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선박 수출액이 8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재작년 수주 부진 여파가 지속되며 지난 3월 이후 매달 두 자릿수의 실적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0월 선박 수출액은 전년 동월 32억9100만달러 대비 55% 급감한 14억8200만달러(약 1조670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 2016년 국내 조선사들이 건조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게 올해 수출액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재작년 현대중공업은 24척의 선박을 수주하는데 그쳤다. 유조선 5척과 컨테이너선 4척, 가스운반선 4척 등이 현대중공업의 수주 리스트에 포함된 선박들이다. 같은 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7척 11척의 일감을 확보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삼성중공업은 유조선 6척과 LNG(액화천연가스) 1척 등 7척을, 대우조선해양은 탱크선 특수선 등 11척의 일감을 따낸 바 있다. 산자부는 “2016년 선박 수주 감소에 따른 영향 및 전년도 동월 대규모 선박 수출 기저효과로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선박 수출 부진에도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액은 두 자릿수 성장을 보였다. 10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2.7% 증가한 549억7000달러를 기록, 1956년 무역통계 작성 이래 역대 2위의 기록을 달성했다. 수입은 전년 대비 27.9% 증가한 484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무역수지는 65억5000만달러로 81개월 연속 흑자 성적을 냈다.
1~10월 수출액 역시 전년 대비 6.4% 증가한 5053억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선박을 제외한 일평균 수출금액은 전년 대비 0.9% 증가한 23억3000만달러, 누계(1~10월)실적은 6.1% 증가한 22억6000만달러를 달성했다.
산자부는 수출 증가 배경에 대해 ▲기업들의 적극적인 수출 품목 고부가 가치화 노력 ▲무역보험 확대 등을 통한 신산업·유망소비재 등 수출품목 다변화 ▲지역별 편중 없는 수출 성장유도 등을, 대외적으로는 ▲세계 제조업 경기 호조 ▲국제유가 및 주력제품 단가 상승 등을 꼽았다.
품목별로는 13대 주력품목 중 반도체·일반기계·석유화학·자동차·섬유·컴퓨터 등 10개 수출이 증가했다. 반도체·일반기계·석유화학 등 8개 품목은 두 자릿수의 성장을 보였다. 반도체는 22.2% 증가한 115억9000만달러를 기록, 사상 최초 연간 수출 1000억달러를 초과달성했다. 반도체 1000억달러 수출은 미국 항공기, 독일 자동차에 이어 글로벌 제조업 3강으로 도약했음을 의미한다.
지역별로는 중동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수출 증가세를 보였다. 對아세안 수출은 19.2% 증가한 88억2000만달러로 역대 2위를 갱신했으며, 對CIS(독립국가연합) 수출은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곡선을 탔다.
무역보험 지원을 신규로 확대한 4대 전략 신흥국가(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브라질)에서는 일반기계 석유화학 석유제품 철강품목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34.3% 증가한 실적을 냈다.
산자부는 세계 제조업 경기 호조세가 당분간 지속되고, 유가 상승에 따른 주력 품목 단가 상승세 지속 등은 우리 수출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중간 무역갈등 장기화 지속 ▲미국의 금리인상 가속화 전망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신흥국 경기 둔화 가능성 등 향후 우리 수출의 하방요인도 내재돼 있다고 분석했다.
산자부 성윤모 장관은 “주요국 수입규제 확대 등 보호무역주의 추세,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 등 우리 수출 여건이 녹록지 않다”면서도 “무역분쟁 등 우리 수출의 하방요인에 총력 대응하는 한편,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능동적 대처, 일자리 창출·혁신성장 등 산업정책과 연계 강화, 수출시장과 품목의 다변화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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