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16 11:20
베트남 기종점 동서기간항로 피더서비스망 구축
세계 물류기업들이 베트남에 몰려들고 있다. 베트남도 자국의 물류 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서는 등 인도차이나 반도가 새로운 물류 신천지로 떠오르고 있다. 정기 컨테이너선사들은 베트남을 오가는 화물을 잡기 위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고, 디피월드(DP World) 등 글로벌 터미널운영업체(GTO, Global Terminal Operator)도 베트남 항만개발에 분주하다. 예전부터 한국의 롯데마트, 프랑스의 버본그룹 등 세계적인 유통업체들도 베트남 소비시장을 공략하는 데 공들이고 있다.
1988년 이후 지금까지 70여개국이 베트남에 6,400건 이상 투자했고, 금액은 640억 달러를 넘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 금액(FDI)은 최근들어 가속도가 붙고 있다. 2005년에는 전년 대비(42억 달러)보다 40% 늘어난 58억 달러가 유입됐다. 베트남에 투자하는 나라가 한국, 일본, 타이완 등 대부분 아시아 국가라는 점도 특이하다. CI의자료에 따르면 이들 3개국은 주로 하이테크산업과 제조업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올해 들어 4월까지 3개국은 모두 118개 사업에 7억7,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전문가들은 정치적인 안정을 기반으로 외국인들의 투자 여건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베트남 투자 열기를 첫번째로 진단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점철됐던 부정적인 이미지를 털어내고 개혁.개방정책(도이모이정책)을 추진하며 투자 환경을 크게 개선했다. 최근 미국과 투자.무역 협정을 체결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외국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그동안 87개국과 양자 협정을 체결, 외국인의 베트남 진출을 간소화하고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두번째로 베트남 시장 자체에 대한 매력이다. 베트남 소비시장은 인구 8,400만 명이 버티고 잇을 정도로 탄탄하다. 2005년 외국의 한 시장 조사기관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은 구매 욕구를 기준으로 세계 8위의 이머징 마켓으로 분류됐다. 인도와 중국을 제외하고 아시아권 국가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이는 씀씀이가 큰 젊은 층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다는 점이다. 한달에 적어도 31달러 이상 소비하는 연령층이 22세에서 55세까지가 전 인구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이들의 소비성향도 슈퍼마켓이나 백화점을 선호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즉 소비시장 규모가 더욱 커진다는 의미다.
세번째로 베트남 진출에 따른 비용 부담이 낮다는 점이다. 베트남의 평균 매장임대비용은 중국, 인도, 싱가포르보다 훨씬 낮아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근로자 인건비가 낮고, 근면하며 기계 다루는 솜씨가 좋아 외국기업이 선호한다. 임금은 남중국 지역의 광둥성보다 50%정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외국 일부 제조업체들은 중국 집중화에 따른 위험분산차원에서 베트남에 진출하는 등 베트남에 대한 선호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세계무역기구협정(WTO) 가입의 가시화 등으로 교역 자유화가 크게 진전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WTO회원국이 되면 관세 인하 등 투자 및 교역 여건이 지금보다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당초 베트남은 2006년 상반기 WTO에 가입하려고 했는데 여타 사정으로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하지만 거의 확정적인 상태며 베트남이 속해 있는 아세안이 이 협정에 따라 주요 제품 관세를 올해 안에 5% 인하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베트남을 아시아 역내 생산.수출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외국 투자기업에는 득될 것은 분명하다.
글로벌 선사들, 베트남 운송서비스 확대
베트남이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면서 이곳을 찾는 외국 선사의 해상 서비스도 크게 늘고 있다. 유럽과 미국으로 나가는 컨테이너 물동량이 늘면서 프랑스 CMA-CGM, 홍콩 OOCL, 일본 MOL 등 베트남을 기종점으로 하는 동서기간항로 피더서비스망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한진해운도 STX팬오션과 손잡고 이같은 서비스 대열에 합류했다.
