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항로 취항선사들이 선복 조이기 전략을 통해 시장 안정화를 일궜다. 5월 들어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개인 위생용품 중심으로 수송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일항로를 취항하는 10개 컨테이너선사들은 상반기의 마지막인 올해 3기(5~6월) 선적상한선(실링)을 89%로 정했다. 전기(3~4월)의 86%에 비해 3%포인트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의 97%에 비해선 무려 8%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이로써 두 기간 연속 80%대로 선복공급이 동결됐다. 이 항로 실링이 2회 연속으로 90%대를 밑돈 건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겪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물동량이 반 토막 나는 등 심각한 부진을 겪은 11년 전엔 실링이 50%대까지 떨어지는 등 1년 내내 90%를 넘기지 못했다.
선사들은 현재까지는 3기 실링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손세정제나 물티슈 등 이른바 ‘코로나19 품목’들이 강세를 띠면서 선사들의 화물창도 분주한 모습이다.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이어진 일본의 황금연휴기간 ‘골든위크’에도 수요가 줄지 않고 견실한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파악됐다.
선사 관계자는 “일본이 코로나 방역을 위해 손세정제나 물티슈 같은 제품들을 대거 수입하고 있다. 골든위크 연휴에도 이들 화물이 뱃길을 이용해 수출됐다”며“다음달까지는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4월엔 전 선사들이 목표를 완수했다. 최근 몇 년간 맹외(盟外)선사의 시장 침투에 대응해 공급 확대 정책을 쓰면서 선사들의 실링 달성률은 높지 못했다. 하지만 모처럼 실링을 대폭 조이면서 100% 달성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취항선사단체인 한국근해수송협의회는 선사들이 모두 목표를 초과달성하자 이 기간 실링을 90%로 변경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공식 집계된 한일항로 1분기 물동량은 6%대의 역신장을 보였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에 따르면 1~3월 한일 간 해상물동량은 44만3300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의 47만3900TEU에 견줘 6.5% 감소했다. 수출화물은 5.5% 감소한 8만8800TEU, 수입화물은 10.5% 감소한 7만4800TEU, 환적화물은 5.6% 감소한 27만9600TEU였다. 월별 증가율은 1월 -10.7%, 2월 -6.4%, 3월 -2.6%로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 폭이 진정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선사 관계자는 “3월 물동량은 선복을 줄었음에도 감소폭이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1~2월에 비해 시황이 개선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시나브로 하락하면서 선사들에게 위기감을 심어줬던 운임은 전달 수준을 유지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도쿄 고베 오사카 등 일본 주요항 기준 공표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50달러 안팎을 형성하고 있다. 선사들이 유가할증료(BAF) 170달러도 꼬박꼬박 수수하고 있다는 점에 미뤄 운임 수준은 높은 편으로 평가된다.
선사 관계자는 “근해선사들의 수익성을 떠받쳐온 한일항로 운임이 최근 빠르게 하락했던 터라 한동안 실링을 단속해 운임을 방어하는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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