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2-16 09:48

<사설>세계경제흐름에 동승하자

우리나라가 세계경제흐름를 무시한 미아(迷兒)로 전락해 외톨이 신세가 되지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스쳐간다. 세계 각국은 FTA(자유무역협정)체결을 통해 자국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교역확대에 매진하고 있는 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으니 걱정이 태산이다.
국회는 지난 9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처리를 무산시킴으로써 우려가 현실속 위기감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칠레가 지난달 상원에서 비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상황에서 우리 국회의 비준안 처리 무산은 한국의 국가신인도 하락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여 심히 우려된다.
세계무역기구(WTO) 146개 회원국 가운데 현재까지 한건의 FTA도 발효시키지 못한 국가는 우리나라와 몽골 2개국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의존도가 70%에 달하는 우리나라가 국제 통상의 큰 흐름을 거스르고 철저히 소외돼 있는 꼴이다.
한-칠레 FTA비준 지연은 한국정부가 추진중인 일본, 싱가포르, 멕시코 등 여타국가와의 FTA 체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FTA체결국간에 특혜를 주는 무역은 지난 2000년기준으로 세계 무역에서 65%를 차지했다. 자유무역협정 무대에서 소외되면 경쟁국에 비해 부담을 크게 안고 수출해야만 한다.
우리 상품은 이미 한-칠레 FTA지연으로 칠레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것이 산자부 등의 조사자료에서 밝혀지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칠레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은 18.8%를 기록, 지난 2002년의 20.5%보다 1.7%포인트 감소함으로써 수출차질액이 약 265억원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 휴대폰과 컬러TV, 전자레인지 등 가전제품의 칠레내 수입 시장점유율도 일제히 급락해 우리업계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산자부는 한-칠레 FTA 체결이 계속 지연될 경우 미국 등 칠레와 FTA가 체결된 국가와의 경합품목에서 10~20%의 수출이 잠식됨으로써 연간 약 600억원의 수출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산자부는 또 멕시코 정부가 올해 1월 1일부터 한국 등 FTA 미체결국産 타이어에 대해 종전 23% 수준이던 관세를 종량세로 변경하면서 평균 48%로 인상해 현재 약 96억원의 수출차질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멕시코 정부가 자동차에 대해서도 FTA 미체결국에 대해 50%의 고율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향후 한국산 자동차의 멕시코 시장 진출이 거의 불가능해진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곧바로 중남미지역 수출업체에 큰 타격을 주고 해운업계에도 직, 간접적인 영향을 미쳐 관련항로 시황에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큰 것이다.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주요 교역국과의 FTA체결을 통한 공생도모가 매우 중요하다. 동북아 경제중심국, 물류중심국을 논하기에 앞서 세계경제흐름을 제대로 읽고 이에 맞는 정책이 물류와 같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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