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중동항로 시황은 올해 초부터 이어진 선사들의 운임인상(GRI)과 춘절 연휴에 대응한 잇따른 블랭크세일링(임시결항)으로 회복세를 꾸준히 유지하는 모습이다.
중국발 운임은 1월보다 소폭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상하이발 아랍에미리트 제벨알리행 운임은 전달 11일 기준 TEU(20피트컨테이너)당 814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이후로는 70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항로 운임이 700~800달러대를 형성한 건 지난 2017년 7월 이래 처음이다. 당시 선사들의 얼라이언스 재편으로 선복 감축이 이뤄지며 운임은 최고 900달러대까지 치솟았지만, 그해 3분기 이후 1년 3개월 동안 300~500달러대에 줄곧 머물렀다.
한국발 운임도 상승세를 보였다. 선사들은 지난달 중순 이후 TEU당 100달러의 GRI에 성공한 뒤 오른 운임 수준을 이달까지 유지하고 있다. 선사들은 한국발 중동 수출항로에서 350~400달러대 이상의 운임을 부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선사는 이달 말 100달러의 추가 운임인상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사들이 선복량을 대폭 줄인 게 운임 회복의 배경으로 꼽혔다. 지난해 디(THE)얼라이언스-오션얼라이언스 간 노선 통합에 이어 중국발 화물 수요가 증가하자 일부 선사들은 한국에 배정됐던 선복 상당수를 중국으로 이전했다.
선사들의 선복공급 조절로 소석률은 100%를 기록하고 있다. 1월에 이어 이번 달에도 일부 화물을 선적이월(롤오버) 해야 했다. 한 선사 관계자는 “춘절을 지나며 감소한 중국 화물 대신 한국발 화물을 일부 싣기도 했다”고 밝혔다.
특히 장기 계약한 대형화주들의 경우 선사들이 일제히 계약보다 선복량을 줄여 이전보다 고운임으로 화물을 실어야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운임 화물을 선적하기도 벅차다 보니 비교적 저가의 장기 계약 화주들에 할당했던 선복을 줄였다”고 말했다.
서남아시아를 거쳐 중동을 향하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선사들은 인도 등 서남아행 선복 일부를 중동 쪽으로 넘겼다. 선사 관계자는 “최근 1년간 서남아와 중동항로 운임은 비슷한 양상을 띠지만, 현재 중동이 100달러 이상 더 높아 선복 배분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선사관계자들은 현재의 호전된 시황이 다음달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오션얼라이언스의 서비스 개편이 복병으로 등장했다. 최근 업계 관계자와 외신에 따르면, 오션얼라이언스가 4월 서비스 개편을 통해 아시아-중동 노선 ‘ME5’에 2만TEU급 선박 7척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선박 투입 대신 기존 5개의 중동노선을 4개로 축소할 것으로 알려져 항로 내 선복량 변화는 미미할 거란 전망이다.
하지만, 극초대형 선박이 중동항로에 투입되는 건 처음이라 향후 중국발 운임이 하락할 가능성을 무시하지 못한다는 반응도 있다. 이 경우 한국발 운임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초대형 선박이 투입되는 만큼 중국발 노선에서의 운임 하락이 일어날 수 있고, 이는 한국발 노선에서의 운임 경쟁으로도 번질 수 있다”고 밝혔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