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열린 HMM 주주총회에서는 주주친화정책을 요구하는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HMM은 지난달 29일 서울 연지동 사옥 대강당에서 열린 제4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를 비롯해 이사 선임과 이사보수한도 승인 등을 원안대로 처리했다.
이날 HMM은 주총에서 김경배 내정자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출했다. 또한 박진기 총괄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우수한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교수와 정우영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임기는 모두 2년이다. 지난 3년간 HMM을 이끌어온 배재훈 사장은 3월 부로 물러났다.
김경배 신임 대표(
사진)는 취임사에서 “동반성장을 통해 오랜 시간 꿈꿔온 글로벌 톱클래스 선사로서의 새로운 위상을 갖춰 갈 수 있도록 지켜봐 달라”며, “최고의 서비스, 글로벌 경쟁력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이사보수한도는 20억원으로 동결했다. 지난해엔 20억원 한도 중 57.5%인 11억5000만원이 집행됐다.
이날 승인된 재무제표에 따르면 HMM은 지난해 별도 기준으로 매출액 13조6646억원, 영업이익 7조3569억원, 당기순이익 5조3485억원을 각각 냈다.
1년 전에 비해 매출액은 2.2배(120%) 증가했으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7.7배(670%) 91배(8980%) 폭증하며 역대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2020년엔 매출액 6조2239억원, 영업이익 9560억원, 순이익 58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부문별 매출액에선 컨테이너선이 2020년 5조6614억원에서 지난해 12조9487억원으로 2.3배(129%) 늘어났으며, 벌크선은 5424억원에서 6843억원으로 26.1% 증가했다.
“산은·해진공에 얽매이지 말아야” 주문
이날 총회에서는 역대 최대실적을 냈지만 주가가 정체인 HMM을 둘러싼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 2018년 주주총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현대상선의 경영 정상화를 촉구했던 소액주주들이 또다시 목소리를 낸 것이다.
HMM 주주동호회 카페 운영자인 홍모씨는 배당률과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 전환사채(CB)의 주식 전환, HMM 매각 등과 관련한 질의를 쏟아내며 경영진을 몰아붙였다.
홍모씨는 “11년 만의 배당은 좋지만 외국적선사에 비해 한없이 적은 배당률인 2.2%는 어떤 기준으로 나온 거냐”고 물었다.
이에 배재훈 사장은 “3개년 코스피 상장 주요 기업의 시가배당 현황을 참조해 결정했다. 코스피 상위 100개사 평균 배당률은 2.1%”라며 “기대에 다소 미흡할 수 있겠지만 장기간 이어진 적자의 터널을 지나 재무구조 개선 및 정상화를 위한 한 단계 진전으로 혜량해 달라”고 답했다.
또 회사 매각과 관련해 배 대표는 “매각은 대주주 차원에서 논의될 사안이기에 답변드릴 상황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배당 확대 및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한 주주환원정책은 현재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도 “재무 상황, 이익 규모, 향후 경쟁력 확보 및 지속성장을 위한 투자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홍모씨는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지난해 보유 중이던 HMM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당시 시세차익을 거두려 한다는 시중의 비판을 받았다”며 “CB 전환은 나날이 치솟는 영업실적과 달리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투명한 경영을 담보하기 위해 나머지 CB를 공론화할 의향이 있냐”고 질의했다.
▲HMM 주주동호회 카페 운영자인 홍모씨가 질의를 하고 있다. |
배 대표는 “기존 계약조건에 따라 실행돼 회사 차원의 대응책을 강구하는 게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자율 상승 도래 시점에 재무구조 및 영업상황을 고려해 조기상환청구권 등을 행사할 계획이며 CB 보유 채권자들과도 주주들의 우려 사항을 공유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총장에서는 김경배 사내이사 선임 건에 앞서 고성이 오갔다. 발언권을 얻은 A 주주는 “본인이 HMM에 원하는 핵심은 매각과 CB 전환이다. 그런데 매각과 관련해서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주총장 앞자리에서 “의안과 관련한 얘기만 하라”고 하자 험한 말이 오가면서 한 때 장내가 술렁였다.
분위기가 진정되자 A 주주는 “CB 전환은 경영진들이 (대주주의) 눈치를 보는 것으로 비춰진다. 주주친화적이라면 대안이나 진행 상황을 얘기해줄 수 있는데 함구하고 있고 질문 또한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하면 립서비스로밖에 안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HMM이) 해양진흥공사와 산업은행에 너무 얽매이지 않았으면 한다. 경영진으로서 주주를 위해 경영활동을 하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총회에 출석한 주주는 사전 시행된 전자 투표와 위임장에 의한 대리출석을 포함해 109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주주 중 61.12%인 2억9888만8227주가 출석했다. 오전 9시부터 진행된 행사는 주주들의 의견 개진으로 9시43분에 마무리됐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