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았던 유럽항로 운임이 최근 수요 약세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유럽의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기대를 밑돈 유럽연합(EU)의 경기 부양책과 중국 춘절(설) 이후 나타난 수요 약세가 시황에 찬물을 끼얹었다. 여기에 컨테이너 장비 수급이 원활해진 데다 높은 운임으로 화주들의 선적 관망세가 이어진 점도 운임 상승에 제동을 걸었다. 만선 행진을 이어간 선사들은 수요 약세로 평균 90%의 화물 적재율(소석률)을 기록했다.
운임은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평년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3월19일자 상하이발 북유럽행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3665달러를 기록, 전월 4281달러에서 14% 하락했다. 전주와 비교해도 47달러 떨어졌으며 4주 연속 하락세다. 다만 1년 전 700달러대와 비교하면 5배 이상 높다.
지중해행 운임은 지난해 12월 말 이후 처음으로 4000달러를 밑돌았다. 상하이발 지중해행 운임은 전달 4252달러에서 351달러 하락한 3901달러로 집계됐다.
물동량은 한 달 만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컨테이너트레이드스터티스틱스(CTS)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아시아 16개국발 유럽 54개국행(수출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월 대비 6.7% 감소한 145만6600TEU를 기록했다. 선적지별로 보면, 중화권지역이 4.9% 줄어든 110만5900TEU에 그쳤다. 동북아시아는 13.2% 감소한 19만6000TEU였으며, 동남아시아도 10.8% 감소한 15만4600TEU에 머물렀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여파도 이달 유럽항로의 주요 화두 중 하나였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EU 간 통관 절차 신설로 무역 혼잡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펠릭스토우항 사우샘프턴항에서는 컨테이너 장비가 쌓여만 가고 있다. 프랑스 선사 CMA-CGM은 인도에서 영국 사우샘프턴으로 향하는 화물을 대상으로 항만혼잡할증료(PCS)를 부과했다. 부과 금액은 TEU당 200달러다.
선사 관계자는 “브렉시트 탈퇴 영향으로 유발된 항만 적체가 계절 변화와 함께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의 적체로 유럽향 선박들의 스케줄 지연이 지속돼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럽항로에서는 HMM(옛 현대상선)의 신조선 투입도 이뤄졌다. HMM은 1만6000TEU급 1~2호선인 <에이치엠엠누리> <에이치엠엠가온>을 전략적제휴그룹인 디얼라이언스 멤버 선사들과 함께 공동운항하고 있는 북유럽항로 FE4(Far East Europe4)에 투입했다.
FE4는 부산-상하이-닝보-옌톈-싱가포르-로테르담-함부르크-안트베르펜(앤트워프)-사우샘프턴-옌톈-홍콩-상하이-부산을 순회하는 노선이다. 두 선박은 기존 4월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었으나 국내 화물을 적기에 운송 지원하기 위해 조기 배선됐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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