산는 지난해 상반기 신규 선박을 수주하면서 맺었던 옵션계약이 단 한건도 행사되지 않았다. 옵션계약은 조선업체와 선주사가 선박계약을 체결할 때 선주사에게 수개월 후에 동일선종의 배를 같은 가격에 발주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
선주사는 계약 당시 가격으로 수개월 후에도 배를 발주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이고, 조선업체는 동일선박을 건조하기 때문에 설계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옵션계약은 통상적으로 선가가 높아지거나 선박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행사되는 경우가 많은 데 지금은 시황이 좋지 않아 거의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최근에는 옵션계약은 물론이고 기존에 수주한 선박이 취소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버거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조선ㆍ해운 시장조사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선박가격을 나타내는 선가지수는 지난해 9월 190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10월 186, 11월 179, 12월 177로 지난 2007년 말보다 낮아졌다. 선가가 크게 떨어지다 보니 선주사들이 선수금(전체 선박금액의 20%)을 떼이더라도 발주를 취소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전무는 “최근 후판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선박가격도 낮아져 선주사 입장에서는 발주계약을 취소하고 선수금을 떼이더라도 크게 손해를 보지는 않는다”며 “조선업체들도 발주취소를 막기 위해서는 가격인하, 선종변경, 인도기간 연장 등 선주사들의 다양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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