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적·물적 교류가 위축되면서 해운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컨테이너선사들이 글로벌 교역망 붕괴로 항해를 줄이면서 임시휴업에 돌입한 선박 또한 크게 늘었다. 특히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컨테이너항로에서는 이달에만 30%를 상회하는 선복량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탈리아 선복량 ‘반토막’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에 글로벌 선사들의 블랭크세일링(임시결항)이 크게 늘었다.
영국 해운물류컨설팅기관 MDS트랜스모덜은 이달 아시아-유럽항로에서 약 31%의 선복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와 MSC가 결성한 정기선 제휴그룹(얼라이언스) 2M의 서비스 취소는 선복량 감소에 결정타를 날렸다.
2M은 이달부터 6월까지 석 달간 코로나 여파로 북유럽을 연결하는 스완(머스크 AE2)과 지중해를 들르는 드래곤(AE20) 등을 중단한다. 이 두 서비스가 유럽항로에서 차지하는 선복량은 약 16만2000TEU로 약 10%를 차지한다.
이번 중단으로 2M은 향후 3달간 북유럽노선 5개, 지중해노선 3개만을 운영한다. 우리나라 HMM(옛 현대상선)이 속한 디얼라이언스 역시 FE2 FE4 서비스를 7주 동안 통합하는 한편 지중해 서비스 일부를 취소한다.
선사들은 유럽 대부분 항만에 결항을 통보했다. 전체 선복량 327만2086TEU 중 92만3597TEU가 결항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복량이 가장 많이 줄어드는 국가로는 네덜란드와 영국이 꼽혔다. 두 국가를 합하면 40만TEU에 달하는 선복량이 빠져나갈 것으로 파악됐다.
유럽항만 물류의 중심지인 네덜란드에 입항하는 선사들의 선복량은 70만TEU를 웃돈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항만인 로테르담엔 연간 3만척의 화물선이 입항할 정도로 유럽 제1의 항만으로 통한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25%, 약 18만TEU의 선복량이 증발할 거란 전망이 나왔다.
펠리스토 사우샘프턴 등의 항만이 포진해 있는 영국의 전체 선복량도 48만4137TEU에서 37%인 18만TEU의 취소 규모가 발생할 것으로 점쳤다. 대부분 선사들이 기항 중인 함부르크항을 거느리고 있는 독일 역시 약 13만TEU를 기록할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스페인 이탈리아에 뱃머리를 대는 선사들의 기항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는 5만9627TEU에서 2만9813TEU로 선복량이 반 토막 났다. 유럽에서 코로나가 가장 먼저 퍼진 탓에 다른 국가들보다 선복량이 저조했지만 이마저도 50% 급감한다는 분석이다.
세계 2위 확진국 스페인 역시 26만TEU의 선복량 중 7만TEU가 기항이 무산됐다.
이 밖에 북유럽 최대 항만인 르아브르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역시 이탈리아에 이어 가장 높은 취소율을 기록, 코로나 여파를 피해갈 수 없다. 반면 폴란드는 17만2600TEU에서 단지 2만TEU을 웃도는 선복만이 취소되며 다른 국가들과 대조를 보였다.
서비스취소로 손해액 28조 발생
유럽에서 발생한 코로나로 글로벌 공급업체들의 주문 취소가 잇따르며 선사들의 운항 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운업계 컨설팅업체 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서비스 취소로 선사들의 손해액은 230억달러(약 28조4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이 기관은 최근 4주 동안 아시아-유럽항로에서만 29~34%의 공급 축소가 이뤄진 것으로 추산했다. 공급 축소는 6월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사들은 코로나 대응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스위스 선사 MSC는 아시아발 화물을 대상으로 허브항에서 화물을 보관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리나라 부산항, 독일 브레머하펜항, 사우디아라비아 킹압둘라항, 토고 로메항, 파나마 로드먼 PSA터미널, 터키 테키르다 아샤포트 등 6곳이 허브항으로 지정돼 도착지 보관비용이나 체화료 등의 잠재적인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 선사 CMA CGM은 최종 목적지에 가까운 거점항에서 화물을 일시 보관하는 지연수송 서비스를 시작하며 코로나 대응에 팔을 걷어붙였다. 부산항 싱가포르 킹스턴 알헤시라스 피레에프스 몰타 트리폴리 탕헤르메드 등 8곳이 거점항으로 지정됐다.
이 선사는 긴급성이 낮은 화물을 대상으로, 최종 목적지에 가까운 허브항에서 화물을 보관한 뒤 수송이 가능해지면 물류를 공급함으로써 비용을 줄인다는 전략이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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