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러항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러시아 항만을 취항하는 많은 컨테이너 선사들이 운항을 중단하고,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가 장기화되면서 빨간 불이 켜졌다. 자동차, 전자제품, 기계류, 부품, 레진 등의 품목들이 수출 제한에 걸리면서 잡화류 위주로 선적됐다.
3분기 들어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이용한 물동량이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9월 이후 항만 혼잡이 심화되면서 물동량은 다시 곤두박칠 쳤다. 전쟁이 발발하기 이전인 1~2월 물동량은 20피트 컨테이너(TEU) 2만개를 훌쩍 넘으며 견조한 모습을 보였지만, 4분기 물동량은 전쟁 이전에 비해 3분의 1 토막 났다.
1월부터 11월까지 부산발 극동 러시아행 물동량은 20피트 컨테이너(TEU) 16만4560개를 실어날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1.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상승세가 눈에 띄었던 블라디보스토크행 물동량은 보스토치니항에 비해 하락 폭이 컸다. 블라디보스토크행 화물은 7만3640TEU로 작년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보스토치니로 향한 컨테이너는 9만920TEU를 기록해 전년 대비 32.8%의 감소했다. 11월 수출 컨테이너 물동량은 1만1600TEU를 기록해 10월에 비해 22% 증가했다.
러시아를 오가는 선사들과 화주들은 각종 제재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불확실성에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러시아 제재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중국 선사들이 극동러시아에 신규 로 진출하고, TSR을 이용한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3분기 반등을 꾀했다. 수출금지품목의 특정화물들에 대해 우회수입이 허용됨에 따라 철도 운송이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또 중국횡단철도(TCR)을 이용해 중앙아시아로 가는 화물의 적체가 지속되면서, TSR로 이동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대외적인 악재 속에서 선방했던 한러항로는 9월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항만 체선에 발목을 잡혔다. 9월 보스토치니항에서 대기 기간은 4~5일에서 10월 이후에는 2주 정도로 크게 길어졌다. 보스토치니항의 혼잡이 극심해지면서 블라디보스토크항도 영향을 받아 대기 일수는 비슷한 상황이다. 2022년 한러항로 운임은 1월 TEU당 6000달러에서 시작해 3월 5200달러, 5월 4750달러, 7월 4200달러로 시나브로 하향 추세를 보였지만, 8월 이후 3700~4000달러 수준이 유지됐다.
< 한상권 기자 skhan@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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