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절벽’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내 중견조선사들이 글로벌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올 들어 일감을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있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조선 빅3’와 달리 한진중공업 성동조선해양 대한조선 대선조선 STX조선해양 한국야나세 연수중공업 등의 중견조선사들은 수주량 급감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한조선 1곳만 수주 따내
올해 3분기 국내 중견조선사들의 상황은 암담하다. 선주 측과 건조계약을 체결한 중견조선기업은 달랑 한 곳 뿐이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대한조선은 아프라막스 수에즈막스 등 탱크선 8척을 수주, 국내 중견조선사들 중 유일하게 일감을 확보했다.
3분기 국내 중견조선사들의 수주량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 누적 수주량은 전년 대비 26.2% 감소한 43만6000CGT(수정환산톤수)로 집계됐다. 조선사들이 3분기까지 수주한 18척 중 탱크선은 16척에 달했다. 나머지 2척은 벌크선으로 탱크선 비중은 여전히 높다.
수주량 감소와 더불어 국내 중견조선사들의 글로벌시장 점유율도 뒷걸음질치고 있다. 조선 호황이 정점을 찍던 2007년 18%까지 치솟았던 점유율은 지난해 6%로 급감한 데 이어 올해 9월 4.3%로 곤두박질 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형조선사들은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시장에서의 입지도 좁아져만 가고 있다. 3분기 중형조선 수주액이 국내 신조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로 쪼그라들었다. 지난 2010년 12.6%에 달했던 중견기업들의 점유율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3분기 누적 수주액 역시 7억5000달러로 전년 대비 38.1% 급감했다. 올해 3분기 인도실적은 대한조선 3척 대선조선 1척 등 2개 기업만 기록했다. 건조량은 LR2 (Long Range two) 탱크선 3척과 소형탱크선 1척에 그쳤다.
수주잔량은 전분기 대비 소폭 늘어났다. 조선사들의 남은 일감은 99만CGT(51척)로 전분기 대비 6.2% 증가했다. 주력선종인 제품운반선 시장 위축으로 저조한 수주에도 수주잔량은 2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전세계 중형선박 발주량 9%↓
올 들어 전 세계 중형선박 발주량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조선사들의 일감 확보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누적 중형선박 발주량은 전년 대비 8.7% 감소한 693만CGT, 3분기 실적은 22.7% 급감한 230만CGT로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신조선시장이 LNG선과 컨테이너선 등 주로 대형선이 발주개선을 주도해 벌크선과 제품운반선 등 중형선박시장이 다소 위축됐다고 수출입은행은 밝혔다.
전체 신조선시장에서 중형선이 차지하는 비중도 2분기 40.7%에서 3분기 35.5%로 축소됐다.
전 세계 중형선박 발주 감소에도 컨테이너선 발주는 나홀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6년 이후 분기당 평균 18척에 불과했던 2000TEU급 이하 피더 컨테이너선 발주는 올해 3분기 48척으로 전년 대비 324.5%나 폭증했다. 수은은 “신규 발주가 적었던 피더컨테이너선에서 캐스케이딩(전환배치)이 일정 수준 정리되면서 선사들이 선대확충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중형 탱크선과 벌크선 발주량은 전년 대비 67% 10.6% 각각 감소한 16척 45척으로 후퇴했다. 중형 LPG선은 3분기 중 단 1척을 발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발주량 감소에도 신조선가는 상승곡선을 그렸다. 특히 중형 컨테이너선 가격은 타선종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의 신조선가는 2.6% 상승한 4925만달러를, 115K 탱크선은 2.1% 상승한 4800만달러로 집계됐다.
1000~1100TEU급은 4.1% 오른 1900만달러, 1850~2100TEU급은 2.9% 상승한 2650만달러를 기록했다. 3600~3800TEU급 컨테이너선 신조선가 역시 5.4% 상승한 3900만달러로 집계됐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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