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당시 부산항의 물류 정상화에 크게 기여한 부산신항 내 터미널 간 화물차 통행로의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부산항만공사(BPA) 강준석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에도 선제적인 대응으로 부산항에서 물류대란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상반기 주요 성과로 꼽았다. 강 사장은 속도 제한과 안전 문제 등의 우려로 제한적으로 운영되던 내부 통행로를 평상시에도 가동될 수 있도록 보완점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부터 14일까지 8일간 진행된 화물연대 파업으로 터미널 사이에 개설된 내부 통행로 이용 실적은 급증했다.
연결 도로를 전면 개방하고 통관 절차를 간소화한 결과, 6월7~15일 8일간 통행로 이용실적은 전년 대비 24배(2316%) 폭증한 6만8000TEU에 달했다. 부산신항 전체 장치 능력 41만9000TEU의 17%가 내부 통행로를 이용한 셈이다. 부산신항의 평균 장치율도 6월6일 70.5%에서 6월14일 75.6%로 상승하면서 연결도로 운용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그동안 부산항은 다수 터미널 체제 운영과 북항-신항 이원화로 터미널 간 환적화물 이송량이 상당해 비효율과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부산항 처리물량 2271만TEU 중 54%인 1227만TEU가 환적화물이며, 이 중 약 39%인 470만TEU가 다른 부두로 이송돼 처리되는 타부두 환적화물이었다.
BPA는 2019년 개설돼 비상시에만 활용하던 내부 통행로를 평상시에도 가동해 환적화물 이송 효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강 사장은 “파업 기간에 현장에 매일 갔다. 안전 문제 등 비효율을 제거해 평소에도 내부 통행로를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 밖에 그는 부산항 내 선석을 이동해 양·적하 작업을 한 선박과 북항 신항을 모두 기항해 화물작업을 진행한 선박을 대상으로 한 접안료 및 예·도선료도 추가 지원해 선사들의 이탈을 막겠다고 말했다.
올해 목표 ‘컨’ 처리량 2350만TEU 달성 주력
대외악재로 5월까지 감소세를 보였던 부산항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터미널 개장과 중국 주요 도시 해제, 선사들의 환적 물동량 증가 등으로 하반기에는 상승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5월 부산항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전년 대비 1.2% 감소한 940만9000TEU에 그쳤다. 중국 선전·닝보·상하이 등 주요 도시가 봉쇄된 데다 지난해 3월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하며 5월까지 높은 물동량을 유지한 기저효과 탓이다. 이중 환적 물동량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1.9% 감소한 497만4000TEU에 머물렀다.
국가별 누적 물동량을 보면, 중국은 3.9% 감소한 252만6000TEU, 러시아는 9.4% 줄어든 29만6000TEU로 부진했다. 반면 교역 둔화로 선사들이 선박을 미주와 아시아역내노선으로 임시투입하면서 미국은 7% 증가한 148만5000TEU, 베트남은 3.9% 증가한 28만8000TEU를 기록했다.
강 사장은 부산항의 물동량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4월 이후 완만하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물동량이 6월 중국 상하이 봉쇄 해제 이후 해상교역이 정상화되면서 증가세로 전환할 거란 분석이다.
BPA는 터미널 개장을 통한 항만 운영·효율 개선과 마케팅 활동 등을 고려해 전년 대비 3.5% 증가한 2350만TEU의 처리량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올 한 해 환적 처리량 목표는 전년 대비 5% 증가한 1290만TEU로 잡았다.
강 사장은 “지난해 2270만TEU의 물동량을 부산항서 처리했다. 우리 업계와 정부, 모두가 합심한 결과라 생각하고 있고, 지금도 우크라이나 사태 등 어려운 여건이지만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준석 사장과 진규호 기획조정실장이 부산신항 개발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
2040년까지 총 59개 선석 가동…부산항 물동량 증가 기여
2040년까지 부산신항에는 59개에 달하는 선석이 마련돼 세계 2위 환적항만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강 사장은 “서컨테이너부두 6개 선석이 건설 중으로, 내년 3선석, 2026년 3개 선석이 추가로 문을 열고 진해신항을 포함해 2040년엔 총 59개 선석이 부산신항에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6년 서컨테이너부두 6개 선석 완공 시 하역능력 354만TEU이 추가 확보돼 부산항의 물동량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역장비 국산화에도 속도를 낸다. BPA는 부산항의 하역장비를 100% 국산화하고, 완전자동화 터미널을 구축해 스마트 항만을 실현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12월 BPA는 부산항에 18년 만에 국산 하역장비를 도입한 바 있다.
해당 장비는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와 지역 경제 활성화, 신규 일자리 창출 일환으로 추진 중인 항만하역장비 국산화 사업에 따라 한진중공업에서 첫 번째로 제작했다.
BPA는 하역장비 국산화로 생산 6417억원, 부가가치 2110억원, 일자리 2386명 창출 등 총 8527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니·태국·美 등 해외사업 진출 고려…우리기업 수출지원
강 사장은 우리 수출입기업들을 지원 사격하는 해외사업의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는 올해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스페인 바르셀로나 물류센터 등 해외사업 운영성과를 소개했다.
올해 1월 개장한 로테르담물류센터는 로테르담마스블락테컨테이너터미널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경쟁력 있는 육상운송서비스가 가능한 데다 운영사인 삼성SDS가 첼로 포털시스템을 앞세워 입고부터 출고까지 저렴한 이용료와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BPA와 바르셀로나항만공사가 합작 설립해 지난달 본격 가동한 스페인 바르셀로나물류센터도 국내 물류기업인 태웅로직스가 운영사로 부산항 남유럽 간 교역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강 사장은 인도네시아와 태국, 미국 서안(로스앤젤레스·롱비치), 동안 등을 대상으로 해외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 기업이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물류 인프라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북항재개발 1·2단계 추진 현황도 이날 소개됐다. 북항 1단계는 올해 단계별 기반 시설 개방을 목표로 현재 93%의 공정률을 달성했다. 특히 상부 시설공사 추진이 가속화되면서 침체된 원도심에 활력을 제공하는 한편,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단계는 항만재개발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올해 하반기까지 완료하고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이어 2024년 실시계획 승인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더불어 용호부두는 친수시설로 지속 사용하고, 해양클러스터 잔여 부지는 ‘2030 엑스포’와 연계해 해양산업 유치 등을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끝으로 강 사장은 ESG(친환경·사회공헌·윤리경영) 추진 현황과 성과도 언급했다. BPA는 친환경부문에서 부산항은 초미세먼지를 45% 감축해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 선박저속운항프로그램 운영과 친환경제품 구매, 친환경 하역장비 전환 등 친환경 정책을 이행한 결과다.
올해는 ‘2050 탄소중립 종합계획’ 수립과 하역장비 전환사업 등으로 친환경 정책을 적극 이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사회공헌에서는 일자리 1만1982개를 마련했으며, 올해에는 건설·재개발사업으로 일자리 창출과 지역 및 연관 산업과의 동반성장에 나선다.
이 밖에 윤리경영부문에서는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책임경영과 대국민 신뢰도를 제고하는 한편, 국민 눈높이 업무 추진으로 청렴도 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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