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5-19 13:15

인터뷰/황해객화선사협의회 이우극 회장

한중 카훼리선사 운영 활성화 및 수익성 제고에 총력 기울일 터

중국인 비자발급 간소화, 자동차 여행 허용돼야
카훼리선 소석률 10% 이상 급감 등 업계 불황 심화




이우극 황해객화선사협의회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카훼리선사들의 어려움을 가감없이 토로했다.
인천-중국항로에서 컨테이너선이 들어온 이후 카훼리서비스의 운임은 20%이상 곤두박질 쳤고, 소석률은 30~40%내외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나마 한국에 본사를 두고 있던 범영훼리는 지분이 중국쪽으로 다 넘어가 중국소유 회사가 되고 말았다고 현재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카훼리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 중국인들에 대한 비자발급이 간소화돼야하고, 카훼리를 이용한 자동차여행이 가능해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산동성에 대한 대대적 홍보로 수학여행객 유치 등 여객 증가를 위한 계획도 설명했다.
그는 최근 개설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평택-연운항간 카훼리서비스에 대해선 인접 서비스인 평택-일조간 서비스와의 경쟁에 따른 피해를 우려, 협의회차원의 공식입장은 ‘동의하지 않는다’로 정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


Question 작년 인천-중국간 항로에 컨테이너선이 취항한 이후 카훼리업계의 상황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최근 상황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요즘 카훼리선사들 많이 어렵습니다. 작년 인천/중국항로에 컨테이너선이 들어오면서 낮은 운임을 바탕으로 카훼리선사들의 짐을 많이 가져갔습니다. 카훼리서비스는 비용면에서 컨테이너선과 경쟁이 되질 않습니다. 인천-천진항로의 경우 일단 배값이 컨테이너선보다 5배 비쌉니다. 또 덩치가 큰 만큼 기름값도 5배 이상 많이 들어가 전체 운항비용도 「컨」선보다 5배 많이 소요됩니다.
따라서 여객을 수송해서 비용상쇄를 한다 쳐도 화물 운임이 「컨」선보다 최소 2~3배 정도는 더 비쌀 수 밖에 없는 거죠. 예를 들어 20피트 컨테이너 한개당 컨테이너선이 200~300달러 받는다면 카훼리선은 500달러 이상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컨테이너선이 취항하면서 운임까지 불안해져서 계속 다운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컨테이너선과의 경쟁은 힘겨울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들어 카훼리선의 소석률(선복대비 화물선적 비율)은 30~40%에 머물고 있는 실정입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50%를 넘어섰음을 감안할 때 컨테이너선 취항에 따른 물량 감소폭이 두드러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사들도 ‘죽을 맛’이라고까지 하면서 힘든 점을 토로합니다.”


Question 카훼리선사의 특징은 한중합작이라 중국쪽도 많이 어려울 텐데요. 중국측의 입장은 어떤가요?

“범영훼리 지분이 중국으로 다 넘어가서 이젠 완전 중국회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현재 한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업체는 우리 진천훼리와 대인훼리 둘 뿐입니다. 중국은 시나 민간재벌들이 카훼리선사들을 운영합니다. 그들은 당장의 손익계산엔 관심이 없습니다. 미래를 내다보고 하는 거죠.
그들에겐 중국에서 본사를 운영하게 되면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중국의 독점 지배를 받게 되기 때문에 한국의 간섭을 받을 필요도 없고, 비용도 적게 들게 됩니다. 비싼 임금의 한국인 대신 중국인들을 쓰기 때문이죠. 따라서 중국은 한중합작이던 회사들을 인수해 한국엔 대리점 체제로 가져가려는 움직임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회사는 적자에 허덕여도 시장에서 퇴출되진 않습니다. 다만 투자자가 바뀌거나 중국쪽으로 넘어갈 뿐이죠.”


Question 카훼리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여객과 화물을 동시에 나르는 것인데요. 따라서 컨테이너선 취항에 따른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한 활로는 적극적인 여객유치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여객 유치방안으로 수학여행객 유치에 힘쓰고 있습니다. 산동성 지역은 유구한 역사를 통해 훌륭한 성현과 수많은 영웅호걸들의 활동무대가 됐던 곳으로 우리 청소년들에겐 여행 자체가 한권의 살아있는 역사교과서가 될 것입니다. 중국엔 ‘예로부터 훌륭한 사내는 산동에서 나온다’(自古山東出好漢)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산동성은 현인들을 많이 배출했습니다. 공자, 맹자를 비롯해 손자병법의 손자까지 오늘날 중국 사상사에 근간을 이루는 제자백가들이 대부분 산동출신이죠.

