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1-07 16:47
(워싱턴 AFP=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경제 붕괴는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를 혼란에 빠뜨리고 서반구 자유무역지대 설치안을 마비시키는 등 전체 미주(美洲)에서 체감되고 있다고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이 말했다. 이들은 아르헨 경제 붕괴가 전미주를 흔들 만큼 파장이 크다고 말했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첫번 째 희생자는 인근 국가 브라질과 우루과이다. 따라서 두 나라는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 때문에 고율의 외채 이자와 더딘 경제 성장 등을 견뎌내야 한다. 미국 재무부는 아직 다른 나라로 이런 현상이 전염해 간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루과이 정부는 아르헨티나 페소화 평가절하에 대비하여 지난 4일 조치를 취했다. 우루과이 정부는 통화 평가절하를 한달에 2.4% 허용하는 한편 변동환율제를 채택한다고 발표했다. 우루과이 국민들은 아르헨티나가 깊은 경제 침체에 빠질것으로 보고 지난 12월 말부터 달러 사재기에 들어갔다.
미국 국가안보위원회 경제 보좌관을 지낸 노먼 베일리 씨는 아르헨 경제 위기가 메르코수르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베일리 씨는 국제전략연구센터에 기고한 글에서 "메르코수르가 생존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라틴 아메리카를 상대로 추진해 왔던 정책과 이에 수반한 신용도도 영향을 받는다고 BCP 증권의 경제분석가 월터 몰래노 씨는 말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행정부는 아르헨티나 지원을 거부함으로써 지난 20년간 미국 행정부가 추진해 온 중남미의 민영화, 외국 투자가에 대한 문호개방,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계획에 심대한 타격을 주었다고 말했다.
베일리 씨는 아르헨 경제 위기를 계기로 세계화와 대미 정치협력을 비난해 오던 이들이 실탄을 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베일리 씨는 "아르헨 경제 위기는 반세계화, 반미국화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전망한 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이 같은 움직임의 선두에 서 있다고 말했다.
베일리 씨 분석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에서는 그간의 대미 외교정책이 실패였다는 생각이 만연하고 있다. 카를로스 메넴과 페르난도 델라루아 정권은 친미 외교정책을 펼쳤다. 그렇지만 위기가 발생하자 아르헨티나는 미국의 지원을 받지 못했으며 결국 대미 정책은 우둔했다는 게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생각이다. 아르헨티나의 경험은 다른 서반구 국가들이 배울 교훈이라고 베일리 씨는 말했다.
이번 아르헨 경제 위기의 다른 여파는 국제통화기금(IMF)를 비롯한 국제 대출기관이 신용을 잃었다는 점이다. 미국 재무부와 IMF는 90년대 아르헨티나를 개발도상국이 실시한 자유시장 개혁의 모델로 제시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당수 분석가들이 IMF가 잘못된 경제정책을 그 동안 지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의 금융 위기를 연장하고 심화시켰을 뿐이라는 것이다. 런던 피치 레이팅 회사의 리오넬 프라이스 수석연구원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2001년 9월 아르헨티나의 경제 상황은 아주 바빠졌다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 의회는 6일 오전 페소화와 달러화의 1대1 태환을 끝내는 한편 정부에 붕괴한 경제를 재건하는 비상대권을 수여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결했다. 법안 요지는 페소화와 달러화의 1대1 태환 폐지에 있다. 에두아르도 두알데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갖고 어떻게 아르헨 경제 위기를 헤쳐나갈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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