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중형조선사들이 저조한 수주 성적표를 받아들며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급감한 게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영국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형조선사들의 선박 수주량은 전년 대비 29.7% 급감한 38만CGT(수정환산톤수)로 집계됐다. 총 수주 척수는 18척으로 대형 셔틀탱크선과 같은 고부가 선형의 건조계약에 성공하며 긍정적 기류가 나타났지만, 1만t급 미만의 소형 탱크선을 대상으로 한 수주도 이뤄져 어려운 분위기도 감지됐다.
대선조선은 5만t급 탱크선 4척, 1000TEU급 컨테이너선 2척 등 6척, 대한조선은 11만5000~15만8000t급 탱크선 6척, 15만5000t급 셔틀탱크선 1척 등 7척, STX조선해양은 5만t급 탱크선 2척, 6600t급 탱크선 3척 등 5척을 지난해 각각 수주했다.
4분기엔 탱크선 4척을 수주, 1년 전 같은 분기와 비교해 37.4% 감소한 9만9000CGT로 부진하며 누적 실적 감소를 이끌었다.
수출입은행 양종서 박사는 전반적으로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저조한 시황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발주량이 쪼그라들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 직격탄에 선박 수주액도 곤두박질쳤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형조선사들의 지난해 선박 수주액은 전년 대비 26.9% 감소한 6억6000만달러(약 7400억원)로 추정된다. 2010년 들어 두 번째로 낮은 기록이며, 국내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지난 한 해 수주액인 220억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16년 국내 중형조선사들은 3억7000만달러를 기록, 부진을 면치 못했다. 중형조선이 국내 전체 조선시장에서 차지하는 수주액 비중도 3.4%로 전년도 4.0% 대비 축소되며 어려움이 가중됐다.
조선사들의 건조량(인도량)은 소폭 증가했다. 국내 중형조선사들이 건조해 선주에게 건넨 선박 실적은 전년 대비 9% 증가한 193만DWT(재화중량톤수)로 집계됐다. 4분기 건조량은 탱크선 3척으로 전년 대비 6.3% 감소한 25만8000DWT에 그쳤다.
양 박사는 선박 건조량이 3분기엔 전년 동기 대비 약 49% 증가하며 비교적 활발한 생산활동을 펼쳤지만 4분기는 다소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수주량이 급감하다 보니 조선사들의 일감은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2020년 말 중형조선사들의 수주잔량은 전년 대비 16.3% 감소한 85만5000CGT에 머물렀다. 2017년 4분기부터 100만CGT를 밑돈 이후 좀처럼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2016년 400만CGT를 웃돌았던 수치와 비교하면 4분의 1토막 난 셈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수주량 감소가 두드러지면서 지난해 2분기부터 일감은 줄곧 80만CGT대를 기록 중이다. 만약 올해 중형조선사들의 수주가 부진할 경우 일감잔고는 70만CGT대로 떨어질 수 있다.
수주량 감소에도 우리나라 중형 조선사들의 글로벌 점유율은 소폭 확대됐다. 중형조선사들의 세계 중형선박 시장 수주점유율은 CGT 기준 4.4%로 2019년 점유율 3.6% 대비 소폭 늘었다.
글로벌 발주량 32%↓…국내중견조선 수주 ‘먹구름’
글로벌 중형선박 발주량이 크게 감소한 것도 국내 중형조선사들의 수주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해 전 세계 중형선박 발주량은 전년 대비 32.1% 급감한 665만CGT에 그쳤다. 코로나19와 유가 하락에 따른 노후선 교체 수요 지연 등으로 중형 신조선 수요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는 게 양 연구원의 분석이다.
벌크선 탱크선 컨테이너선은 발주가 감소한 반면, 액화석유가스(LPG)선만 나 홀로 선전했다. 벌크선은 전년 대비 44.1% 급감한 282만CGT, 탱크선은 25.7% 줄어든 265만CGT의 수주량을 각각 기록했다. 컨테이너선은 7.9% 감소한 87만CGT로 집계됐다. 4분기에만 3000~6000TEU급 컨테이너선 5척과 2000TEU급 이하 피더선 역시 20척이 발주되며 전년 동기 대비 157.8% 폭증한 52만CGT의 발주량을 기록했다.
이 밖에 LPG선은 전년 대비 37.5% 증가한 30만CGT로 집계됐다. 4분기 중형선박 발주량은 86척, 173만CGT로 전년 동기대비 25.2% 감소, 4분기에 크게 개선된 대형 시장과는 달리 중형 시장의 개선은 나타나지 않았다.
신조선가도 대체로 하락세를 보여 조선사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벌크선시장은 시황이 악화되며 신조선가가 3분기까지 하락세를 보였다.
케이프사이즈 신조선가는 7월까지 전년 대비 6.1% 하락한 4650만달러 기록 후 연말까지 가격이 유지됐다. 같은 기간 캄사르막스 울트라막스 벌크선도 각각 6.1% 5.5% 하락한 4650만달러 2600만달러를 나타났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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