베트남 해상운송서비스는 NYK, OOCL, APL, COSCO 등 베트남 북부 하이퐁(카이란) 항만이나 남부 호치민 항만을 중심으로 기항하면서 인근 지역에 있는 아시아 허브항만으로 짐을 옮긴 뒤 유럽이나 미국항만으로 환적 운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유럽과 북미주를 잇는 동서 기간항로 피더서비스망'과 '아시아 역내서비스 네트워크'로 크게 양분돼있다. 최근 들어 베트남 수출입 물동량이 큰 폭으로 신장세를 보이나 주요 항로인 유럽과 미국 물동량은 2005년 각각 28만7,000TEU, 22만6,000TEU에 지나지 않아, 선박 취항은 증가하고 있지만 베트남 해운시장의 규모는 아직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베트남을 연결하는 역내 해상운송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아세안 10개국이 단계적으로 관세를 낮추고 베트남에 수출하는 원자재물량이 늘어났는데, 이는 올해 5월까지의 아시아 역내 교역 물동량이 전년 동기대비 30% 증가했다. 이에 일본선사의 경우 베트남과 다른 아시아국가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고, 베트남 북부지역의 컨테이너 화물을 주로 운송하는 일본선사 MOL은 베트남 해운서비스시장을 밝게 보고 역내 서비스를 더욱 넓힌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항만개발, 외극기업.선사 각축장
베트남 물류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터미널 운영업체와 선사 등 물류기업들도 경쟁적으로 베트남 컨테이너 터미널 개발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 베트남의 컨테이너 화물은 베트남 국제컨테이너터마널, 카이라이터미널, 하이퐁항만에서 주로 처리된다. 베트남 정부는 이 시설로는 연간 자국의 GDP 성장률 7.8%~8%를 따라 잡을 수 없다고 보고 항만 건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KMI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호치민시 주변지역의 항만 개발에 거의 모든 글로벌 물류업체들이 달려들고 있다. 디피월드는 사이공프리미어 컨테이너터미널을 개발하고 있는데 모두 4개의 선석으로 구성돼 있고, 이 중 2개 선석은 2008년부터 운영된다. 머스크그룹의 에이피엠터미널(APMT)이 사이공 항만공사와 호치민시 남쪽의 카이멥 지역에 연간 100만TEU를 처리할 수 있는 심수 컨테이너터미널을, 미국의 SSA머린과 사이공터미널이 합작으로 티 바이지역의 카이멥에 135만TEU를 처리할 수 있는 컨테이너터미널을 건설하기로 하는 등 호치민시 주변 항만개발에 많은 물류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日기업들 가장 적극적
중부지역의 경우 일본 스미토모 종합상사가 반퐁베이(Van Phong Bay)자유무역지역에 2020년까지 컨테이너 터미널 41개 선석을 건설할 예정이며, 완료되면 연간 1,700만TEU에 달하는 컨테이너 물동량을 처리하고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이 접안할 수 있게 된다.
NYK는 원양선사로는 처음으로 북부 하이퐁 항만에 직기항하는 것은 물론 카이멥 지역에 항만을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MOL도 선사로는 처음으로 100% 단독 출자해 최근 베트남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베트남 교통부 해사국이 조만간 개설하는 국립선원훈련센터와 기술적인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베트남 출신 선원을 고용하기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투자해야
전문가들은 베트남 물류시장의 가능성을 밝게 보는 또 하나의 이유는 베트남이 인근의 인도차이나로 연결되는 국제적인 물류통로하는 점이 글로벌 제조업체 및 물류기업의 진출의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와 같은 유엔기구가 주도하는 철도, 도로 등 내륙 인프라 개선사업이 진전되면 베트남이 이 지역 물류 중심지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고, 지리적으로 동서기간항로에 위치한 점도 베트남 물류시장의 큰 장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물류시장에서 큰 과실을 거두기엔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있다. 이 지역에 진출한 선사들은 선사 간 운임경쟁이 심하고 수출입 컨테이너 물량 사이의 불균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지역 화물 수출은 반덤핑 규제조치로 물량증대를 기대하고 서비스를 늘렸던 원양 선사가 가장 많이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에 비해 유럽행 운임이 적어도 TEU당 300~400달러 정도 떨어졌다. 특히 이곳은 아직 피더서비스로 수출화물을 운송하는 사례가 많아 글로벌 선사가 이윤을 내기 쉽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미국 수출 화물은 성장세가 워낙 강하고, 최근 베트남과 미국 사이에 투자.무역 협정을 맺은 효과가 점차 가시화될 것이므로 운임 하락을 크게 우려한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KMI의 최재선 부연구위원은 분석하고 있다. 즉 수출지역의 여건과 사정에 따라 크게 영향받는 곳이 오늘의 베트남 물류시장의 현실이므로 장기적 관점에서라면 몰라도 철저한 시장조사 없이 눈앞의 개발 붐을 타고 베트남에 진출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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