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와 해운산업 침체 이후 선박금융시장을 떠났던 국내 시중은행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대한해운이 도입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의 후순위 금융 178억원을 보증 지원한다고 28일 밝혔다.
대한해운은 지난해 3월 GS칼텍스와 맺은 1억9570만달러(약 2200억원) 규모 장기수송계약에 투입되는 30만t(재화중량톤)급 VLCC 2척을 현대삼호중공업에 발주했다. 선가는 척당 8700만달러, 총 1억7400만달러(약 1960억원)다. 신조선은 올해 4분기부터 5년간 GS칼텍스가 중동에서 한국으로 들여오는 원유 수송에 나설 예정이다.
선가 조달은 선순위대출 80%, 후순위대출 10%, 자담 10%의 구조로 이뤄질 예정으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BNP파리바가 선순위대출에 참여하고 하나은행이 후순위대출을 맡는다.
공사는 지난해 9월 하나은행과 국적선사 금융지원 협약을 체결한 뒤 이번에 하나은행과 후순위금융에 참여함으로써 첫 과실을 수확했다. 대한해운은 제1금융권으로부터 후순위대출을 받아 저금리로 선박을 건조하게 된다.
하나은행 외에도 해양진흥공사의 보증지원을 배경으로 시중은행들이 선박금융에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공사와 협약을 체결한 부산은행은 국내 은행권 최초로 해양금융부를 신설하고 해양금융 종합서비스 체계를 구축했다. 공사는 부산은행 수협은행과 업무협약 체결 이후 미화 9300만달러 규모의 선박금융 프로젝트 8건을 공동으로 추진했다.
이 밖에 올해 초 공사가 신설한 ‘친환경 설비 개량 특별보증상품’ 대출 협약기관으로 신한은행이 참여했다. 지난 1월 공사와 해운항만산업 투자·보증 업무협약을 맺은 농협도 조만간 해운지원 금융프로그램을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 황호선 사장은 “다양한 보증지원 사업을 통해 중소선사의 자금조달 어려움을 해소하고 국내외 시중은행 기관투자자, 보험사 등 신규 투자자를 적극 유치하여 해운과 금융이 상생하는 생태계 조성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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