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1-03 10:30
(홍콩=연합뉴스) 홍덕화특파원= 대만의 도교 참배단(平安進香團)을 태운 타이마(
台馬)호가 2일 오전 중국 푸젠(福建)성 푸저우에 도착, 반세기만에 대륙과의 직항이
실현돼 악화일로를 달려온 양안관계에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됐다.
지난 5월 출범한 천수이볜(陳水扁) 정부가 양안관계 개선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소(小)3통'(三通:通航,通商,通郵)은 전면적인 3통을 요구하는 중국입장과 거리가
있는데다 야당들의 폭넓은 지지도 못 받고 있지만 교착 상태하의 양안관계 개선 및
교역 활성화로 양안 경제발전에도 유리할 것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대만 대학교 정치학과의 스즈위(石之瑜) 교수는 소3통 개시로 "중국 푸젠(福建)
성 도시들과 진먼과 마쭈 등 대만의 최전선 도서 주민들이 교류가 양적 질적으로 크
게 증대돼 양안의 경제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한 뒤 전면적인 대(大)3통으로
확대될 경우 정치적 문제로 악화된 양안 관계도 개선시킬 수 있다고 낙관했다.
스 교수는 그러나 "소3통 실시에 대한 중국 당국의 태도로 볼 때 소3통이 대3통
으로 확대돼 양안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는 힘들다"고 내다봤다. 대만 정부는
소3통 개방 후 평가 작업을 거쳐 수 개월 후 전면적인 대3통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나 중국이 새로운 전제 조건을 내세운데다 국민당을 비롯한 야당 일각에서도
이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중국은 70년대 이후 정치적 공세의 일환으로 대만에 3통 실시를 촉구해왔으나
대만 민진당이 지난 3월 총통선거에서 승리한 뒤 막상 3통 개방을 천명하고 나서자
'하나의 중국' 원칙을 '쌍방향 3통 실시'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는 등 수세적 대응
을 해왔다.
관측통들은 대만이 중국측의 무반응에도 불구, 일방적으로 직항을 허가하자 푸
젠성 샤먼시 당국이 대만 보도진의 취재를 불허한다고 발표했다가 31일 전격적으로
취재단 수용 입장을 통보하는 등 당황하는 기색을 엿보인 점을 들어 중국이 대만의
소3통 공세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부심 중인 것으로 풀이했다.
지난 5월 반세기만에 정권을 상실한 대만 제1야당 국민당도 대륙과의 교역 증대
등을 통한 양안관계 개선을 주장하고 있으나 국민당 정권 당시의 3통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입장이다. 대만 행정원은 민진당 정부 출범 2개월 전인 지난해 3월
여.야 정당들이 의회에서 '소3통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뒤 정부로 송부하자 '
방위상의 허점 노출' 등의 이유를 들어 부결시킨 바 있다.
천자오민(陳肇敏) 공군총사령(참모총장)도 지난해 6월 대만과 중국 본토 간에
항공기 직항로가 열리면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게 비행하는 방법을 사용할 지도 모
르는 중국 제트 전투기에 대만의 취약성이 노출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어 군부내
반응도 대3통으로의 확대 결정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소3통 개방으로 진먼다오의 치안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진먼다오에 사는 한 노인은 홍콩 일간 명보(明報) 회견에서 "양안 직항이 금
지되기 전만 해도 중국의 해적들이 진먼다오에 상륙해 수시로 약탈을 감행, 2층 이
상 건물들의 창가에는 사격 받침대 등이 설치돼 있었다"고 말하고 주민들이 소3통을
앞두고 치안 악화를 우려, 창과 대문에 쇠창살과 철문을 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진먼다오가 대륙과 대만간의 마약 및 불법무기 유통의 중개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반면 진먼과 마쭈의 주민 다수는 소3통에도 불구, 당국의 교류제한 조치들로 인
해 기대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한 주민은 소3통이 불법적으로
이뤄져 온 '안샤오싼퉁(暗小3通)'을 '밍샤오싼퉁(明小3通)'으로 바꿔주는 것일 뿐
양안의 경제적 교류 증진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불평했다.
대만정부는 진먼에 적을 두고 6개월 이상 거주한 주민들에 한해 진먼-샤먼간 직
항을 허가할 방침이다. 주민들은 현재 매년 2백여만명이 홍콩과 마카오를 거쳐서 중
국을 방문해 온 점을 감안, 소3통 실시로 진먼다오가 홍콩 및 마카오처럼 중국 방문
객들의 통로로 활용되길 기대해왔다.
주민들은 또 진먼다오가 '대만섬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섬'을 뜻하는 '리다오(離
島)경제무역특구'로 지정되기를 희망해왔으나 규제 조치로 이같은 기대마저 무산된
것에 허탈감을 보이고 있다. 주민들은 대만의 자금과 중국의 저렴한 원료 및 노동력
을 이용, 진먼다오에서 물건을 가공, 생산해 대만으로 반입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으
나 정부에서는 중국물품의 대만 반입을 금지시키고 있다.
한편 중계 무역 중심지인 홍콩의 경우 양안 소3통으로 중계무역 수입이 대폭 감
소돼 약6%의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홍콩 수출협회의 린
젠펑(林健鋒) 회장은 대만이 진먼다오(金門島)와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 등
지와 직접 통상을 하게 되면 그동안 누려온 양안 중계무역이 크게 감소해 4-6%의 경
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홍콩 중소기업상회의 구궈밍(古國銘) 명예 부회장은 현재 홍콩 내 29만여개의
중소기업 중 10만여 업체가 교역 및 중계무역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히고 정부에 대
해 양안 3통 실현 및 중국의 WTO 가입 등이 이들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검토하
는 한편 중소기업 자금지원 등 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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