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옛 현대상선) 노사가 임금 인상을 놓고 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HMM 사측과 육상노조는 지난 14일 본사 회의실에서 임금협상을 벌였지만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하고 자리를 파했다. 지난 한 달 동안 진행한 세 차례 협상은 모두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육상노조는 지난 6월14일 사측과 첫 상견례를 마련한 뒤 6월30일과 이날 두 번 더 협상을 벌였다. 1차와 3차 협상엔 배재훈 사장이 직접 참석했다. 잇따른 교섭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노조는 사측에 오는 21일을 ‘데드라인’으로 통보했다. 사측이 만족할 만한 안을 제시하면 일주일 후인 28일 4차 협상을 벌인다는 심산이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사측에 25% 인상을 요구했다. 팬오션 고려해운 현대글로비스 등 상장 또는 국내 상위권 선사와 HMM의 임금 격차를 인상률로 정했다. 회사에서 진행 중인 외부 용역에선 11.8%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컨설팅사도 HMM 육상 직원의 임금이 동종업계 또는 규모가 비슷한 기업과 이 정도의 임금 격차가 난다고 인상률 근거를 들었다.
사측은 용역 결과를 파견 나와 있는 관리단에 전했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묵묵부답이다. 현재 HMM엔 산업은행 3명, 해양진흥공사 3명 등 총 6명의 관리단이 나와 있다. 관리단장은 산업은행 실장급 인사가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의 태도를 두고 HMM 사업계획 수립 당시 정했던 인상안을 밀어붙이고 싶어하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소정의 인상률에 코로나 극복위로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방안이다.
HMM 노사는 지난해 연말 3.7%의 실질 인상률에 합의하며 임금단체협상을 극적으로 타결 지었다. 임금을 2.8% 인상하고 코로나 극복위로금 1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HMM 노조는 사측의 어정쩡한 태도에 불만이 크다. 협상 의지가 아예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숨기지 않는다. 특히 노조와 채권단 사이에서 교량 또는 조정자 역할을 해야할 배재훈 사장이 방관만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배 사장은 두 차례 참석한 임금협상 회의에서 채권단을 이유로 들며 노조 요구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두 자릿 수로 직원 급여를 올려도 매출액이 크게 늘어 인건비 비중은 1%대를 넘어서지 않는다고 회사와 채권단의 긍정적인 검토를 요구했다. 특히 선원노조는 동종선사와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HMM이 선원난에 빠질 거라고 우려한다.
실제로 스위스 MSC가 사상 처음으로 한국인 선원 채용에 나서자 HMM 소속 선원들이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SC는 2만3000TEU급 선박에 승선하는 선원들에게 일항사 기준 월 1600만원의 임금을 제시했다. HMM의 2.5배 수준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HMM 노사 갈등이 표면화하자 해운업계에선 산업은행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HMM이 1분기에 1조원을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음에도 직원 복지엔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불만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직원 처우를 개선해야 국내 대표 선사가 양질의 인력을 확보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최근 전환사채 청구로 수조원의 수익을 거둔 산업은행이 한국해운 발전엔 뒷전인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HMM 육상노조는 한진해운 사태가 발발한 2016년 10월 결성됐다. HMM 선원노조는 한국노총에 가입해 있는 반면 육상노조의 상급단체는 민주노총이다. HMM 노조가 양대 노총에서 모두 활동하는 셈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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