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한국조선의 수주량이 전년 대비 반토막난 가운데, 탱크선 컨테이너선 발주 부진으로 연간 실적 또한 감소할 거란 전망이 나왔다.
2020년 황산화물 규제를 앞두고 선주들의 관망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LNG선 발주 증가가 기대돼 조선사들은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조선의 올해 상반기 수주량은 전년 대비 50.7% 감소한 317만CGT(수정환산톤수)로 집계됐다. LNG선 수주척수가 많았음에도 탱크선과 컨테이너선 발주량이 저조한 탓에 한국조선의 수주 점유율은 전년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선종별로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1기를 제외한 모든 선종에서 수주 감소세가 뚜렷한 게 실적악화로 이어졌다. LNG선 수주는 전년 대비 19.4% 감소했지만 반기 기록으로는 가장 많은 21척의 일감을 따내며 국내 조선업 수주의 약 57%를 차지했다.
하지만 유조선 컨테이너선 수주가 전년 대비 59.3% 91.8% 급감하며 모든 선종의 감소세를 이끌었다. 특히 대형컨테이너선은 수주가 전무해 조선사들의 LNG선 편식을 불러왔다.
수주액 역시 37.6% 후퇴한 80억3000만달러(약 9조5900억원)로 나타났다. 남은 일감은 수주 부진 여파로 연초 대비 8.1% 감소한 2062만CGT로 상반기를 마감했다.
선주들 발주 관망 길어져
올해 상반기 발주카드를 꺼내들지 못한 선주들의 관망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거란 점은 국내 조선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아직까지 황산화물 규제효과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노후선 폐선과 대체수요 투자도 실현되지 못하고 계속 잠재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하반기에 쏟아지는 LNG선 발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남은 하반기에 카타르발 40척 내외와 러시아 아크틱 LNG2 프로젝트의 쇄빙LNG선 15척, 미국 에너지업체인 아나다코의 모잠비크 프로젝트용 LNG 15척 등의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건 모두를 따낼 경우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LNG선 수주실적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고가의 저유황유 사용이 늘면서 신규투자 대책을 세우고 있는 선주들의 발주도 조선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탱크선 시황이 연말로 갈수록 개선되면서 선주들의 발주가 일부 실현되는 데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다는 점은 기대 요인이다.
수출입은행은 올 하반기 발주액이 상반기보다 약 500만CGT 많은 1500만CGT 안팎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주액은 전년 대비 2% 증가한 145억달러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연간 발주량은 25% 뒷걸음질 친 2550만CGT 수준이 될 것으로 점쳤다.
조선사들 연간수주량 두자릿수 감소 전망
조선사들의 연간 수주액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할 거란 전망이다. 수출입은행은 한국조선의 2019년 수주량이 전년 대비 24% 감소한 약 1000만CGT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수주액 역시 17% 감소한 225억달러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 발주량은 25% 감소한 2550만CGT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선종별로는 올 하반기에 최소한 50척 이상의 LNG선 수주가 기대된다. 수출입은행은 하반기에 발주되는 70~80척의 LNG선을 우리나라가 전량 또는 70~80%의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는 중국 일본 러시아에서 수주할 수 있을 거란 설명이다.
상반기에 잠잠했던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가 하반기에 이뤄지면 중국·일본 조선사와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건조 기술력은 우리나라가 우수하지만 발주가 유력한 대만 에버그린의 경우 일본 조선사와 관계가 좋고 소속된 얼라이언스 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강해 수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밖에 탱크선은 연말로 갈수록 발주량이 늘어나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가뭄 해갈에 도움을 줄 거란 전망이 나왔다. 수출입은행은 “국내 조선업계는 하반기 중 대규모 LNG선 발주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 대비 크게 개선된 수주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건조량 역시 전년 대비 개선된 수준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발주량 반등시기는 내년 하반기 이후로 점쳐졌다. 환경규제가 시행에 들어가고 상황이 전개돼야 대응 방향을 잡은 선주들이 발주를 늘릴 거란 관측이다. 이후 LNG선 특수가 사라지고 선종별 수요 균형이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수출입은행은 전망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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