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28 15:52
전망대/ 택배사업 호황 힘입어 관련기업 진출의사 타진
택배사업 호황 힘입어 관련기업 진출의사 타진
LG홈쇼핑 부상에 조심스런 시장변화 예상돼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줄기차게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홈쇼핑과 전자상거래, 이른바 무점포 판매업의 약진에 힘입어 매년 물류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 우체국이나 대기업 차원에서 택배사업에 뛰어들려는 움직임까지 더해져 머지않아 새로운 판세변화도 예상된다. 특히 지난 2월말 TV홈쇼핑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LG홈쇼핑의 택배사업 진출에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물류의 꽃이라 불리는 택배업계의 새 판짜기가 가시화되는 듯도 했다.
조심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택배산업의 구조개편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이른바 택배 4강이라 불리는 업체들을 제외하고서라도 삼성HTH, 아주택배, 우정사업본부 등은 나름대로 시장진입의 가능성을 밝게 보고 도전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최근 몇 년간 가장 많이 회자되었던 이름들이다.
삼성물산의 물량을 기반으로 하는 삼성HTH는 자사의 택배사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여왔고, 아주택배 역시 냉장·냉동택배라는 특화전략을 들고 시장에 진입해 있는 상태다. 우정사업본부는 전국 우체국 망을 통해 택배업무를 소화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각자 나름대로 물량과 시장점유율 확보 면에서 어느 정도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한진택배, 대한통운, 현대택배, CJ GLS 등에는 그다지 위협이 되진 않았다.
택배사업의 요체를 하드웨어적 인프라에 국한시켜 논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결국 물류센터나 차량 등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수단적 요소 이외에 인적, 기술적 요소 등 요구되는 사안은 너무나도 많다.
특히 근래 들어 택배사업은 전통적인 개인고객 위주의 서비스 개념보다 기업고객을 유치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이를 통해 자사의 매출과 위상을 동시에 올리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기업고객을 유치해 일정 물량을 소화할 수 있다면 초기 사업단계에서 충분히 모험을 걸어 볼만하다는 말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물량에 따라 새로운 택배 회사의 출현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지난 2월 28일 LG홈쇼핑은 주총을 통해 올해 목적사업에 택배·배달운송과 다단계 판매업을 포함시켰다. 국내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는 LG홈쇼핑의 택배사업 진출계획은 바로 이를 반증하는 것이다.
기존 택배업체에 지분을 참여하는 방식으로 공동주주의 자리를 점하겠다는 차원이 아니고 독자적인 사업영역을 구축하겠다고 하면 결국 자회사를 설립하는 쪽으로 기울게 될 것이다. 여기서 한진택배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 이 회사는 전체 물량의 30% 가량이 LG홈쇼핑을 통해서 나오고 있다. 이를 정확한 수치로 풀어 말하기에 앞서 물량 의존도 자체가 높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허나 이러한 변화를 가시적인 단계에서 논하기는 여전히 무리가 있고, 일각에서는 택배산업 자체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있어 대형 택배사의 신규진입과 퇴장을 쉽게 점치기는 어렵다.
네트워크마케팅업체 새로운 물량 수요처로 부상
LG홈쇼핑이 택배사업 이외에 진출의사를 밝힌 네트워크마케팅 사업 역시 최근 들어 더욱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네트워크마케팅 사업은 초기 많은 폐해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다단계판매라는 다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 주었지만, 택배사들에겐 이미 이들 업체가 상당한 물량을 쏟아내는 최고의 기업고객이 되었고, 여기에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네트워크마케팅 업체가 속속 시장에 진입해 들어오고 있다.
대한통운은 동종업계 중 가장 많은 물량을 자랑하는 암웨이의 물류대행업무를 맡고 있고, 이 회사를 포함해 메이저급 택배회사들도 한 두개 이상의 네트워크마케팅 업체를 기업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이들 업체의 물량을 통해 일정 매출을 올리고 있는 중소택배업체들도 적지 않다.
일례로 에스에스택배의 경우 전국 70여개 영업소를 통해 다이너스티 인터내셔널사의 간선배송을 담당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매출 상위 10위 업체의 물량은 고스란히 대형 택배사가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작은 규모의 택배사들도 틈새시장을 파고들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어쨌든 LG홈쇼핑이 택배사업과 네트워크마케팅 사업을 같은 시기에 고려하는 것은 ‘판매망 확충’과 ‘운송망 원활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고, 현실적으로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는 좀더 지켜보아야 할 대목이다.
성공모델은 “CJ 홈쇼핑+CJ GLS”
무엇보다 상호 윈-윈관계를 이루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홈쇼핑과 택배사와의 향후 구도는 좀더 밀접한 관계를 통해 최대의 효과를 이끌어내는 방향이라 할 수 있다.
LG홈쇼핑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CJ홈쇼핑은 CJ GLS에 물류대행업무를 전담시키고 있으며, 이들의 관계는 여타 업체들이 부러워 할만한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객의 서비스 요구에 민감한 홈쇼핑사가 택배사를 통해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에서 상호 협의가 수월하다면, 그것이 바로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CJ GLS의 한 관계자는 “LG홈쇼핑의 택배사업 진출의사는 아직 명확하게 얘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그 진행도 신규회사설립이나 기존 사업자의 인수 등 여러 가지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곧 LG홈쇼핑과 한진택배의 상호 계약관계가 반드시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더욱 ‘공고’해 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어찌됐든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대로 포화상태에 이른 홈쇼핑(TV,케이블,카탈로그포함) 업체들의 자구책이 택배사업과 네트워크마케팅 사업진출로 번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어느새 실과 바늘만큼 친밀해져버린 홈쇼핑과 택배사, 벌써 이들의 행보는 향후 시장변화까지 예상케하는 변수가 되고 있다.
글·조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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