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럽항로에서 초대형선 인도 여파는 거셌다. 1만8000TEU급 이상의 신조선들이 유럽항로에 잇따라 투입되면서 수요 증가에도 운임은 약세 기조를 이어갔다.
유럽항로의 새해 첫 출발은 순조로웠다. 중국 춘절(설)을 겨냥한 밀어내기 특수로 운임과 물량이 동반상승한 덕에 선사들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상하이해운거래소(SSE)가 발표한 1월12일자 상하이발 북유럽행 컨테이너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897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700달러대를 유지했다가 같은 달 말 800달러대 진입에 성공했다. 선복 대비 화물적재율(소석률)은 100%를 기록했다. 춘절 특수에 힘입어 2월 운임은 반짝 상승세를 보이며 900달러대까지 치솟았다.
춘절 이후 유럽항로 운임은 약세를 지속했다. 4월 아시아발 유럽행 운임은 대형선 인도로 500달러대까지 곤두박질 쳤으며, 하반기 내내 700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유가상승과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던 선사들은 선복조절에 나서며 운임회복에 전력투구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유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유류할증료(EBS) 도입도 선사들의 채산성 개선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유가상승이 지속되자 선사들은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TEU 기준 약 50~65달러의 EBS 도입을 추진했다. MSC는 50달러, CMA-CGM 하파크로이트는 55달러, 머스크라인은 60달러, 짐라인은 65달러를 각각 화주들에게 부과했다.
현대상선 역시 6월15일부로 TEU당 54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08달러 수준의 할증료를 적용했다. 영업실적 악화로 몸살을 앓은 선사들은 EBS를 도입해 연료비 부담 해소에 나섰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올 하반기 선사들의 공통 관심사는 운임 회복과 초대형선 인도였다. 소석률은 100%를 기록했지만 운임은 제자리에 맴돌며 선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특히 3분기엔 신조선 인도 척수가 크게 늘어나며 선사들의 운임 회복에 찬물을 끼얹었다.
코스코와 에버그린의 2만TEU급 대형선이 투입되며 유럽항로에 10만TEU에 육박하는 신조선이 공급됐다. 유럽서비스(AE2)를 잠정 중단했던 2M얼라이언스도 서비스를 재개하며 화물 유치전은 더욱 뜨거워졌다. 올해 유럽 수출항로 물동량은 견실한 증가세를 보였다. 수출항로 1~9월 누계는 전년 대비 1.7% 증가한 1216만3000TEU를 기록, 사상최고치를 찍었다.
수요 증가에도 선사들의 화물 유치 경쟁은 운임하락으로 이어졌다. 800달러대에 달했던 운임은 700달러대로 떨어졌다. 선사들은 품목무차별운임(FAK)을 도입하며 운임회복에 나섰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운임 약세에도 선사들은 유럽항로 개척에 발 벗고 나섰다. 현대상선은 지난 4월 아시아-북유럽(AEX) 서비스를 개시했다. 그동안 2M(머스크라인 MSC)의 선복을 이용해 서비스를 벌였던 현대상선은 북유럽에 단독으로 46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을 투입, 4월7일부터 서비스에 들어갔다.
일본 3대 해운사가 뭉친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역시 4월 출범, 아시아-유럽항로에서 총 9개 노선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션도 같은 달 북중국·한국과 홍해를 잇는 컨테이너 서비스를 구축하며 화물 유치 경쟁에 불을 붙였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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