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규제로 폐선이 크게 늘면서 벌크선과 탱크선 액화천연가스(LNG)선 시황이 회복세를 띨 것으로 관측됐다.
반면 컨테이너선은 환경 규제에 따른 폐선이 시황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비관적일 거란 대조적인 전망이 나왔다. 폐선이 늘어도 내년에 인도되는 선복량이 워낙 많은 데다 수요도 이보다 낮아 운임이 크게 하락한다는 지적이다.
내년 조선시장은 탱크선 외에 발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아 한국조선의 수주량이 두 자릿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올해까지 수주한 선박이 상당해 국내 조선사들에겐 큰 여파는 없을 것으로 점쳐졌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의 해운조선시황에 대한 3분기 동향과 하반기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내년 선복량 6% 이상 증가 예상
올해 3분기까지 빠르게 떨어진 컨테이너 운임은 공급이 수요를 웃돌면서 내년에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연구원은 3분기 글로벌 소비 둔화와 항만 체선 개선 등으로 운임이 빠르게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3분기 평균 중국컨테이너운임지수(CCFI)는 7월 초 3271에서 9월 말 2329로 29% 하락했다. 그는 “운임 지수가 가파른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팬데믹 이전 지수 최고치가 2000년대 호황기 중 1200선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경기 둔화로 교역 증가율이 2%에 그쳐 수요는 낮은 반면, 공급은 연초 선복량의 약 10%에 해당하는 신조 물량이 해운시장에 공급되면서 내년 컨테이너선 시황은 약세를 띨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선형과 달리 컨테이너선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에 따른 폐선이 시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거란 이유에서다. 여기에 폐선이 늘어도 6% 이상의 선복량 증가가 예상되는 데다 수요가 이보다 낮아 운임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운임이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환경 규제로 필요시 선령이 높은 선박을 운항에서 제외하는 공급 조절로 선사들이 운임 하락을 적극 방어할 것으로 예상돼 다소의 수익성은 확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까지 운임과 용선료가 큰 폭으로 하락한 벌크선 시장은 내년 컨테이너선과 달리 노후선 폐선이 증가하면서 시황이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점쳐졌다.
건화물선 운임지수(BDI)는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등에 따른 수요·투자 부진과 항만 체선 개선 등의 영향으로 3분기까지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3분기 평균 BDI는 1655로 전년 대비 56% 하락하면서 전년도와 크게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4분기 곡물시즌에도 분기 평균 2000선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연평균 BDI는 1980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내년 세계 경제 저성장, 고금리 기조에 의한 투자 부진 등으로 벌크선 수요 증가를 기대하는 건 어려운 수준이다. 여기에 내년 연초 선복량의 약 3% 내외에 해당하는 선박이 신규 공급돼 수요와 비교해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다만 현존선박에너지효율지수(EEXI), 선박탄소집약도지수(CII) 등 IMO의 규제로 노후선 폐선이 본격화되면서 선복량 증가율이 미미한 수준에 그쳐 시황이 긍정적일 것으로 양 연구원은 내다봤다. 부정적 수요 전망과 체선 개선에 따른 운임 하락 우려에도 연평균 건화물선 운임지수(BDI)는 2000 내외 수준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탱크선 시황도 IMO의 환경 규제로 폐선이 늘면서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탱크선 운임과 용선료는 3분기 빠른 개선 흐름을 보였다. 석유 증산과 고연료비 대응을 위한 저속 운항,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수입 노선이 길어진 게 시황에 영향을 미쳤다.
10월 초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의 하루 200만배럴 감산 합의와 경기 둔화 및 주요국 경제의 저성장으로 높은 수요를 기대하는 건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양 연구원은 환경 규제에 따른 폐선 증가와 선사들의 공급 조절로 시황이 강세를 띨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대러시아 제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 수입선이 원거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호조 요인으로 꼽았다.
가스선 시장은 LNG선은 호조가 예상되는 반면, 액화석유가스(LPG)는 악재가 나타나면서 명암이 엇갈릴 거란 예측이 나왔다.
3분기 LNG선 해운시장은 글로벌 수요 증가세에 비춰 신규 공급 압력이 없어 매우 양호한 흐름을 나타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럽의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천연가스 수입이 크게 감소하고 이를 대체할 수입물량이 증가하며 기존 교역라인이 확대돼 LNG 해운 수요가 증가했다.
LNG는 2018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다량의 신조선 발주로 2023년 약 770만CUM(입방미터)의 적지 않은 선복량이 공급될 예정이다. 이는 2023년 초 추정 선복량의 약 7% 내외에 해당해 다소간 부담이 될 소지가 있다.
다만 양 연구원은 러시아 제재 장기화에 유럽의 LNG 수입 수요가 지속되는 한편, 미국 셰일가스도 증산할 것으로 기대돼 선복량을 능가하는 수요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더불어 공해 배출량이 높은 구형 선박이 약 30% 이상 존재해 폐선 등 선박 퇴출에 의한 공급조절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양호한 운임을 유지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LPG는 환경규제에 의한 대량 폐선이 진행되더라도 7% 내외의 선복량 증가가 불가피해 시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조선 선박수주 850만CGT 전망…42%↓
내년 한국조선은 글로벌 발주 감소 여파로 수주량이 두 자릿수 줄어들겠지만 큰 충격은 없을 거란 진단이 나왔다.
양 연구원은 내년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전년 3500만CGT(수정환산톤수) 대비 37% 급감한 2200만CGT를 기록할 것으로 점쳤다. 2년 전 5200만CGT에 견줘 58% 급감한 수치다.
발주액 역시 39% 감소한 610억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카타르발 프로젝트 등으로 LNG 운반선 발주량은 양호하겠지만 올해 수준만큼은 힘들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에 탱크선 발주량은 해운시황 개선으로 다소 증가하겠지만 컨테이너선 발주가 대폭 감소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무엇보다 탱크선 외에 발주량의 대폭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선종이 없다는 게 양 연구원의 견해다.
한국조선도 수주량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3년치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우리나라 조선소들은 2023년 전년 대비 42% 감소한 850만CGT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졌다. 발주액 역시 43% 줄어든 220억달러에 머물 전망이다.
다만 양 연구원은 “현재 국내 조선업은 3년치 이상의 수주잔량을 확보하고 있어 2023년의 일시적인 수주 부진에도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수주량의 위축도 일시적 현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3년 경제 및 해운시황의 변화에 따라 2024년 다시 양호한 수준의 회복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올해 3분기까지 한국조선은 매우 높은 수주 점유율을 유지했다. 3분기 누적 한국의 수주점유율은 43.6%로 LNG 운반선의 집중 수주로 40%를 상회했다. 중국과는 0.2%의 근소한 차이로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올 들어 발주가 급증한 중형 컨테이너선을 집중 수주했고 벌크선 점유율도 높이며 3분기 누적 43.8%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일본의 점유율은 중형선시장 경쟁에서 중국에 밀리며 6.7%를 기록, 2019년 이후 하락 추이를 이어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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