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핫한 항로는 북미죠.” 선사들에게 최근 컨테이너선 시황을 묻자 이구동성으로 나온 대답이다. 선사들의 선복 조절과 중국발 화물의 회복세가 맞물리면서 북미항로 운임은 고공행진 중이다. 여름 휴가시즌과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화물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던 일 년 전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 선사들의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적재율)은 이달에도 100%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웃돈을 줘도 화물을 선적하지 못하는 현실에 화주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선사 관계자는 “미국에서 재난지원금이 풀리며 소비가 증가하다 보니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며 “1000달러 이상을 줘도 화물을 못 싣는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선사들은 선복 품귀 현상이 다음 달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9월 말 추석을 앞두고 제조업체들이 밀어내기에 나서면서 선복 부족 현상이 한층 심화될 거란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사들은 공급 확대 카드를 빼들었다. HMM(옛 현대상선)은 이달 말 동남아항로에 배선된 4600TEU급 컨테이너선 1척을 서안 노선에 임시 투입하며 화주들의 수출을 돕는다. HMM 관계자는 “화주들의 요청이 많아 선화주 상생 차원에서 임시적으로 1척을 긴급 투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스위스 MSC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서안에서 신규 서비스를 오는 8월 말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이 밖에 디얼라이언스는 수요 회복에 따라 임시결항을 취소하고 중단된 PN3 PN4를 재개했으며, 2M은 일시적으로 ‘세쿼이아’ 서비스 주간 공급량을 8500TEU에서 1만3800TEU로 늘린다.
물동량은 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미국 데카르트 데이터마인에 따르면 7월 아시아 주요 10개국발 미국행(북미 수출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월 대비 2% 증가한 156만TEU를 기록, 데이터마인 집계 기준 지난해 9월 이후 11개월 만에 상승곡선을 그렸다. 1위 중국이 6% 증가한 97만5000TEU, 3위 베트남이 19% 증가한 12만TEU, 5위 싱가포르가 7% 증가한 6만2000TEU를 기록하며 호조를 보였다.
반면 2위 우리나라는 7% 감소한 14만5000TEU, 4위 대만은 16% 감소한 7만9000TEU를 기록했다. 일본발은 27% 감소한 3만3000TEU로 8위에 머물렀다. 주요 품목들이 견실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 주요 수출품인 가구류는 중국이 2% 증가한 데 이어 동남아시아 7개국 합계가 31% 증가했다. 기계류는 중국이 15%, 아시아에서 4% 증가했다. 미국발 아시아행(북미수입항로)의 6월 물동량은, 6% 감소한 43만8000TEU였다.
물동량 호조에 운임도 상승세다.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8월21일자 상하이발 미국 서안행 컨테이너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3440달러로 집계됐다. 전달 2794달러에서 500달러 이상 상승했다. 특히 서안 운임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준을 보일 정도로 강세다. 서안 운임이 3000달러를 넘은 건 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가 발표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동안행 운임 역시 FEU당 3953달러를 기록, 전월 3334달러와 비교해 600달러 가량 올랐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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