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에즈운하 통항료가 올해 들어 수시로 올라 해운업계의 원성을 사고 있다. 2012년부터 3년 연속 통항료를 인상했다가 2014년 5월 이후 약 8년간 동결했던 수에즈운하청은 올해 들어 한 달 새 2번의 요율 인상을 단행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수에즈운하청은 지난달 초 통항료를 6% 인상한 데 이어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같은 달 27일 다시 최대 50%에 가까운 추가 요율 인상을 통보하고 3월1일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조치로 벌크선과 원유운반선 정유운반선 통항료는 5%, LNG선과 일반화물선, 다목적선, 중량물선, 자동차선 통항료는 7% 각각 인상됐다. 화학제품운반선과 LPG(액화석유가스)운반선 요율은 10% 올랐다.
운하청은 컨테이너선 요율은 노천 갑판(weather deck)의 화물 다단 적재 기준으로 최대 47%까지 인상했다.
1단과 2단 3단 선박 통항료를 각각 7% 10% 13%씩 올린 것을 비롯해 4단 21%, 5단 31%, 6단 37%, 7단 39%, 8단 41%, 9단 43%, 10단 45%, 11단 47% 등으로 인상 폭을 적용했다. 11단 이상 선박은 1단마다 2%씩 인상률이 확대된다.
국내 해운업계는 수에즈운하청의 터무니 없는 통항료 인상을 공식 항의했다. 한국해운협회는 수에즈운하청에 서한을 보내 빈번한 통항료 인상에 유감의 뜻을 표명하고 추가 인상 결정을 전면 재고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협회는 서한에서 “사전협의나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항료 인상 계획을 발표하고 불과 이틀 뒤 인상된 통항료를 적용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처사”라고 비판하고 통행료 인상을 재고해 줄 것을 촉구했다.
협회는 국제해운협회(ICS) 아시아선주협회(ASA) 등 국제해운단체와 공조해 수에즈운하 통항료 인상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해운협회 김영무 상근부회장은 “올해 2월 초 통항료를 6% 인상하고 또 다시 운하 이용자들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요율을 인상한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는 데다 인상 폭도 커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수에즈운하청이 운하 확장 공사 비용을 조달하려고 통항료 인상을 잇따라 실시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운하청은 지난해 2만TEU급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 좌초로 불거진 통항로 차단 사고 이후 운하 남측 입구에서 그레이트비터호수까지 30km 구간의 수로 폭을 40m 넓히고 수심을 1.8m가량 준설하는 확장 공사를 진행 중이다.
운하청은 30억이집트파운드(약 2300억원)를 투자해 제2운하가 개통한 지 8년 만인 내년 7월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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