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조선사들의 지난해 선박 수주량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을 하지 못해 건조계약이 취소된 게 핵심 원인이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형조선사들은 탱크선 16척, 컨테이너선 12척 등을 확보했지만 전년 대비 44% 감소한 75만CGT(수정환산톤수)의 수주량을 기록했다.
상반기엔 케이조선이 수주한 8000TEU급 8척이 RG 발급을 받지 못해 건조 계약이 취소되면서 48% 감소한 45만CGT, 하반기엔 컨테이너선 수주가 크게 줄면서 38% 감소한 30만CGT에 각각 그쳤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중형조선사 수주실적은 2021년을 제외하고 SPP조선과 성동조선해양 등 주요 중형조선사가 시장에서 철수한 이후 가장 좋은 실적을 거뒀지만 전반적인 조선업 활황 중에 중대형 컨테이너선까지 수주를 확대한 점 등을 고려하면 아쉬운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특히, RG 발급을 받지 못해 올해 중형조선사 전체 수주의 약 44%에 해당하는 8척의 컨테이너선 수주가 취소되며 수주 감소 폭이 더욱 커졌다는 게 양 연구원의 설명이다.
같은 기간 수주액은 14억달러(약 1조8000억원)로, 전년 대비 53% 감소했다. 중형사들의 수주액이 국내 신조선 수주액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21년 6.8%에서 2022년 3.1%로 크게 축소됐다.
양 연구원은 “중형조선사들이 당면한 문제로 인력난과 RG 발급 한도 문제 등을 꼽을 수 있다”며 “정책 추진 시 대형사보다 중형사의 인력난이 더욱 심각하다는 점을 정부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적절한 정책적 배려와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별 RG 발급의 한도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신조선 가격 상승으로 한도가 조기 소진됨에 따라 시황 호전에도 조선사들이 수주할 수 있는 물량이 제한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조선소, 탱크선 부진 뼈아팠다
탱크선 수요 부진 여파에 우리나라 조선사들의 중형선박 수주량 역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조선사들의 중형선박 수주량은 152만CGT로 전년 대비 53% 감소했다.
상반기는 컨테이너선 수주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101만CGT를 기록했다. 하지만 하반기는 탱크선 수요 부진과 컨테이너선 발주가 급감하면서 전년 대비 53.1% 줄어든 52만CGT에 그쳤다.
유조선과 제품선 등을 포함하는 중형 탱크선의 발주가 급감한 게 국내 조선사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조선사들의 중형 탱크선 수주량은 33만CGT(13척)로 전년 대비 79.3% 줄었다.
2020년 이전까지 중형선박 수주의 80% 내외를 차지했던 탱크선 비중이 지난해 4분의 1 수준인 21.4%로 쪼그라들면서 조선사들의 실적 악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국내 조선사들은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4척 9척의 탱크선을 수주했다. 모든 중형 탱크선 수주는 케이조선과 대한조선 등 2개사에 의해 이뤄졌으며, 대형조선사와 현대미포조선의 수주는 전무했다.
하반기 탱크선 시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운임이 빠르게 상승하는 등 호전됐지만 발주량 개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수주 증가는 소폭에 그쳤다는 게 양 연구원의 분석이다.
같은 기간 컨테이너선 수주량 역시 88만CGT로 3.4% 감소했지만 전체 선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7.8%로 가장 컸다.
현대미포조선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으며, 나머지 조선사들은 소량 수주에 그쳤다. 현대미포조선은 건조 경험이 많은 1400~2800TEU급을 중심으로 73만CGT를 쓸어 담으며 전체 컨테이너선 수주량의 83.5%를 차지했다.
부진한 탱크선시장 대신 활발한 수요를 보인 컨테이너선시장에 집중한 게 영향을 미쳤다. 다만 하반기 수주는 14만CGT에 불과했다.
가스선인 액화석유가스(LPG)선 역시 10만CGT(5척)로 1년 전과 비교해 79% 급감했으며, 벌크선 수주는 아예 이뤄지지 않았다. 탱크선과 더불어 중국 조선소에 일감을 빼앗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자동차전용선은 시황 호조로 전년 대비 23% 증가한 21만CGT를 확보, 유일하게 수주량이 증가했다.
양 연구원은 “국내 중형조선업이 강점을 가진 탱크선시장이 심각한 침체를 나타냈고 컨테이너선 발주마저 하반기에 감소하면서 중형 선박 수주가 위축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형조선사들의 중형선박 수주는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2년째 지속된 대형 LNG 운반선과 대형 컨테이너선의 풍부한 수요로 중형시장에서의 영업 유인이 없어지면서 전년 대비 30% 감소한 16만CGT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 등이 컨테이너선과 자동차전용선 등을 수주한 게 전부다.
세계 중형조선 시장에서의 국내 조선사 수주점유율은 전년도 13.4%에서 2022년 11.2%로 2.2%p 하락했다. 대형사들의 점유율은 전년도 1.0%에서 2022년 1.2%로 소폭 상승한 반면, 중형사들의 경우 전년도 5.4%에서 3.3%로 축소됐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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