산동성 명승고적 많아 수학여행코스 최적지

이런 이유로 산동성엔 역사적으로 유명한 명승고적이 많은데다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까워 한국 청소년들의 코스로는 그야말로 최적의 여행지입니다. 석도에 위치한 장보고가 세운 사찰 ‘적산법화원’, 위해 앞바다에 있는 한국 점유권 쟁탈을 위해 벌였던 청일전쟁 유적지 ‘유공도’, 영성엔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기 위해 두번이나 와서 제를 올렸다는 중국 최동단의 ‘성산두’, 중국 북송 말에 일어난 전진교의 발상지인 ‘성수관’, 유교창시자인 공자의 유적지인 ‘공묘, 공림, 공부’를 비롯해,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로 시작되는 양사언의 시조로 유명한 태산 등 너무나 많은 관광지들이 우리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산동성은 또 한국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지역이기 때문에 한국기업의 중국 진출현황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견학함으로써 단순한 여행의 차원을 넘어 글로벌 시대에 국제화 시각을 키울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행중에 쉽게 접할 수 있는 값싼 농산물 등을 직접 구매하는 등 청소년들이 소무역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전 해양소년단 중국견학에서 청소년들에게 농산물 가격의 양국 차이를 일깨우면서 무역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적이 있습니다.
여객유치는 바람이 불면 가능합니다. 저희 카훼리 선사들은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중국여행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11월에 방송사에서 장보고 다큐멘터리 방송을 기획중인데, 이런 것들이 맞물려 중국여행붐이 불면 여객 수요가 많이 늘 것이라 예상됩니다.
산동성의 카훼리 여행 경비는 예전엔 3박4일 기준으로 40~50만원 정도 들었는데, 최근 들어선 20~30만원대까지 가능해졌습니다. 국내여행경비로 외국여행을 하는 거죠.”


Question 카훼리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현안이 무엇입니까?

“카훼리가 활성화되려면 한국인이 중국을 마음대로 드나들 듯 중국인들도 한국여행이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현재 중국측은 선상비자 발급으로 한국인들의 카훼리여행을 간편하게 제도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중국인이나 조선족들의 불법체류자 양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비자발급을 까다롭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인들의 카훼리여행은 한국인들만큼 쉽지가 않죠. 이런 문제를 현재 외교통상부나 해양부 등과 협의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카훼리 본연의 역할인 자동차여행이 가능해져야 합니다. 자동차를 가지고 중국여행을 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많은 한국여행객들이 중국을 찾게 될 겁니다. 즉 방법은 2가지입니다. 중국사람들이 자유롭게 우리나라를 오가야 하고 자동차 여행이 가능해져야 한다는 겁니다. 그때 컨테이너선이 개방됐어야 하는 거죠. 그렇다면 이처럼 어렵진 않았을 겁니다.”


Question 지난 4월 인천해양청에서 발표한 카훼리 실적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개방 이후로 물량 감소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카훼리 서비스가 방어에 성공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까?

“실적이 생각보다 많이 줄지 않은 것은 운송료가 많이 내려갔기 때문입니다. 「컨」선 개방 이후로 카훼리 운임이 20%이상 내려갔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운송원가도 안나오는 상황이 된 것이죠. 하주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운송료도 적정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덤핑관행에 따라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전체 물류 흐름에서 좋지 않습니다. 동반자적 관계가 중요합니다.
하주들이 아직까지 컨테이너선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도 한 이유입니다. 컨테이너선은 카훼리에 비해 운송시간이 1~2일 더 걸리고 선박규모가 작아 해상기후에 따라 휴항이나 회항 등 스케줄이 유동적이라는 취약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컨」선보다 운송시간이 월등히 빠르고 서비스품질도 좋은 카훼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Question 현재 평택-연운간 서비스 개설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이와 관련 기존 평택 서비스에 피해를 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평택-연운항이 개설되면 현재 운항중인 평택-일조서비스는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그나마 우리 대룡해운은 평택-영성이라 연운항과 조금 떨어져 있어 그 피해를 비껴갈 수 있으리라 예상되지만 이미 평택은 두개 서비스가 취항중이기 때문에 목포-연운, 혹은 군산-연운 등으로 모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각 지역별 한개 서비스만 운항되고 있습니다. 각 지역의 고른 발전과 분배를 도모하고 과잉경쟁을 막기 위해서죠. 우리도 이런 항만 정책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우리 황해객화선사협의회의 공식입장은 “동의 못한다”입니다. 기존 서비스에 영향을 안주면 괜찮지만 피해를 가져온다면 고려해봐야 하는 겁니다.”

카훼리선 항비·하역비 감면 지적도

Question 마지막으로 관계당국에 한마디 해주십시오.

“앞서 말한 자동차 여행과 중국인에 대한 비자발급 간소화외에 몇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카훼리선은 RO-RO선입니다. 따라서 외국처럼 항비와 하역비를 감면해줘야 합니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차로 적양하를 하거니와 일반 컨선보다 간단한 절차로 하역이 이뤄짐에도 인센티브가 없다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이와 함께 강제도선료도 면제돼야 합니다. 현재 국적선의 기준을 한국선박에 한국 선장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현실과 많이 동떨어져 있습니다. 이와 함께 홍콩이나 다른 외국의 경우처럼 공해상에서의 선박내 행위에 대한 규제도 풀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카훼리의 장점이 제 기능을 다할 때 비행기와 여객경쟁을 벌일 수 있는 거죠.”

<이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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