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항로에선 최성수기에 접어들었지만 운송 수요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해 선사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에 따르면 지난 2월 한국과 일본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11만8300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달의 15만1700TEU에서 22% 급감했다.
환적화물과 수입화물의 부진이 심했다. 수출화물은 4% 감소한 2만5200TEU, 수입화물은 15% 감소한 2만4200TEU, 환적화물은 29% 감소한 6만8900TEU였다. 환적화물 중 원양선사가 고객인 피더화물은 57% 곤두박질 친 1만4000TEU에 머물렀다.
이로써 한일항로 물동량은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연속 역신장했다. 6개월 중 3개월 동안 두 자릿수 낙폭을 기록할 만큼 수요 부진이 심각하다. 지난해 9월 14%를 시작으로 10월 4%, 11월 6%, 12월 15%, 올해 1월 5%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한일항로 최대 성수기인 3~4월에도 수요는 여전히 꽁꽁 얼어 붙은 모습이다. 취항선사들은 이 기간 선적상한선(실링) 달성이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선사들은 올해 2기 선적상한선(실링)을 80%로 정했다. 전기(1~2월)에 비해 5%포인트(p) 높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선 3%p 낮은 수치다. 3월과 4월이 한일항로의 전통적인 성수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링 수준을 매우 보수적으로 정한 셈이다.
통상적으로 일본 회계연도가 마무리되는 3월엔 한 해 실적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기업들의 화물 밀어내기 수요가 몰린다. 2020년과 2021년의 경우 3월 한 달 동안 평소 대비 1만TEU 많은 16만TEU의 화물이 쏟아졌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 같은 공식이 깨졌다. 지난해 3월 실적은 다른 달과 비슷한 15만TEU대 초반에 머물렀다. 올해도 과거 같은 성수기 수요는 찾아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링을 80%까지 낮췄지만 대다수 취항선사들이 목표 달성에 애를 먹고 있다. 절반에 이르는 선사들이 실링에 미달했던 1~2월의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선사 관계자는 “예년 같은 결산을 마감하는 밀어내기 수요가 올해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4월 역시 시장 전망이 매우 불투명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수요가 부진하다 보니 운임도 내리막길을 치닫고 있다. 해양진흥공사가 발표하는 한일 구간 운임지수(KCCI)는 20일 현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723달러를 기록했다. 20피트 컨테이너(TEU) 환산 운임은 361달러 수준이다. 전주에 비해 7달러 올랐지만 처음 발표됐던 지난해 11월7일의 881달러에 비하면 18% 내렸다.
KCCI는 기본운임과 유가할증료(BAF) 통화할증료(CAF)를 합산해서 산출된다. 이 항로에 부과되는 BAF를 제외할 경우 기본운임은 FEU당 300달러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국적선사들은 해수부에 부산-도쿄 구간 TEU당 운임을 200달러 안팎으로 신고했지만 현재의 시장 여건상 공표운임을 실제로 부과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HMM이 5월을 목표로 한일항로 진출을 추진하는 등 원양선사들의 한일항로 진출이 확산하는 점도 운임 시황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전망이다.
선사 관계자는 “수요가 부진한 데다 원양선사와 외국적 선사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운임도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시장 운임이 반토막나다시피 했다”고 토로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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