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항로의 수요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반기 들어 물동량이 두 달 연속 뒷걸음질 행보를 띠었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에 따르면 8월 한국-일본 간 컨테이너 수송 물동량은 15만3500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달의 15만5800TEU에 비해 1.5% 감소했다. 수입화물은 1.3% 늘어난 6만7900TEU를 거둔 반면, 수출화물은 3.7% 감소한 8만5500TEU에 머물렀다.
화물 종류별로 직교역화물(로컬화물)은 1.9% 감소한 5만6300TEU, 원양선사가 고객인 피더화물은 15.9% 감소한 2만2900TEU에 그쳤다. 아시아지역 제3국을 연결하는 환적화물은 4.3% 늘어난 7만4200TEU를 기록, 선사들에게 힘을 보탰다.
올 들어 한일항로가 마이너스성장을 보인 건 7월과 8월 두 달뿐이다. 특히 8월엔 잇따른 태풍 내습이 실적 부진에 큰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선사들은 실적 부진과 자연재해로 선적상한선(실링)을 대부분 달성하지 못했다. 96%로 정한 올해 제 4기(7~8월) 실링은 고려해운과 동진상선 2곳만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다.
9월 이후에도 물동량 부진은 여전하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쏟아졌던 밀어내기화물이 올해는 실종된 데다 기대했던 10월 성수기 수요도 잠잠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선사들은 5기(9~10월) 실링을 100%로 늘려 잡았다. 한일항로 최성수기인 10월의 물동량 성장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10월 중순이 지나서도 실링을 달성한 선사는 두세 곳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 관계자는 “하반기 접어들면서 수출화물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수출과 수입(흐름)이 역전되는 분위기”라며 “수입화물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지만 운임회복으로는 연결되지 않아 선사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들어 고삐를 풀었던 실링을 다시 조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취항선사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올해 마지막 기간(11~12월) 실링은 98%로 정해졌다. 지난 기간에 비해 2%포인트 낮은 수치다. 하지만 일부 선사들은 이마저도 높다고 말한다. 95%대까지는 낮춰서 최근 하방압박을 받고 있는 운임을 다잡아야 한다는 시각이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는 이달 말 대표자회의를 갖고 실링 변경을 검토할 예정이다.
외국선사들이 한일항로 진출을 확대하는건 또 다른 고민거리다. 중국 톈진해운(TMSC)은 부산-르자오항로를 연장해 일본 모지·하카타 시장을 노크했다. TMSC는 아울러 지난 18일 이 항로 권익단체인 한국근해수송협의회에 가입을 신청했다. 한중 양국은 해운협정을 통해 중국선사가 한일항로에서 수출입화물을 수송하기 위해선 한근협에 반드시 가입하도록 했다. 협의회는 TMSC가 큰 하자가 없는 한 다음달 중으로 가입을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독일 하파크로이트는 일본선사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의 선복을 빌리는 방식으로 부산과 일본 도마코마이를 잇는 컨테이너선항로를 열었다. 앞서 스위스 MSC, 중국 SITC, 일본 원도 한일항로 서비스를 강화했다. 또 싱가포르선사 익스프레스피더스는 원과 피더화물 수송 계약을 체결하고 부산과 니가타 가나자와를 잇는 정기선항로를 개설했다.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으로 수출 200달러, 수입 5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선사들은 내년까지 현재 수준의 운임을 유지할 계획이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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