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도 유럽항로의 핫키워드는 ‘블랭크세일링(임시결항)’으로 압축됐다.
대형선 인도에 따른 공급과잉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까지 터진 탓에 임시결항 규모는 전년에 비해 더욱 커졌다. 문제는 대규모 결항에도 선사들이 예년처럼 화물적재율(소석률)을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시아에서 화물을 보내도 유럽에서 수입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한 탓이다. 선사들은 약 80~90%의 소석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가오는 성수기를 맞이하는 선사들의 마음 또한 무겁기만 하다. 선사 관계자는 “몇 년전부터 선사들이 체감하던 성수기는 2만TEU급 이상 초대형선의 등장으로 사라진 지 오래된 것 같다”며 “올해는 코로나까지 덮치며 상황이 더욱 암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요 급감에 유럽항로에서는 20%를 웃도는 공급 축소가 이뤄졌다. 머스크와 MSC가 결성한 정기선 제휴그룹(얼라이언스) 2M은 4월부터 6월까지 석 달간 아시아-유럽항로의 일부 서비스를 중단한다. 중단 노선은 북유럽을 연결하는 스완(머스크 AE2)과 지중해를 들르는 드래곤(AE20)이다. 두 노선은 4월8일 칭다오와 상하이 출항 예정인 선박부터 휴항에 들어갔다. 이로써 2M은 향후 3달간 북유럽노선 5개, 지중해노선 3개로 운영된다. 우리나라 에이치엠엠(옛 현대상선)을 비롯해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대만 양밍해운, 독일 하파크로이트 네 곳으로 구성된 전략적 해운제휴그룹인 디얼라이언스(TA)도 결항 대열에 합류했다.
TA는 북유럽항로에서 5월 초부터 FE2와 FE4를 통합해 4개 노선 체제로 변경한다. 통합된 FE2의 기항지는 부산-상하이-닝보-옌톈-싱가포르-북유럽항(조정 중)-싱가포르-부산 순이다. 이 노선에는 HMM의 첫 초대형선인 <HMM 알헤시라스>호 투입이 예정돼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3분기 아시아·유럽익스프레스(AEX)를 종료한 뒤 HMM으로선 첫 사선 투입이다. 지중해항로에선 5월 초 19, 22, 24째주에 2개 노선, 20, 21, 23, 25, 26째주에 1개 노선을 결항한다. 아시아-유럽 7회, 아시아-지중해 8회의 대규모 결항이다.
선사들의 유례없는 공급 축소에도 운임은 코로나 사태로 시나브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4월17일자 상하이발 북유럽행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725달러를 기록, 지난달 800달러대 붕괴 이후 하락세다. 전년 600달러대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지만 선사들의 대규모 결항에도 운임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상하이발 지중해행 운임 역시 TEU당 841달러로 전달 892달러에서 51달러 떨어졌다.
코로나 후폭풍에 물동량도 뒷걸음질 행보를 보였다. 영국 컨테이너트레이드스터티스틱스(CTS)에 따르면 올해 1월 아시아 16개국발 유럽 54개국행(수출항로) 컨테이너 수송량은 전년 대비 4.2% 후퇴한 154만9200TEU로 집계됐다. 선적지역별로 보면 동북아시아발 화물이 11.1% 역주행한 14만8700TEU, 중국권발 화물은 3.2% 감소한 119만8900만TEU, 동남아시아발 화물은 4.6% 줄어든 20만1500TEU였다.
향후 운임은 큰 폭의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거란 게 선사들의 중론이다. 올해 임시결항 효과는 수요 감소로 지난해와 비교해 효과가 떨어질 거란 설명이다. 선사 관계자는 “지난해엔 대규모 결항으로 운임 반등에 성공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공급이 더욱 줄었음에도 수요가 받춰주지 않아 시황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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